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p. ..그의 말은 나만이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달아나라, 애야. 손이 펼쳐져 있어. 빨리 날아가. 저기 유카리나무 가지로 뛰어올라 봐. 거기서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멀리 날아가 버려. 어서 빨리 날아가!" ..페드로 씨는 안타깝게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제는 날 수가 없어요. 힘이 없어서 날개가 나뭇잎처럼 무거워요" 하고 겨우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나는 유카리나무가 서 있는 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햇살은 나뭇가지 사이로 빛났습니다.
40p. .."왜 사람들은 모든 것을 망쳐 놓는 것일까?" ..그러나 이것은 나에게 오히려 잘 된 일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늘 무언가를 배우고자 했으므로 이것은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나는 모든 것을 다 누리고 싶어하는 고약한 버릇이 있었습니다. ..농장의 거대한 연못이 지긋지긋해졌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모험을 위해서 태어났는지도 모릅니다. 모험이란 굉장한 곳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물과 이상한 물에서 살아 보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나의 앞날은 어떻게 될는지.......
49p. ..키테리아 선생님이 철학 시간에 강조하신 글귀 하나가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외로움을 이것에 비교할 수 있지요. 그것은 바로 늙음이랍니다.‘ ..나도 성숙해졌습니다. 환경이란 삶에서 가장 큰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외로움이란 가장 혹독한 환경입니다. 그것은 공상의 끝없는 여행과도 같습니다. 또 내 꿈의 슬픈 현실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커다란 경계선에서 또다시 다른 곳으로 달려가려는 노력이기도 했습니다.
71p.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냥 바라만 보아요." ..엄마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그 옆에서 기쁨에 넘쳐 소리쳤습니다. .."엄마, 너무 아름다워요. 엄마의 두 눈에 구름이 가득 차 있어요. 왜 그럴까요?" .."얘야, 그것은 누구든지 구름을 바라보기만 하면 그렇게 되는 거란다. 너의 눈 속에도 구름이 가득 들어 있어." ..이 행복한 순간이 바로 나의 삶이었습니다.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아픔도 없었고 배고픔도 없었으며 목마름도 전혀 느끼지 않았습니다.
97p. ..칸도카 여사는 마지막 여린 빛을 걷어 아주 맑은 녹청색 덧옷 주머니에 넣습니다. 이제는 잠이 완전히 깬 것 같습니다.
108p. ..사람은 자라야 하고 다 자라고 나서는 실망뿐이라니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들은 나무와 얘기를 할 줄도 나무를 이해할 줄도 모르니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117p. ..이제 소년은 뒤뜰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어릴 때 지내던 방의 창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창문은 못질이 되어 있었고 방 안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떨쳐 버리려는 듯이 고개를 아래로 떨구었습니다. 그의 구두끈이 풀려 있었습니다. ..그는 칸도카 여사의 잘린 나무 등걸까지 걸어와 한 발씩 번갈아 등걸 위에 올려놓고는 무심히 구두끈을 고쳐 맸습니다.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담고 있는 망고나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121p. ..꿈도 마음도 멀리 사라져 갔습니다. 한밤의 유리알 마음은 슬픔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색칠해 놓은 유리알 마음은 분하여 떨고 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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