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내가 잘못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네. 하지만 아무래도 그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 것 같아. 코이케 군, 바로 눈앞에서 있으면서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네. 그것은 일종의 고정관념에 의한 것이지. 하나의 도구가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되면 우리의 시야에서는 안 보이는 존재가 되고 만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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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이고 쌓인 콤플렉스나 질투심이 끓는점을 넘어서 일어나는 대폭발, 분명 그것이야말로 ‘펑크’일 것이다. 쓰레기 산에서 발생한 가스가 자연 발화하며 일어나는 폭발과 닮았다. 당연히 그것은 빛이 닿지 않는 바닥 부근에서밖에 생겨나지 않는다. 아니, 바닥에서 생겨나지 않는 한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해설 中)
..미스터리는 레고와 비슷하다. 둘 다 미리 형태가 정해져 있는 크고 작은 파트를 조합하여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 나간다. 세상에는 엄청난 사람이 많기에 레고든 소설이든 같은 파트를 사용해 잘도 이런 대단한 작품을 만들 수 있구나, 하고 놀라는 일이 종종 있다. ‘작은 블록’을 모아서 실제 크기의 인간이나 자동차를 만들기도 하고, ‘있을 법한 일’을 차곡차곡 쌓아서 대모험이나 대범죄를 그리거나, 혹은 멋지게 독자를 속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밖의 온갖 것과 마찬가지로, 레고나 미스터리도 진화한다. 레고를 예를 들자면, ‘스타워즈’의 전함이나 중세의 성 등 사전에 미리 모양이 정해진 상품이 있다. 모든 파트가 ‘그것 전용’으로, 일종의 프라모델처럼 정해진 파트를 정해진 방식대로 확실히 조합해나가면 최종적으로 작품이 완성된다. 완성품을 보면 세부적인 표현까지 무척이나 정성껏 만들어져 있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다만 이런 진화된 레고 세트에 대해서 "이런 식이라면 뭐든 가능한 거 아닌가? 이런 건 레고가 아니야"라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레고 조각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완전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이 재미있지 않느냐, 하는 주장이다. 분명 그런 면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미리 형태가 정해져 있다고 해도 아름답게 완성된 모습을 보면 역시 순수하게 감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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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말은 항상 이렇게 끝났다. "하지만 난 슬퍼요." 슬프다는 건 대개 시간이 남아돈다는 뜻이다. 진짜다. 내가 자격증 있는 상담사는 아니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슬프다는 건 대체로 시간이 너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내가 실제로 사기를 당했든 아니든, 나는 사기를 당하지 않았다고 믿기로 선택했다.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속여서 수많은 일을 믿도록 했던 나다. 그런 나에게도 이번 일은 그야말로 생애 최고의 업적이 될 참이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합리적이라고 나 스스로 믿도록 만드는 것! 옳진 않더라도 나름 합리적인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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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말하는 겁니다, 마드무아젤. 죽음은 불행히도 편견을 낳지요. 이미 죽은 자에게 유리한 편견 말입니다. 지금 막 아가씨가 제 친구 헤이스팅스에게 한 말을 들었습니다. ‘남자친구 하나 없는 착하고 밝은 아이였다’라는 이야기 말입니다. 당신은 신문 기사를 흉내 내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젊은 여자가 죽으면 으레 그런 식의 말이 나옵니다. 그녀는 밝고 행복하고 친절하고 걱정거리나 불건전한 인간관계 같은 건 전혀 없었다고 말입니다. 우린 죽은 자에게는 언제나 몹시 관대해지기 마련이니까요. 지금 같은 때에 제가 뭘 해야 하는지 아십니까? 엘리자베스 바너드를 알고 있으면서 그녀가 죽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사람을 찾아내야 하는 겁니다. 그러면 아마도 도움이 되는 말, 곧 진실을 들을 수 있겠지요."

.."자네 말이 맞고말고, 친구. 이제까지는 줄곧 ‘내부’로부터 수사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었네. 중요한 것은 희생자의 개인사였단 말일세. 중요한 쟁점은, ‘그 죽음으로 누가 이익을 보는가? 피해자 주변에서 범죄를 저지를 만한 기회는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이었네. 언제나 ‘사적인 범죄’였지.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함께 일한 후 최초로 냉혹한 범죄, 특정 개인과 상관이 없는 살인이 등장한 걸세. ‘외부’로부터의 살인 말일세."

"...헤이스팅스, 뭔가 숨겨야 할 것이 있는 사람에게 대화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네! 언젠가 어떤 현명한 프랑스 노인이 내게 말해 주길, 숨기는 것을 내놓게 하는데 오래 얘기하게 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없다는 거야. 인간이란 말일세, 헤이스팅스, 대화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개성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를 뿌리치지 못하는 존재라네. 그럴 때마다 사람은 스스로를 드러내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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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가늘고 뾰족한 가위로 그 검은 실을 자르고 핀셋으로 집어서 하나씩 뺀다. ‘따끔’보다도 실을 뺄 때의 슥슥슥 하는 진동이 정말 싫다. 자신이 무력한 식자재가 된 듯한 느낌이다. 사람의 몸도 실은 고깃덩어리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영토 문제라는 것은 공격받은 측이 포기했을 때 끝이 난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공격하는 측, 영토를 원하는 측은 언제까지나 계속 집적거린다. 손에 들어올 때까지 집요하고 끈질기게. 거기에 지쳐서 ‘이제 모르겠다’라고 생각하면 공격받는 측은 끝장이다. 패배가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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