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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들
김중혁 지음 / 창비 / 2010년 9월
평점 :
제목만 '좀비'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독특한 상황 설정과(편혜영의『재와 빨강』만큼은 아니지만) 함께 이 작가라면 엉뚱한 소설을 써 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여러 감독들 운운하며 영화로 만들어지면 재미있겠다는 생각까지
하지만 처음 예상했던 대로 좀비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이다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
산문 쓰시는 솜씨를 보면 소설 쓰기와 참 다른 인상을 주는 작가 중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을 읽고 난 후 작가의 느낌은 실제로 작가를 만나본(인사 나누고 사인 받으며 질문 하나 던진 게 전부지만) 느낌과 『좀비들』의 느낌과 비슷했다
(『대책없이 해피엔딩』같은 느낌은 아니더란 말이다, 그래서 다행이란 말을 하고픈거냐???
그 두 사이를 오가는 사람이겠거니...로 마무리, 후후
실제로 만나 뵈니 사진들은 왜 그렇게 찍혔던 것입니까... 썩 훌륭한 외모였습니다, 하하하)
케겔 노인의 대화와 상황들을 읽노라면 재미있는 외국영화를 보는 것 같았는데 배경이 한국의 어느 외곽지역이라는 설정만이 낯설 뿐 별명, 마을 이름, 뮤지션, 음식... 마치 외국소설과 한국소설을 반반 섞은 듯해서 흥미로웠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와 함께 영화화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소설 초반에 했더랬다(마지막까지 이 생각이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후후
대신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며 웃기는 한국영화 스타일이 아닌 빔 밴더스, 코엔 형제, 아키 카우리스마키 같은 감독들이 만드는 영화면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
하지만 한국 배우, 한국 배경이면 죽었다 깨어나도 맞추기는 힘든 느낌 =ㅅ=;; 우린 너무 그런 것들에 익숙해져 있으므로)
고리오 마을의 장례식은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 영화의 한 장면처럼 유쾌해서 우리의 주인공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는데 내 마음에는 들더라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등장하는 프라두가 남긴 수많은 글과 편지
그것들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글들을 읽지 않은 경우가 많았는데, 나는 읽는 내내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레고리우스가 이야기를 끌고 가게 하기 위해서라기에는 진부한 느낌마저 들었던 것이다
허나 이안이 지훈에게 엄마의 노트를 읽지 않는(못하는) 이유를 말하는 부분에서 상기 느낌을 조금은 털어낼 수 있었다
그래봤자 문학적 틀일테지만
나 또한 남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인간인지라
김작가님의 사인을 받으며 던진 질문은 이랬다
"사인해주시는 동안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서 좀 물어볼께요. 저만 모르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은에 외래어 표기에 있어 'ㅆ' 'ㄸ'등의 센소리로 표기한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인지 궁금해서요..."
(뭐 이런 걸 물어보나... 하는 표정으로 =ㅅ=;;) 간결한 대답이 이어졌다
"그건 제가 일부러 그렇게 쓴 게 아니라 창비의 외래어 표기법이에요. 창비의 편집 방침에 따른 것 뿐입니다."
아, 예--------
사실 나는 '퍼쎈트, 쌘드위치, 쏘파, 빠스따, 쏘나타, 메씨지, 콘써트, 씰리콘, 에스쁘레쏘, 까뿌치노, 씰루엣' 등의 외래어 표기들이 너무 튀어 자꾸만 읽기를 방해하더란 말이다
그래서 작가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었던 표기법
아무것도 아니어서 살짝 실망 =ㅅ=;;
작가는 이 소설을 오래전에 탈고하고 이제 출간이 된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또다른 재밌는 소설을 연재 중이다
여전히 기대 중 ^^
- 작가의 말
이것은 좀비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잊고 있던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오랫동안 좀비들을 품고 있었다
이제는 모두 세상으로 떠나 보낸다
아마도, 좀비들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지훈이 너무 일찍 몸에 지니게 된 죽음과 삶의 인식, 그것들이 삶에 끼친 영향은 내 이십대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좀비들』의 출간을 기다리며 이전 작품의 영향으로 심히 커져버린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켜주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흔치 않은 소재와 상상력으로 빚어낸 작가의 첫 장편이었다, 작가의 문체 색도 뚜렸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올해 읽었던 편혜영의『재와 빨강』(작가가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모를 것 같던 문체와 소재)의 적잖은 놀라움을 앞서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