..아니, 조금 정도는 옳지 못한 행동을 하더라도 세상이 용서해준다는 생각은 도저히 떠올리지 못한 것이다. 용서받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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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을 갖기로 한 그 어떤 것도 이 마을에선 재빨리 의욕을 잃었다. 마을의 어두운 그림자는 절대로 블랙우드가에서 온 게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이 그림자에 속했고 이 마을이 그런 그들에게는 딱 맞는 유일한 장소였다.

...뭐에 대한 생각이든 두 번 이상은 하지 말자. 그러면서 손을 무릎에 조용히 올려놓았다. 나는 지금 달에 살고 있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나는 달 표면의 조그만 집에서 혼자 살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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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말은 극단론이지만 하고 싶던 말이기도 해. 불순하기 그지없는 경찰기구를 향해, 황금시대의 명탐정들이 구사한 것과 같은 화려한 ‘논리’나 ‘추리’는 흉내도 내지 못하면서, 그것을 넘어서버린 수사기술의 승리에 손뼉을 칠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야. 현대를 무대로 탐정소설을 쓰려는 작가는 여기서 반드시 하나의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거지. 그래서 이런 딜레마의 가장 손쉬운, 이렇게 말하면 어폐가 있겠지만, 해결책으로서 ‘폭풍 속 산장’ 패턴이 클로즈업되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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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72p.
..난고의 처형 대상은 바로 짐승 이하의 존재였다.
..그러나 그날 밤 난고는 잠들 수가 없었다. 나중에야 뼈저리게 깨닫게 되는 일이지만 그 전날밤의 수면이야말로 그의 인생에 있어 최후의 안면(安眠)이었다.

194p.
.."사형 존폐 논의에는 사람을 감정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무언가가 있어. 아마도 그것이 본능과 이성의 싸움이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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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p.
..인생의 덧없음을 표현한 말로 ‘호모 불라(homobulla, 인간은 거품이다)‘가 있다. 호모 불라를 소재로 한 작품은 꽤 오래전부터 존재해왔고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지는데, 그 전성기는 아무래도 17세기 네덜란드라고 할 수 있다....

69p.
...인생 행로에서 맞닥뜨리는 모든 것을 댄스 파트너로 간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죽음의 춤‘ 장르에 따르면, 인생의 마지막 댄스 파트너는 다름 아닌 죽음이다. 심신이 유연하다면, 심지어 죽음마저도 유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겠지.

75p.
..일본에도 아름다운 여인의 시체가 어떻게 부패해가는지를 두눈 똑똑히 뜨고 보라고 권하는 그림이 있다. 방치된 시체가 들짐승에게 먹히고 결국 뼈와 가루만 남게되는 과정을 아홉 단계로 나누어 그린 ‘구상도(九相圖)‘가 바로 그것이다. 일본 승려들은 이 구상도를 통해서 모든 것이 무상(無常)하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전달하고 싶어했다. 아름다운 여성을 보면 그 몸에 있는 해골을 상상하라! 아무것도 실체가 없다!

127~128p.
..흐느끼는 안소니는 단순히 감정 조절에 실패한 치매 노인이 아니다. 마침내 자신이 치매임을 깨달은 치매 노인이다. 안소니의 울음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자각한 자의 울음이다. 안소니는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처럼 묻는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 나는 누구인가. 자신은 그 누구도 아닌 존재가 되었다는 메타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 <더 파더>의 핵심이다.

174p.
..사태의 진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천천히 보아야 한다. 천천히 본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본다는 것이고, 구체적으로 본다는 것은 음미한다는 것이다....

198p.
...우리가 삶의 진면목을 알기 어려운 것은 삶의 밖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삶의 바깥으로 나간 이는 모두 죽었다. 우리가 자기 진면목을 알기 어려운 것은 자기 밖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 밖으로 완전히 나간 이는 모두 미쳤다.

228p.
...막스 베버는 정치 현실의 아이러니를 인식하지 못하고 선한 의도에만 집착하는 정치인을 일러 ‘정치적 유아‘라고 부른 적이 있다. 막대한 화재가 치밀한 악의를 가진 성인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막연한 선의를 가진 유아에 의해서도 일어날 수 있다....

292~293p.
..재산은 필요하지만, 재산 축적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에피쿠로스는 말했다. "자유로운 삶은 많은 재산을 가질 수 없다. 왜냐하면 군중이나 실력자들 밑에서 노예 노릇을 하지 않고서는 재산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돈이 많으면 잘사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잘사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잘사는 것은 다르다. 나는 잘생긴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진짜 잘생기기를 바라며, 건강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진짜 건강하기를 바라며, 지혜로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지혜롭기를 바란다. 나는 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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