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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전형필 - 한국의 미를 지킨 대수장가 간송의 삶과 우리 문화재 수집 이야기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일 년에 봄, 가을 소장전을 여는 간송미술관을 찾아가보기 전에 이 책을 읽었다
한참을 미뤄두었던 책을 전시회를 빌미로 이제서야 읽은 것이었다
이틀에 걸쳐 읽을 정도로(물론 종일 책만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빠르게 읽어나갔는데
아주 오랜만에 읽은 사람의 일대기(?..., 잘 읽지 않는 분야다, 그래서 내가 남들과 많이 다른 모양이다 ㅠ.ㅠ), 너무 큰 감동이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수장한 일화, 보화각에서 민족의 유산을 지켜준 이들에게 큰 절을 하며 오열 할 때,
마지막 부분에서 만난 간송의 큰 문화예술 사랑까지 읽어내려가니 감동과 울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북받쳐 오른다
간송이 울 때 나도 울었고, 간송이 웃을 때 나도 웃었다
아름다운 사람, 귀한 사람
아름다운 책, 귀한 책이 아닐 수 없다
올 여름 주목할 만한 책으로 올려놓고 남들에게 권유만 했지 눈길만 주기를 여러번... 이제라도 읽게 되어 간송을 알게 되어 감사하다
2006년 전시에 못 가봤다는 것에(그때는 알지도 못했다) 괜시리 배가 아파오지만, 이제라도 알게 된 게 어디랴
이번 전시는 '화훼영모대전', 마음에 드는 첫 발걸음
하늘이 내려준 집안의 유산으로 민족의 유산을 지켜낸 사람
누가 또 이러할 수 있을지...
존경스럽고 또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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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은 무겁게, 손은 공손하게, 눈은 바르게, 입은 신중하게, 소리는 고요하게, 머리는 똑바르게,
숨소리는 고르게, 설 때는 의젓하게, 낯빛은 단정하게
- 《소학》의 아홉가지 몸가짐 中
(어린 아이들이《소학》을 읽고 모두 다 이해하지는 못했겠지만, 그 옛날 지금의 아이들과는 달리 정신 연령이 높았을 것(타의적이었건, 주입식이었건, 외웠건 간에) 같다고 생각하면 엄숙해진다
요즘은 직접적으로 익히지 않아 이렇게도 힘이 드는 것인지...
에돌아 쿨하고 친절하게 인성교육을 하고, 인성교육 동화도 읽어주지만
받아들이는 강도나 깨달음이 각각 다르긴 해도 비장함이나 진지한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하는 것에서 살짝 한계를 느끼게 된다
정말 예전처럼 《소학》이라도 읽으며 자라야 하는 것일까...)
" [...] 아무튼 나는 역사소설을 통해서 민족에 이바지하려고 하니, 아우도 장래를 계획할 때 무엇으로 민족과 함께 할 수있을지 잘 생각해 봐."
(p. 58)
" [...] 옛 선비들은 세상에 나가 출세하고 이름을 알리기보다, 서재에서 학문과 세상의 이치를 익히면서 자신의 뜻에 맞게 사는 것을 훨씬 더 가치 있게 여겼지. 그래서 붓과 벼루를 서재에 두고 시를 짓고 글씨를 쓰며 마음을 다스렸단다. [...] "
(p.p 58~59)
<<세종실록>> 1446년 9월 29일자
계해년 겨울에 우리 전하께서 정음 28자를 처음으로 만들어 예의를 간략하게 들어 보이고 명칭을 '훈민정음'이라 하였다. 물건의 형상을 본떠서 글자는 고전을 모방하고, 소리에 인하여 음은 칠조에 합하여 삼극의 뜻과 이기의 정묘함이 구비 포괄되지 않은 것이 없어서, 28자로써 전환하여 다함이 없이 간략하면서도 요령이 자세하면서도 통달하게 되었다. 그런 까닭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를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만에 배울 수 있게 된다. 이로써 글을 해석하면 그 뜻을 알 수가 있으며, 이로써 송사를 청단하면 그 실정을 알아낼 수가 있게 된다. 자운은 창탁을 능히 분별할 수가 있고, 악가는 율려가 능히 화합할 수가 있으므로 사용하여 구비하지 않은 적이 없으며 어디를 가더라도 통하지 않는 곳이 없어서, 비록 바람소리와 학의 울음이든지, 닭울음소리나 개 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펴현해 쓸 수가 있게 되었다.
마침내 해석을 상헤히 하여 여러 사람에게 이해하라고 명하시니, 이에 신이 집현전 응교 최항, 부교리 박팽년과 신숙주, 수찬 성삼문, 돈녕부 주부 강희안, 행 집현전 부수찬 이개, 이선로 등과 더불어 삼가 모든 해석과 범례를 지어 그 경개를 서술하여, 이를 본 사람으로 하여금 스승이 없어도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세상을 초탈한 이름난 방울새 작은 둥지에 살며
저녁 종소리에 돌아가는 나그네 짐짓 수레를 멈추네
나이 들어 푸른 등불 아래서담소 주고받자니
흐르는 물 뜬구름처럼 지난 일 헛되어라
우스워라, 나는 깊은 밤 술잔만 자주 기울이는데
부럽게도 그대는 옛사람의 글을 많이 읽는구려
차라리 도연명처럼 벼슬을 버릴지언정
연못물을 말려 물고기들을 어렵게 하지 말라
전형필이 그 무렵 지인에게 써준 글이다. 그의 처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 절절한 심정을 눈치 챘으리라.
전형필은 재단에서 빚을 갚지 못해 학생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도연명이 벼슬을 버리듯, 한남서림 건물도 팍고, 가락동에 남아 있던 땅도 팔고 ......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아, 연못에 물을 대듯 재단에 돈을 댔다. 서호와 도자기 몇 점만 팔면 해결할 수 있었겠지만, 전형필은 수장품을 지키기 위해 몇 년에 걸쳐 남아 있던 재산을 처분했다.
(p.p. 392~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