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p.
..흡연 구역에 앉아 있으면 녹슨 벤치와 한 몸이 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람이 온다. 돌아간다. 사람이 온다. 돌아간다. 잠깐의 연대감은 바로 녹아내려 풍경 속으로 사라진다.
..그 기분은 야간반 직원들 사이에 흐르는 정체감과 어쩐지 비슷했다. 일하는 사람은 바뀌어도, 성가시게 굴지 말고 서로 사소한 죄를 허용하자는 마음은 계속 남는다. - P-1

95p.
..지금까지 거쳐온 클럽팀에도 요스케 같은 녀석이 있었다.
..상냥하고 배려심 있지만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배려하는 것이 상대에게 얼마나 폭력적인지 알아차릴 만큼 상냥하지는 않다.
..진짜로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는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설정을 지키기 위해 말을 던지므로, 말을 던진 후에 무슨 사태가 벌어질지는 상상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한 건 또 해보자고 말했을 때보다 이렇게 독선적인 배려를 받았을 때 하루는 모조리 털어놓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기가 더 힘들었다.
..요스케가 믿어 의심치 않는 장밋빛 세상을 부숴버리고 싶었다. 상냥하지도 배려심이 있지도 않다는 걸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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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p.
..눈물을 뚝뚝 흘린 후에 바로 검색. 참 매정하네,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것이다. 드라마 같을 수는 없다. 어떤 장면에도 그 뒤가 있다. - P-1

43p.
..말을 하겠다고 생각지 않으면 아무와도 얘기하지 않은 채 지낼 수 있다. 혼자라는 건, 요컨대 그런 것이다. 돈을 내는 손님으로서나 입을 연다. 아, 젓가락 부탁합니다. 특제 말고 그냥 싼 고기만두 주세요. 그런 말밖에 할 필요가 없어진다. - P-1

103p.
..그런 면. 굳이 말하자면, 착하지만 높은 곳에 있는 탓에 둔감한 기질, 이라고 할 수 있을까. 높은 하늘에서는 지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잘 보이지 않는다.... - P-1

239~240p.
..오후 6시 반. 하늘이 벌써 어둑어둑하다.
..그러나 여기는 도쿄. 어디를 가든, 아주 캄캄해지지는 않는다. 어디에든 불빛이 있다. 동네들이 이웃하고 있어서, 불빛도 이어진다. 지방에는 흔히 있는 동네 어귀 같은 부분이 없다. 시골에는 있는 어둠이 없다.
..나는 이미, 밤에도 캄캄해지지 않는 그 상태에 길들어 있다. 반갑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 P-1

297p.
..그래도 나는, 막 튀겨 낸 크로켓은 맛있다고 생각한다. 기온이 높은 것과 음식 온도가 높은 것은 다른 얘기다. 몸의 안과 몸의 밖이 다르다. 더위와 뜨거움은 다른 것이다. - P-1

321p.
..존경. 그 무거운 말이 가볍게 나왔다. 괜히 추어올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추어올린 다음에는 어떻게 되나. 대개는, 떨어뜨린다. 특히,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상대는. - P-1

346p.
.."없어. 찾아볼 거야. 뭐하면 인도에나 가 볼까. 나를 찾는 여행. 그리고 나리타공항에 도착하기 전에, 그러니까 비행기 타기 전에 게이세이 나리타 언저리에서 발견하는 거야. 깨닫는 거야. 나다운 걸 하는 게 좋다. 그게 나다. 여행, 종료." - P-1

374p.
..중요한 것은 돈이나 물건이 아니다. 형태가 없는 무언가도 아니다. 사람이다. 재주 있는 인재는 누가 대신할 수 있어도, 사람 자체는 아무도 대신할 수 없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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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p.
..모든 것은 선택의 문제다. ‘내가 선택한 것 외에도 더 좋은 것이 있을텐데...‘ 라는 미련을 버리고 내가 선택한 것에 집중하고 만족하는 것. 그걸 아는 것은 정말 큰 의미가 있었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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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p.
.."가끔은 액자가 사진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법이지. 다른 각도에서 시도해 봅시다. 바텐더, 바 뒤로 가 봐요." - P-1

133p.
.."그렇다면 지금도 달려와 줄 걸세.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그만한 우정에는 유통 기한이 없는 법이거든. 예전에 그랬다면 지금도 그럴 거야. 지금 안 그렇다면 예전에도 안 그랬다는 방증이고." - P-1

137p.
..이후로 두 사람은 몇 분 동안 변죽을 울렸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담아 두고 다른 이야기만 했다. 생사가 걸린 쓰라리고 피눈물 나는 사연을 앞두고 있으면 보통 이렇게 쑥스럽고 조심스럽기 마련이었다. - P-1

217p.
.."그런 법이잖소. 죽음이라는 건 원래 남의 사정을 살피지 않으니까." - P-1

233p.
..여기저기 궤짝과 빈 상자들이 있었고, 심지어 앉을 수 있는 맥주통까지 한두 개 있었다. 클라리넷의 구슬픈 가락을 시작으로 광란이 시작됐다. 이후로 두 시간은 단테가 쓴 『신곡』의 「지옥편」과 비슷했다. 두 시간이 지났을 때 그녀는 앞으로 이 순간을 떠올리면 꿈처럼 느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었다. 음악은 훌륭했다. 벽 위에서 천장까지 시커멓게 너울거리며 주마등처럼 휙휙 지나가는 그림자들 때문이었다. 귀신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문득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다시 뒤로 물러나는데, 그렇게 실감이 날 수 없는 그들의 얼굴 때문이었다. 사방을 몽롱하고 꾸물꾸물하게 채운 술과 마리화나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들의 광기에 가끔 겁이 나서 한쪽 구석으로 도망을 치거나 궤짝 위로 두 발을 모두 올려놓고 몸을 웅크렸다. 때로는 몇몇 단원들이 홍일점인 그녀를 지목해 돌아가며 한 명씩 다가와 한쪽 벽면으로 몰아넣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얼굴에 대고 관악기를 힘껏 부는 통에 그녀는 귀가 먹먹해지면서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가슴이 공포로 물들었다. - P-1

308p.
...다른 여자들처럼 수많은 고민들로 허덕일 필요가 없으니 인생이 황량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녀는 실제로 황량한 인생을 살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비누 거품이 터지면서 입술에 비누의 쓴 맛을 남긴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녀가 유리문 사이에 서 있는 동안 옷자락이 날리면서 은색 액체가 물결치며 좁은 문 틈새를 흘러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 P-1

395p.
"...나중에 자네가 무죄라는 확신이 점점 커지면서 빈 공간이 생겼지. 빈 공간은 뭘로 채우지 않으면 스스로 채워지게 되어 있어. 그런데 그와 관련된 사실들이 하나둘씩 흘러나오면서 나도 모르는 새 빈 공간이 채워지기 시작한 거야." - P-1

399p.
"..자살을 하는 그 순간까지 자기 면도날을 가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걸 본능적으로 기피했다니 행동주의 심리학자의 연구 대상이지. 그게 인간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는군. 부인이 자기 면도날로 연필을 깎으면 남편들이 폭발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래."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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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었다. 그들도 자신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 좋아하는 것을 사고 또 때를 봐서 처분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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