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들의 도서관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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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나온 이 소설집을 최근(2009년 11월)에서야 읽었다.
올해 소설을 많이 읽지 못했지만, 읽은 소설 중 단연 돋보인다.
이 소설집의 떠도는 명성은 사실이었다.
살짝 마무리 힘 부족으로 완성도가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작품이 있지만 대부분 훌륭하다.
건조한 듯 나른하면서도 세심하고 집요하며, 시침떼고 하는 유머의 어우러짐 또한 큰 매력이다.
주변의 작은 소재들에 소홀하지 않는 자세, 잘 버무리는 능력, 광범위한 전문 지식, 그리고 흥미롭고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훌륭하다, 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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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푸어 - 왜 일할수록 가난해지는가
NHK <워킹푸어> 촬영팀 지음 / 열음사 / 2010년 4월
품절


일본 서점에 가면 사회과학만 한 크기로 '빈곤'이라는 도서분야가 있다. 바로 '워킹 푸어'라는 말에서 온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빈곤' 분야에 해당하는 책들이 한구겡서는 주로 경제경영 부문에 해당되고, 일부는 self-help라는 미국식 분류로는 자기계발서에 해당한다.

최근 일본에서 이야기하는 빈곤 분야의 도서든 한국의 경제경영서든, 그 책들을 읽게 만드는 힘은 위상학적으로는 마찬가지다. 토건과 신자유주의가 대책 없는 사람들을 만들어냈는데, 이 사람들에 관한 책을 일본은 빈곤으로 분류하고, 이 사람들이 읽는 책들이 지금의 경제경영서인 셈이다.

똑같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지만, 한쪽에서는 "우리가 해결하자"라고 말하고 있고, 다른 한쪽으로는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하자"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경영서는 그 대부분이 자기계발서와 재테크 유형의 책이다. 기술적으로는 전혀 다른 이야기인 것 같지만 이데올로기적으로는 같은 이야기들이다.-214~215쪽

한국에서는 경제학자들이 국민경제나 기업경제에 관한 책을 쓰면 사회학으로 분류된다. 그 대신 재테크로 대표되는 증권 투자방식이나 부동산 투기에 관한 책들의 일반적인 경제경영서로 들어가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하자"라고 이야기하지 않는 책은 현재를 지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를 지지하지 않기 때문에 아주 간단하게 사회학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참, 신기하다.

'워킹 푸어' 현상은 이런 나라들에서 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경제학적으로 그 근본 이유를 따지자면 여러 복잡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그 기본 내용은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하자"라는 이데올로기가 냉전 이데올로기의 뒤를 이은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잘사는 나라 만들기'라는 부국강병 이데올로기가 강했던 나라, 즉 극우파의 쇼비니즘이 강했던 나라, 그런 나라들은 결국 '잘 사는 개인 만들기'로 갔는데, 그런 나라들에서 새롭게 빈곤 현상들이 생겨났다. 우리는 지금 신 빈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214~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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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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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일기에 이런 글을 썼더라.

언젠가 내게 한 친구가 뜬금없이 신경숙씨의 <바이올렛>을 한번 읽어보라고 했었다. 주인공이 나 같다고. <외딴방>에서 절실하던 내 모습 보기 이후 정말 그렇구나 하고 읽어내린 기억이 있다. 윤대녕 소설의 여인들은 그와는 반대인 '듯'한 성향을 보이는데, 당당하고 대찬 현대여성들이다. 물론 신경숙씨가 그려내는 여인들처럼 하나같이 아픔이 있다. 하지만 어디로 숨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요즘 내 생활은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골방에 처박혀 웅크리고 눈만 껌뻑거리는 자세인데,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참 변함이 없다. 사실 내면에서는 윤대녕 소설의 여인들이 참 부럽다고(사실 이 여인들도 아리다) 소리치면서도 끝내는 신경숙 소설의 여인들과 다를 바가 없는 여자.
그러고 싶지 않아, 그러고 싶지 않아......!

 

알라딘 연재 작가의 글들을 읽다가 문득 신경숙씨의 글만을 따라 적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이게 신경숙씨 글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한다. 내게는......
항상 따라 쓰게 된다는 것.

연재를 인터넷에서 끝까지 읽지 못하고 문학동네에서 책이 나오고도 한참 지난 지금에서야 읽었던 부분들을 눈으로 간단히 짚어가며 인물들을 다시 익혀두고는 책의 3분의 1을 지나 읽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베스트라면 살짝 혀를 내두르게 된다. 신 작가님의 책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미뤄뒀던 <어디선가...>를 읽고 있던 다른 책들을 제쳐두고 결국 낭독회 참석차 부랴부랴 읽어본다.
저녁을 먹으며 읽기 시작해 새벽 4시까지 읽다가 결국 이번에도 눈물을 떨군 시점이 있었지.

언제나처럼 투명하고 맑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등을 토닥여주고 머리 쓰다듬어주고 있다는 것에 대해 안도와 감사를......

사람으로 인해 아프지만 사람만이 희망인 세상이다.

사람 껴안아주기
별이 되어 빛나기
건너는 자인 동시에 건너게 해주는 이가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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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쿠바 - 시네아스트 송일곤의 감성 스토리
송일곤 글.사진 / 살림Life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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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영화만드는 사람이라 그런지 사진을 잘 찍는다, <끌림>의 이병률 시인은 시인인지라 글을 잘 썼지
여행기가 아닌 산문, 제목 <낭만 쿠바>는 처음 봤을 때도, 다 읽고 난 지금도 잘 어울리지는 않는 듯
은유일지도 모르겠지만
쿠바의 사회주의는 북한의 그것과 참 많이 다르다(북한은 사회주의보다는 공산주의인가...)
나도 다른 대륙 문명에 사대정신이 좀 있는 것일까...

쿠바 음악과 쿠바 현실, 젊은이들의 고뇌와 방황, 희망과 절망을 다뤘던 영화 <하바나 블루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루시아>, <저개발의 기억>(토마스 구티에레스 알레아), <인생은 휘파람>... <Huacho, 와초>(칠레 영화)
그리고 <라틴 소울>에서 만난 쿠바
감독의 다큐 <시간의 춤>에서처럼 알게 된 것이 참 많은 인문(?) 기행문

다큐를 보고 나서 그토록 찾아 헤맸던 헤로니모 임의 편지글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배우 장현성의 목소리로 읊어지던 사랑의 편지였다

시집을 주머니에 넣어다니고 시나리오를 쓰는 감독도 글을 쓸 때는 가끔 문어체나 표준어(?)가 아닌 구어체가 나올 때도 있구나 하며 웃음이 났다
오타인 것인지 출판사 편집자들이 부러 글쓴이의 글맛을 입맛처럼 고스란히 보존하고자 했는지...
예를 들자면 이런 부분들이다, 후후, 살짝 흉보기

 
- 이 세계의 어느 곳이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같다

- 왜 당신네 빵집을 파리바게트라고 이름 지냐고
 
- 많은 사연을 갖은 옷장

-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수천 명의 이름을 갖은 자들이 묻힌 곳

- 그 중에 한 천사상에 시선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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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이 되다 파랑새 그림책 85
잔니 로다리 글, 알렉산드로 산나 그림, 이현경 옮김 / 파랑새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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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제가 보이세요?"

"그럼 보이고 말고. 날마다 네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모습도 봤는 걸."

"하지만 전 할아버지를 본 적이 없어요."

"안도. 사람들은 나처럼 늙은 사람은 봐 주지 않아.
아이들은 내가 있는 줄도 모르지.
난 투명인간이나 마찬가지야.
완전히 혼자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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