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123p.
..그 밤, 우리 집을 올려다보던 어머니의 마음은 도대체 어떤 것이었을까요. 왜 들어갈 생각은 않고 하염없이 집을 바라보는 데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걸까요.
..오랜 시간이 더 지난 후에야 나는 그 밤 어머니를 사로잡고 있었던 것이 두려움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도무지 손안에 쥐어지지 않고, 어떻게 해도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지 않는 그 집을, 그럼에도 결코 포기가 되지 않는 자신의 마음을 어머니는 두려운 마음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90p.
.."아이하고 다니면 아이들 마을, 스님하고 다니면 스님들 마을이야. 어디나 그렇지 않아?"
..맞는 말이었다. 야쓰다하고 다닐 때 이 도시는 여행자의 도시로 보였다. 사가르하고 함께 다니기 때문에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더 잘 들어오는 것이리라.

212p.
..‘앎‘이란 고귀하고, 그것을 널리 알리는 일에도 긍지가 깃든다. 그렇게 믿기에 퇴직한 뒤에도 기자로 살아갈 결심을 한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나니까, 내가 해야만 한다.

275p.
.."제 생각은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저는 완성을 원합니다. 시든 그림이든, 가르침이든, 인류의 예지가 응축된 완성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저마다 노력하고, 지혜를 짜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부처님은 철학 분야에 한 조각을 덧붙였습니다. 굉장히 크고, 중요한 조각을 더한 거지요. 그렇다면 범천의 설득은 헛수고가 아닐 테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449p.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위대한 일을 해내려면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나는 계획. 또 하나는 약간은 촉박한 시간.

518p.
..BBC가 전하고, CNN이 전하고, NHK가 이미 전했더라도 내가 글을 쓰는 의미는 거기에 있다.
..몇 명, 몇백 명이 제각각의 시점으로 전하는 글을 통해 우리는 이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아간다. 완성에 다가간다는 것은, 내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인식하는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걸 뭐라고 할까요. 남자들은 흔히 자기의 의지를 시험해 보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특히 머리는 별로 우수하지 않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어떤 지위에 오른 사람들의 경우, 그 과정에서 자기 의지를 과시해 보이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하지요. 그렇게 함으로써 우선 자기만족을 얻을 수가 있겠지요.

...병호는 그때까지 흔들리던 가슴이 싸늘하게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이윽고 알 수 없는 분노로 바뀌었다. 불행한 사람들의 불행한 행동이 그를 노하게 한 것이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강 건너 산 위에 흐릿하게 떠 있는 워커힐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저런 데서는 훌륭하고 행복한 사람들이 살고 있겠지. 이상하다. 감옥 문이 보이네. 감옥에서 나오던 날도 이렇게 눈이 왔었는디…… 역시 나한테는 거그가 좋아. 거그 들어가 있으문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거든. 지리산 더덕은 역시 맛이 있어. 그걸 고추장에 찍어 먹으문 맛이 그만이지. 치알봉 올라가는 비탈에 봄이면 온통 빨갛게 피는 그 꽃들, 이름이 뭐드라. 늙어서 이젠 생각이 잘 안 나는군. 그 꽃을 따먹고 배가 아파서 죽을 뻔했었지. 그건 먹어서는 안 돼. 벌써 옛날 일이야. 아, 저기 감옥 문이 열리네. 아, 저건 우리 어멈하고 아들이 아닌가.

..그의 슬픔은 단순한 슬픔 이상의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외로운 방랑객이 오랜 여행 끝에 고향에 돌아와 새삼스럽게 자신의 비참함과 생의 허무함을 깨닫고는 울음을 터뜨리는 그런 모습이었다. 무엇을 찾아 지금까지 헤매었던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99p. (편집자 후기 중)
...어느 인터뷰에서 왜 무서운 이야기를 쓰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이런 대답을 한 적이 있지요. "부모자식간의 애틋한 정을 소설에서 그대로 묘사하면 듣는 사람이 머쓱해질 수 있지만, 그걸 잃어버리거나 위협받는 상황을 그리면 얼마나 소중한가를 비로소 떠올릴 수 있"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수면 상태에 있을 때 또는 꿈속에 있을 때 그는 영원히 잠들어 버렸으면 하고 바랄 때가 많았다. 요즘 그는 종종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곤 했는데, 만일 그것이 불가피한 것이라면 차라리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그것을 치렀으면 했다.

..그는 큼직한 돌멩이 하나를 집어 들어 힘껏 던졌다. 그리고 갑자기 자신이 세상에 대해서 점점 비굴해지고 항상 별다른 일 없이 편리하게 사는 것만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자 화가 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