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B급 홍보 개척사 - 한 소도시를 당대의 히트작으로 만든 홍보의 전설, 제13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종합 부문 대상작
조남식 지음 / 이야기장수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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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사람의 취향이라는 게 참 신기한 것이, 모두가 멋지고 아름다운 것만 쫓지 않는다. 아무리 멋있고 잘생긴 배우가 나오는 작품이어도 자신만의 끼를 발산하는 조연 배우가 ‘약방의 감초’같은 역할을 하며 극의 맛을 더하기도 하고, 촌스러운 시골 할머니의 옷차림에서 따온 ‘김장 조끼’가 우리나라를 넘어 해외에까지 퍼지기도 했으니 B급 감성이 주는 매력이 어마어마하다. 조금은 힘을 빼고 만만한 듯한 느낌, 각 잡고 만든 게 아니라 누구든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편안함이 오히려 거부감 없이 그를 평가하며 꼬투리를 잡지 않고 빵 터지게 하는 즐거움이 있달까.


하지만 이런 B급이 관공서에서 등장한다고 하면 응? 진짜로?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고루하고 딱딱한 이미지, 정자세로 공신력 있게 임해야 할 것 같은 공직 세계와 B급 감성은 마치 함께하면 안 될 것 같은 평행선을 달리는 극과 극의 존재 같달까.


거의 10여 년 전, 나 역시 인터넷을 통해 접하고는 ‘미쳤다’와 ‘진짜 병맛이네’ 하면서 어이없는 헛웃음이 나왔던 기억이 난다. 구독자 100만 명을 넘긴 유튜브 채널로 엄청난 인기몰이를 한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에 앞서 SNS 담당자였던 조남식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그림판이나 파워포인트로 직접 만든 포스터를 충주시의 공식 행사와 채널에 활용함으로써,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공공기관과 B급을 조화시킨 것으로 이슈몰이를 했다.


페이스북과 네이버 블로그에서 시작된 그의 B급 포스터는 본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을 넘어 온라인상에 수없이 퍼나름으로 퍼지게 되었고, 그 유명세는 꽤 긴 시간 이어졌다. 광고홍보학을 전공하고 디자이너이자 마케터로 일한 나에게는 마치 소가 뒷걸음질을 치다 개구리를 잡은 격처럼, 그의 화제가 노력 없이 얻은 성공처럼 여겨져 조금 분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어떻게 공직 업무에 B급 감성을 얹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게 왜 먹혔던 건지 내심 그 비법과 그의 의도가 궁금하기도 했는데 《충주시 B급 홍보 개척사》를 통해 한 소도시를 당대의 히트작으로 만든 그의 노하우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책은 개인 SNS도 하지 않던 그가 충주시 SNS 담당자가 되면서 하나씩 몸으로 부딪쳐가며 개척해나간 B급 홍보 대한 이야기로 꽉 채워져 있었다. 충주와 청주를 헷갈려 하는 사람들에게 충주시에 대해 알린다는 이념 하나로, 오히려 계산된 행동이었다면 이렇게 큰 화제가 되지 못했을 좌충우돌의 경험은 그간 ‘우연히 얻어걸린 것’이라 생각했던 성공에 대해 새로운 이면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따로 예산이 없어서, 누구에게 부탁할 수 없으니까 자신이 할 수 있는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도형을 겹쳐 올려 만든 포스터. 우연히 옥수수를 먹다 너무 맛있어서 ‘이렇게 맛있는 충주의 농산물이 잘 팔렸으면 좋겠다’는 노력은 그저 우연이나 운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진심과 간절함이 닿아 있었다.


때로는 너무 힘을 주고, 제대로 만들려다 보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실무를 할 때 나 역시 마주한 딜레마이기도 하지만 완벽을 기하다 보면 너무 많이 망설이게 되고, 또 그러다 보면 원래의 계획이나 방향이 조금 흐려져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조남식의 홍보는 처음에는 아무도 바뀌었는지조차 모를 정도의 무관심 아래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또 여기에 윗분들의 사진을 과감히 넣고 결재를 요청하는 용기까지 의도하지 않았지만 ‘과감한 결단과 빠른 실행력’이 얼마나 홍보에 있어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만들었다.


기존과 다른 낯선 콘텐츠. 이미 잘 하고 있는 사람의 아류나 짝퉁이 되지 않기 위해 나만의 길을 선택한 뚝심까지. 그런 결과물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게 보는 이들에게 재미와 놀라움을 선사하고 이를 ‘긍정’할 수 있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한두 번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하나의 콘셉트로 잡아 마중물로 만들어, 시리즈물로 계속된 노력을 기울인다. 그 실행 이면에는 성과가 뒷받침되어서도 있지만 그의 계획과 시도에 반대하지 않고 승인해 준 상사의 결단 역시 한몫했을 것이다. 여기에 한 번의 성공에 힘입어 이제는 그럴싸한 것을 만들겠다는 ‘더하기’가 아니라 매번 어떤 것을 덜어내고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선구안, 첫 댓글의 중요성을 감지한 그의 감각이 더해져 B급 홍보는 점점 더 확장되어 나갈 수 있었다.


홍보 전문가도 아닌 순환근무를 하는 공무원 세계에서 그가 만들어낸 홍보의 효과는 참 엄청났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도한 것 같지만, 그가 진행한 B급 홍보들을 들여다보면 공공기관을 넘어 브랜드나 1인 기업체, 상점이나 가게 등에서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는 확실한 아이디어와 방향성이 가득했다.


인터넷의 생태계를 잘 모른다고 했지만, 인터넷 세상에 맞는 문법으로 ‘있어빌리티’보다 잘 보이는 순간의 집중력을 선택했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왕 하는 일이라면 잘 하고 싶다는 마음에 그리고 자신이 담당하는 충주시에 대한 사랑으로 보상 없는 업무에도 열을 올리는 매일이었다.


나라면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있었을까, 적당히 하던 대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애써 수고스러움을 선택하고 ‘일을 벌이는’ 업무 속에서 그는 진정한 홍보의 의미를 깨닫는다. 자신을 알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변화를 만드는 모든 과정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의 글을 읽고 나니, 비전문가가 만들어낸 성공이라 조금은 질투하고 배 아팠던 과거의 생각이 미안해지기까지 했다. 어떤 일을 할 때 그것을 잘 해내는 비법에는 정확한 분석이나 계획, 수많은 계산이나 끝없는 시도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그 모든 것을 셈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가 그 대상을 애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속한 현재의 위치에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내디딘 것이 지금이 되었다. 2-3년의 뜨거웠던 영광을 뒤로하고 순환업무로 다른 일을 해야 했을 때에도 ‘내가 이룬 것인데’하는 아쉬움이나 공치사 없이 묵묵히 업무로 돌아간 그의 선택도 참 단단하게 느껴진다.


그의 B급 홍보 개척사를 되짚어 보며, 나는 내 일에 이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되묻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어떤 하나가 성공하면 그것을 ‘하던 대로’ 이어가며 몸과 마음의 편안함을 찾고자 했던 과거의 시간들을 반성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해 보이는 성공이었다. SNS를 담당하게 된 담당자가 어설픈 솜씨로 만든 포스터 한 장이 대박 나면서, 비슷한 아류작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것. 그렇지만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가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알리고 싶었는지의 마음을 헤아려본다면 그것을 쉽게 ‘B급’이라 표현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 진심만큼은 누구보다, 어떤 브랜드보다 A급이었다.


그가 전하는 B급 홍보의 실전 노하우를 되새기며 홍보란 무엇인가, 내가 무엇을 홍보하고 싶은가를 정리해 보는 ‘미래’를 떠올릴 수 있는 독서였다. 누구든 자신의 일에 그가 전하는 홍보 노하우를 적용한다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의,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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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다 - 건강수명을 늘리고 노화 속도를 줄이는 식단의 원칙 10가지
데이비드 콕스 지음, 최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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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얼마 전 TV 인터뷰에서 배우 김혜수가 한 이야기가 큰 화제였다. “과자 드시지 마세요. 과자 먹으면 건조하고 못생기게 살쪄요.” 이처럼 같은 칼로리를 가졌다 하더라도 어떤 음식은 몸에 이로운 기능을 하고, 어떤 음식은 건강을 해치거나 살을 찌우는 등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음식이나 레시피가 유행하며, 자극적이고 입에 맛있는 음식을 습관적으로 찾게 된다. 채소나 최대한 조리를 하지 않은 음식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메뉴를 고를 때면 이런 부분은 깊이 생각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고작 ‘한 끼니’의 식단이 쌓이고 쌓이면, 우리의 건강과 노화, 수명에 많은 영향이 미친다고 한다. 데이비드 콕스는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다》를 통해 유전이나 운명이라 생각하기 쉬운 노화를 하루 세 끼 식단에 초점을 맞춰,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건강 수명을 늘릴 수 있는 식단원 원칙에 대해 이야기한다.


30대 중반인 작가 스스로 피험자가 되어 식단 개선만으로 얼마나 신체의 많은 수치들이 변화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보여주며, 고작 먹는 것 하나 바꾼다고 뭐가 달라질까 생각하기 쉬운 마음에 하루 세 끼 식사의 중요성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과 나아갈 방향을 일깨워 주었다.


나 역시 몇 해 전부터 고지혈증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약을 먹기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이것이 ‘나이 듦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가족력이 있기에 좀 더 식단과 건강 관리에 신경 썼어야 했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약을 복용하게 되었음에도 지금에 와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내가 먹는 식단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수치가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


노화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작가는 노화를 가속화하는 식습관 10가지를 설명하며, 우리가 이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

첫 번째는 과식으로, 신체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과도한 열량 섭취는 몸을 빨리 닳게 만든다는 것이다. 보통 40대가 넘으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기 시작해 ‘나잇살’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데, 실질적으로 신체 대사가 떨어지는 것은 60대 이후라고 한다. 과식은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몸매에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서 근육이 빠져나간 자리를 지방으로 대체함으로써 여러 가지 추가의 질병을 초래하는 문제점을 가져온다.


두 번째는 AGE(최종당화산물)로, 이는 설탕 등 당류를 섭취할 때 그리고 고기를 굽거나 튀길 때 쌓이는 독소를 말한다. 과일이나 식재료 자체에서 자연적으로 함유하고 있는 당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음식들이 늘어나고, 이를 자주 찾는 식습관이 몸에 AGE를 쌓이게 한다는 것. 체내에 AGE가 많아지면 염증 수치가 올라가면서 생물학적 노화가 가속화된다.


세 번째는 초가공 식품이다. 초가공 식품은 유전자의 작동 방식을 바꾸어 자꾸만 그 음식을 찾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섭취할 때 몸의 염증 수치가 올라가며, 높은 열량으로 살을 찌게 만들지만 영양학적 불균형과 퇴행성 노화에 영향을 준다. 자연식품의 비중을 높이지 않는다면, 먹는 양을 조절한다 하더라도 노화나 다이어트에서 효과를 거둘 수 없다.


네 번째는 미량영양소 결핍이다. 미량영양소는 세포 손상의 원인을 제거하고 DNA의 안정성을 지킨다. 하지만 우리의 식단 내에서는 비타민 K나 비타민 D, 비타민 B 등 특정 미량영양소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 또한 앞서 언급한 가공식품과 연결되는데, 자연식품에서는 미량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식품을 통해 골고루 섭취하는 식단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다섯 번째는 식이산 부하 불균형이다. 몸이 산성이 되면 뼈와 신장이 희생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의식적으로 고기를 통해 동물성 단백질 섭취는 신경 쓰지만, 그러면서도 채소나 과일 섭취 등은 많지 않고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절제하는 등의 식단 불균형으로 인해 신체 내에서는 식이산 불균형이 일어난다. 과일과 채소, 허브를 더 챙겨 먹고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며, 동물성 단백질에만 의존하지 않고 식물성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사소한 변화만으로도 이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여섯 번째는 유익한 지방의 부족이다. 오메가-3가 부족하면 뇌와 심장이 늙기 때문에 건강한 지방을 섭취할 수 있는 식단 개선이 필요하다.


일곱 번째는 파이토케미컬 부족으로, 겨자잎 실험을 통해 이 개념에 대해 설명한다. 파이토케미컬은 식물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발달한 것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화학물질이다. 이는 식물의 맛과 향, 색을 결정하는데 색상에 따라 심혈관 질환 예방이나 시력 보호에 도움을 주는 등 우리 건강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파이토케미컬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색깔과 종류가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이 가져오는 회복력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여덟 번째는 식이섬유의 부족이다. 식이섬유가 부족하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장이다. 장에는 각종 유익균이 있기 때문에, 식이섬유가 부족해 장이 굶게 되면 우리의 면역력 역시 함께 굶게 된다는 것으로, 발효식품이나 고 식이섬유 식품 섭취에 신경 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아홉 번째는 유전자를 무시한 식습관이다. 사람에 따라 각기 취약한 장기가 다르기 때문에 모두에게 일관된 정답을 가져오는 식단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건강 상태나 유전적인 특징을 고려해 식습관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러준다.


마지막 열 번째는 잘못된 식사시간이다. 똑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언제’ 먹느냐에 달라진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유전적인 특징을 고려한 식습관처럼, 개인의 생체시계에 따른 식사가 중요하며 표준 식단을 무조건 적으로 따르기보다 유동적으로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가길 권장한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어쩌면 단순한 메시지를 지닌다. 우리가 믿고 있는 것처럼 신체의 대사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60대 이상에 접어들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지금 내 건강 상태, 노화나 대사질환은 내가 먹는 식사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것. 가공식품이나 과한 당분 섭취를 자제하고 최대한 자연식품을 식단에 많이 포함해 골고루 다양한 음식에서 영양분을 얻는 것. 그리고 개인의 유전이나 생체 특성에 맞춰 표준 식단에 강박을 받지 말고 유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내용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이렇게나 내 건강과 수명을 늘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요즘은 살이 찌면 쉽게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약을 찾거나, 금식이나 단식 같은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고 단백질 섭취만 하고 탄수화물은 자제하는 등 일시적인 해결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눈에 보이는 부분에 집중하기보다는 건강 수명을 늘리고 대사질환을 방지하며, 만성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내가 오늘 먹는 음식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건강을 위한 식단이라고 하면 ‘식탁에서 이 음식은 무조건 치우세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영양의 불균형에 초점을 맞춰 무엇이 부족한지를 차근차근 일러주는 다정한 조언은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하다못해 노년층에서도 시간을 들이면 충분히 건강 문제를 개선해나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기대를 남겼다.


요즘은 백 세 시대가 다가온다고는 하지만 40대가 넘어서며 슬금슬금 몸무게가 늘어나고, 죽기 전까지 각종 대사증후군으로 남은 평생을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평균 수명은 늘어났지만, 그만큼 인생의 말년에 10-15년씩 병을 앓다가 가는 사람이 많기에 두려움이 앞서곤 한다. 누구도 노화를 피할 수 없지만 누구든 노화 시계의 속도는 되돌릴 수 있다는 책의 메시지는 실행할 수 있는 작은 습관들과 함께 건강한 미래를 위한 마음가짐을 가지도록 도와주었다.


꼭 10가지의 모든 습관을 고쳐야 한다는 부담이 아니라, 실행할 수 있는 부분을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가면 된다는 것. 작게는 당장 마주할 한 끼 식사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이 설렘으로 다가온다. 건강 수명과 기대 수명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중, 노년층은 물론 식습관이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현대인들 누구에게나 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변화의 작은 씨앗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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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가 세상을 구한다는 헛소리, 그런데 우리는 왜 그들을 숭배하는가
달리아 나미앙 지음, 조민영 옮김 / 원더박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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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AI 기술의 발달과 함께 세상이 혁신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시장에 기발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팔며 부를 축적하던 과거, 우리가 알고 있는 자본주의의 정설이 깨지며 기존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 것이다. 앞으로는 더 이상 노동하지 않고도 돈을 버는 미래가 될 거라는 말들이 연일 오르내리는 요즘,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기술이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거라 전망하며, 발전의 가속화로 인해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 온난화 현상이나 기후 재난과 같은 위기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의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평범한 우리들은 ‘감히’ 생각지도 못하고 있지만, 초부유층 일명 슈퍼리치라 불리는 이들은 인류에게 얹어진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자신들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 말한다.

기술이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의견, 기후 위기에서 벗어나 화성과 같은 다른 우주에서 거주할 수 있다는 SF 영화 같은 발상은 물론, 아직도 가난에 허덕이며 자국민들을 제대로 보호하고 먹여살리지 못하는 빈곤국, 개발도상국에 대해서도 재단이나 기부 등 온정의 손길을 뻗치며 국가보다 부자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도 무료로 스타링크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일론 머스크, 혹은 세계적인 기업체를 운영하는 슈퍼리치들이 척척 국가적인 재난이나 위기에 자선사업을 펼치는 걸 보면 맞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이 내리는 선택, 움직이는 행동에 오직 자신들만을 위한 것이라 말하는 의견이 있다. 사회학자인 달리아 나미앙은 《슈퍼리치가 세상을 구한다는 헛소리, 그런데 우리는 왜 그들을 숭배하는가》를 통해서 초부유층의 모순을 꼬집으며 그들은 해결사가 아니라 문제 그 자체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부를 축적한 슈퍼리치. 일반적으로 ‘백만장자’가 부자라 한다면, 스페이스 X, 테슬라, 솔라시티의 대표인 일론 머스크의 자산규모는 무려 약 2,000조로 우리나라 정부의 1년 예산의 세 배에 달한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슈퍼리치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부를 누린다. 민간 우주여행을 떠나거나, 팬데믹의 여파로 모두가 봉쇄하고 있을 때에도 자신만의 개인 섬에서 안전한 휴가를 누리는 것. 이렇게 막대한 부를 가진 이들을 볼 때면 ‘다시 태어나도 내가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하는 아득함과 동시에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 그리고 열심히 살면 그런 삶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열망에 사로잡힌다.


성공한 이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를 위해서도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식으로든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기후 위기에 대해서도 기술은 이를 가능하게 한다며 긍정의 메시지를 제시하고, 새로운 ‘화성 식민지’ 개발은 도시의 비싼 집값에 치이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가져다준다. 수많은 자선 사업 역시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인류애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런 행동에는 기만이 담겨있다. 그들이 가진 막대한 자본을 벌어들이기 위해 그동안 지구의 생태계를 거덜 냈고, 또 수많은 빈국과 개발도상국의 노동을 착취했으면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기술을 내민 적 없이 책임을 회피하듯 그럴싸한 약속만 내민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시대를 ‘도발 사회’라는 이름으로 규정한다. 엄청난 부와 특권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슈퍼리치들의 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성공을 자랑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사회의 불평등을 정상적이거나 혹은 닮고 싶은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야망과 자선을 무조건 긍정하거나 신뢰하지 말고, 그 과정에서 비용을 누가 부담하며, 또 어떤 이가 이 위험을 떠안게 되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시선을 일깨운다.


책에 제시된 여러 사례들은 도발 사회 속 슈퍼리치들이 남긴 모순적인 결과물들을 낱낱이 꼬집는다. 그들의 부가 사회적, 제도적 특권 위에서 축적된 것이며, 이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구원자가 아니라 노동 착취와 환경 파괴 등 오늘날의 위기를 만들어내고 심화하는 원인이기도 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들의 삶을 동경하고 숭배하는 우리들 역시 이런 도발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따끔한 지적은 슈퍼리치의 부와 특권에 대해 맹목적으로 추앙하는 현대의 우리들에게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가 스스로의 태도를 되돌아보고 문제의식을 갖도록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가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사례들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 한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바로 이런 현실을 당연시 여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 슈퍼리치의 노골적인 과시, 그리고 이를 부러워하면서도 추앙하는 대중들의 공모야말로 불평등을 자연스럽고 정당한 질서로 고착화한다는 것, 그리하여 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부자에 대한 열등감으로 치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불평등을 인지하는 것이 무엇을 바꾸게 하는 힘이 있을까,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달리 무얼 어떻게 할 수 있겠어?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책은 이런 비정상적인 사회의 현상에 이름을 붙이고 문제화하는 것 자체가 거대한 저항의 시작이라 말한다. 원인도 모른 채 그저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불평등을 인내하지 말고,“부당한 현실에 분노할 줄 아는 감각을 되찾자"라고 단언한다. 특권의 부당함을 보고도 분노할 줄 모르는 사회는 결국 그 특권에 굴복하게 된다는 말이 마음에 숙제처럼 남았다.


그동안 별다른 생각 없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불평등이자 모순이었다는 사실, 우리가 가진 문제를 해결해 줄 구원자라 믿었던 슈퍼리치가 지구에 가하는 해악을 알고 나니 혼란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를 우리 모두가 제대로 인지하고 분노할 수 있을 때, 그들이 쉽사리 지구의 자원을 탕진할 수 없을 것이며 그들의 오만과 책임 회피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책임감이 생긴다.


부와 특권을 성공의 상징으로 전시하는 초부유층의 삶을 이제는 동경의 시선이 아닌, 비판적인 눈으로 그 권력이 만들어 낸 결과에 의문을 제기할 줄 아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부당한 현실 앞에 침묵하거나 숙명처럼 받아들이지 말고, 건강한 분노를 회복하자는 책의 시선이 불평등과 착취를 바꿔나가는 출발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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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만드는 법 - 더 많은 독자를 상상하는 편집자의 모험, 개정증보판 ㅣ 땅콩문고
이연실 지음 / 유유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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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는 ‘작가’라고 하면 신춘문예에 등단한 사람만 진짜라 치부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개나 소나 작가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책 속 사진을 몇 장 찍어 SNS에 올리면, 그럴듯한 느낌을 줘서 인기를 얻는 책. 다 읽지 않아도 무슨 내용인지 알 것 같은 조금은 뻔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글의 책도 많다. 인생에 대한 응원이나 괜찮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엇비슷한 책이 연일 출간되고, 블로그에 몇 줄의 글을 배설하듯 싸질러 놓고는 스스로를 작가라 칭하는 이들도 생겨났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압축적인 메시지를 담아 쓰기도, 읽기도 쉽지 않은 시, 탄탄한 서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야 하는 소설은 필력을 칭송하거나 존경받지만, 일기처럼 자기 얘기를 풀어내는 에세이는 유독 ‘책 같지 않은 책’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아니라는 부정어가 붙은 ‘비문학’으로의 분류는 이런 평에 힘을 실어주는 듯하다. 학창 시절 작문 수업만 되짚어봐도 수필이나 에세이, 산문 쓰기를 과제를 내주기는 했어도 소설이나 시 쓰기를 시키지는 않았듯, 에세이는 가장 쉽게 접하고 만만한 장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에세이만큼 쉽게 가까이할 수 있는 장르도 없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누군가의 일기를 몰래 훔쳐보는 것은 마다하지 않을 터. 누군가의 다이어리나 블로그에 끄적여둔 글을 읽듯 한 사람의 마음과 인생을 헤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에세이의 매력은 고급스럽지는 않아도 생각만으로도 입가에 침이 고이게 하는 길거리 포장마차의 분식처럼, 무슨 맛인지 알기에 당기는 그 특유의 매력이 있다.


문학동네 계열사인 출판사 이야기장수. 이야기장수에서 출간되는 책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에세이이다. 주류로 인정받지 못하고 누구나 쓸 수 있다는 평을 받는 장르이지만, 유독 이곳에서 나오는 에세이들은 하나같이 사람 냄새가 가득하다. 책도 그 책을 쓴 사람에게도 주목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어떻게 이런 사연을 가진, 이런 인생을 살아낸 사람들을 찾아냈을까 싶을 만큼 한누군가의 인생을 맛깔나게 버무려낸 책의 뒤에는 한결같이 이연실 대표가 있다.


보통 출판사 하면 출판사의 이름이나 대표작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상하게도 이야기장수를 떠올릴 때면 과감한 패션에 화려한 안경테를 쓴 편집자, 이연실 대표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야기장수의 SNS 계정만 살펴봐도, 수많은 책의 편집과 출판 과정 그리고 도서전 등의 행사를 진행하며 매일 같이 땀에 전 앞머리와 만화 속 캐릭터처럼 터질듯한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저렇게 책이 좋을까’ 신기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책을 한 권 만들어낼 때마다 수많은 웃음과 눈물을 쏟아내는 사람. 과연 책을 팔기 위한 하나의 장사 전략일까 아니면 뼛속까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일까 궁금하기만 했는데, 그녀가 쓴 《에세이 만드는 법》을 통해 이연실이라는 사람을 그리고 편집자라는 직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의 제목만 봤을 때는 에세이를 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주는 팁을 담은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불황이라 모두가 어렵다는 출판계에서 출간해 내는 책마다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그녀이기에, 자신이 만들어낸 성공담이랄까 혹은 자랑이 나열되어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니 이 책은 에세이를 만드는 법이 아니라 ‘에세이를 사랑하는 편집자의 연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류로 평가받지 못하고 천대받는 에세이라는 장르에 대해서, ‘내 새끼가 얼마나 예쁜지, 여러분 여기 와서 보세요’ 하며 그녀는 절절한 사랑을 고백하고 매력을 어필한다. 평상시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보고 나면 에세이가 얼마나 매력적인 장르인지, 한 권의 책을 탄생시키기 위해 현업에서 출판인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면 항상 앞표지와 뒤표지를 가볍게 훑어본 뒤, 띠지를 빼놓고 독서를 시작한다. 하다못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면 띠지는 애초에 구경조차 할 수 없으니 띠지는 별 의미 없는 영역이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녀는 이 띠지 하나에도 열을 올리는 사람이다. 앞·뒤표지와 다른 메시지를 넣고 싶어서 문구 한 줄도 쉬이 쓰지 않는 사람이라니, 이렇게나 애타는 마음으로 쓴 책을 어찌 읽지 않을 수 있을까.


출판사의 대표이니까, 책을 팔아야 돈을 번다는 밥벌이의 시각이 아니다. 어떤 사람의 인생을 그냥 알고 지나칠 수 없어서, 그의 인생 중 어느 한 부분을 장작처럼 패고 묶어 모두가 좋아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싶은 그녀의 바람은 어떤 면에서는 참 순수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미련할 정도로 바보 같다. 하지만 그 푹 빠져든 몰입의 마음 때문에 그 진심이 뜨거운 물에 우러난 찻잎처럼 책에 녹아들어, 그 진한 진심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 될 것 같은 책을 고르는 편집자, 혹은 잘 팔릴 것 같은 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을 묵묵히 뒤에서 빛나도록, 조명을 밝혀주는 역할을 기꺼이 끌어안는 책 노동자. 그동안 에세이를 오해하고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이 미안할 만큼 그녀의 ‘에세이 편집기’는 많은 잔상을 남겨주었다. 이런 사람이라면 나의 이야기도 들어보라며 풀어놓고 싶어지고, 또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독자들에게 펼쳐낼까 기대도 가득해진다.


이 책은 에세이라는 장르를 싫어하는 사람이나 혹은 에세이를 ‘아무나 쓰고 쉽게 만드는 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이들에게도 그동안의 고정관념을 바꿔주는 계기로 만들어줄 것 같다. 본인의 이름을 남기는 일은 아니지만 책과 사람을 남기는 노동에 그저 기쁘고 감사한 사람. 그런 마음으로 만들어낸 에세이가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자주 찾는 장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기필코 독자들도 나처럼 이 책을 좋아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로 열심히 즐거운 작전을 짜는 그녀의 매일이, 에세이를 다시 부흥시키는데 기여하는 발걸음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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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불안을 이기는가 - 고요한 행복에 이르는 에피쿠로스의 지혜
박은미 지음 / 서사원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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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철학’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언가 복잡하고 어려우며, 이론적으로는 그럴싸해 보이는 얘기이지만 현실에 적용하기는 어려운 뜬구름 같은 이상이라고 생각해왔다. 철학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지혜를 사랑한다는 뜻의 그리스어 ‘필로소피아(philosophia)’에서 유래한 용어라고 한다. 세상의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판별하는 학문인데, 무엇 때문인지 오히려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관념처럼 느껴진다. 나 역시도 철학에 대해 이러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유명한 철학자들이 전하는 명언이나 가르침을 접할 때에도 크게 마음에 공감을 얻거나 이를 되새기지 못했다. ‘쾌락’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이름은 들어보았어도, 그가 추구하는 쾌락의 정의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욕구’를 지향하는 것이라 곡해해온 것이다.


이렇게 오해하기 쉬운 철학에 대해, 철학자 박은미는 《철학은 어떻게 불안을 이기는가》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철학이 마음의 근육을 튼튼히 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일념으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 있는 수많은 불안, 두려움과 즐거움을 바라보고, 철학을 통해 이유 모를 근심에서 벗어나 무엇으로 삶을 채울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대표적인 철학가 에피쿠로스의 말을 바탕으로 나라는 개인에서 시작해 너라는 타인까지 도달하는 여정을 통해 인생의 지혜, 살아 있음을 기꺼이 누리는 정신의 즐거움을 일깨운다.


‘알아들을 수 있는 철학’을 지향하는 작가는, 어렵게만 생각하기 쉬운 철학에 대해 이론이나 개념을 나열하기보다는 책을 읽는 독자 스스로가 철학적 사유에 가닿을 수 있는 쉽고 명료한 질문을 던진다. 타인과의 비교, 부에 대한 열망, 인간관계의 어려움과 같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 있는 수많은 고민과 갈등, 그리고 욕망으로 떠안게 되는 근심을 철학적 관점에서 풀이하는데, 내가 쫓고자 하는 그 많은 욕구가 정말로 내가 원하는 ‘진짜 욕망’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다 보면 어느새 불안을 넘어 타인과 사회를 신경 쓰느라 집중하지 못했던 ‘나’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우리는 타인의 삶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SNS 세상 속에서는 불안을 느끼는 이들이 없이 나를 제외한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것 같다. 그래서 금전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 주눅 들기도 하고, 뛰어난 외모나 실력·커리어를 가진 이들의 화려한 삶에 나를 비교하며 보잘것없는 스스로를 마주하기도 한다. 비교가 삶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단편적으로 보이는 모습에 ‘다들 이렇게 사는데, 나는 왜 그러지 못할까’ 하고 타인의 기준으로 행복을 재며 불행한 매일을 이어가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이러한 인간의 딜레마를 이미 꿰뚫고 있었다. “자연스럽고 필요한 욕망은 채우기 쉽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헛되이 부풀린, 끝이 없는 욕망이다.”라는 말을 통해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정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가르침을 전한다. 책은 약 2,300년의 세월을 관통하며 수많은 이들에게 검증된, 대표적인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지혜를 바탕으로 우리가 가진 욕망에 대해 재정의 하고,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크게 책이 전하고자 하는 가르침은 네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가짜 욕망과 진짜 욕망을 구분하자. 둘째, 소박하게 살 때 풍요를 누릴 수 있다. 셋째, 알 수 없음의 공포에 압도되지 마라. 넷째,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누리자. 이 네 가지 메시지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의 개념을 우리의 일상으로 끌어오며, 내가 부족하게 느끼는 결핍을 나의 부족함이 아닌 잘못 이해한 욕망에 초점을 맞춘다. 겉으로 드러난 욕망을 그대로 나의 욕구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의심하고 마음속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불안의 구속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욕망의 진정성을 점검하고 마음의 목소리와 충동을 살피며, 괴로움의 근원을 탐색하고, 자기 내면에서 타인과의 관계로 확장되는 공존의 삶으로 나아갈 때 개인의 평온은 물론 공동체의 행복에 가닿을 수 있다는 책의 메시지는 복잡하다 오해했던 철학이 얼마나 단순하고 기본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었는지 새삼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책은 에피쿠로스를 단순한 쾌락주의자로 보기보다, 근거 없는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 평온하게 살아가는 법을 제시하는 철학자로 재조명한다. 개인의 마음을 돌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을 알아차리고 더 나아가 타인과 존중하며 공존하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게 이끌어주는 가르침은 내가 가진 불안을 없애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과거의 생각에서 벗어나, 내가 가진 욕망을 제대로 구분하고 행동을 성찰하며 타인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그동안은 내가 가진 능력을 끌어올리거나, 가진 것이 많아진다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왔다. 불안감이나 근심, 누군가에게 뒤처지는 기분을 ‘내가 부족한 탓’이라 여긴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살아가면서 느끼는 대부분의 불안의 바탕에는 내가 느끼는 욕망을 오해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갖고 싶은 것을 가지지 못해 느끼는 박탈감이나 우울감은 어쩌면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비교로 인한 ‘가짜’일 수도 있다는 것, 그렇기에 내가 원한다고 믿는 가치를 추구하기 이전에 그것이 정말 내가 바라는 것인지 살펴보는 습관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하는 것을 쫓고자 하는 충동 이전에 잠시 멈춰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성찰하는 습관, 그리고 순간적인 욕구에 휘둘리기 보다 지속 가능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것인지 구분하는 법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 같다. 막연한 불안감에 휘둘려 순간적인 판단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기 보다 괴로움의 원인을 제대로 직면함으로써 평온함을 찾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것의 기본에는 ‘나’를 헤아리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것이 이 책이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한다.


그렇게 나를 제대로 이해한 후에 타인을 받아들이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때, 개인의 안녕은 타인과의 조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긴다. 수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매일을 불행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런 긍정의 마음은 앞으로를 살아가는 데 있어 나아갈 힘이자 방향을 일러주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고 삶에 불만족을 가진 사람이라면, 착각하기 쉬운 ‘욕구’를 올바로 해석해 삶을 즐거움으로 이끌어주는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시야를 깨우고 도움을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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