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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 B급 홍보 개척사 - 한 소도시를 당대의 히트작으로 만든 홍보의 전설, 제13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종합 부문 대상작
조남식 지음 / 이야기장수 / 2026년 8월
평점 :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사람의 취향이라는 게 참 신기한 것이, 모두가 멋지고 아름다운 것만 쫓지 않는다. 아무리 멋있고 잘생긴 배우가 나오는 작품이어도 자신만의 끼를 발산하는 조연 배우가 ‘약방의 감초’같은 역할을 하며 극의 맛을 더하기도 하고, 촌스러운 시골 할머니의 옷차림에서 따온 ‘김장 조끼’가 우리나라를 넘어 해외에까지 퍼지기도 했으니 B급 감성이 주는 매력이 어마어마하다. 조금은 힘을 빼고 만만한 듯한 느낌, 각 잡고 만든 게 아니라 누구든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편안함이 오히려 거부감 없이 그를 평가하며 꼬투리를 잡지 않고 빵 터지게 하는 즐거움이 있달까.
하지만 이런 B급이 관공서에서 등장한다고 하면 응? 진짜로?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고루하고 딱딱한 이미지, 정자세로 공신력 있게 임해야 할 것 같은 공직 세계와 B급 감성은 마치 함께하면 안 될 것 같은 평행선을 달리는 극과 극의 존재 같달까.
거의 10여 년 전, 나 역시 인터넷을 통해 접하고는 ‘미쳤다’와 ‘진짜 병맛이네’ 하면서 어이없는 헛웃음이 나왔던 기억이 난다. 구독자 100만 명을 넘긴 유튜브 채널로 엄청난 인기몰이를 한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에 앞서 SNS 담당자였던 조남식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그림판이나 파워포인트로 직접 만든 포스터를 충주시의 공식 행사와 채널에 활용함으로써,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공공기관과 B급을 조화시킨 것으로 이슈몰이를 했다.
페이스북과 네이버 블로그에서 시작된 그의 B급 포스터는 본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을 넘어 온라인상에 수없이 퍼나름으로 퍼지게 되었고, 그 유명세는 꽤 긴 시간 이어졌다. 광고홍보학을 전공하고 디자이너이자 마케터로 일한 나에게는 마치 소가 뒷걸음질을 치다 개구리를 잡은 격처럼, 그의 화제가 노력 없이 얻은 성공처럼 여겨져 조금 분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어떻게 공직 업무에 B급 감성을 얹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게 왜 먹혔던 건지 내심 그 비법과 그의 의도가 궁금하기도 했는데 《충주시 B급 홍보 개척사》를 통해 한 소도시를 당대의 히트작으로 만든 그의 노하우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책은 개인 SNS도 하지 않던 그가 충주시 SNS 담당자가 되면서 하나씩 몸으로 부딪쳐가며 개척해나간 B급 홍보 대한 이야기로 꽉 채워져 있었다. 충주와 청주를 헷갈려 하는 사람들에게 충주시에 대해 알린다는 이념 하나로, 오히려 계산된 행동이었다면 이렇게 큰 화제가 되지 못했을 좌충우돌의 경험은 그간 ‘우연히 얻어걸린 것’이라 생각했던 성공에 대해 새로운 이면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따로 예산이 없어서, 누구에게 부탁할 수 없으니까 자신이 할 수 있는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도형을 겹쳐 올려 만든 포스터. 우연히 옥수수를 먹다 너무 맛있어서 ‘이렇게 맛있는 충주의 농산물이 잘 팔렸으면 좋겠다’는 노력은 그저 우연이나 운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진심과 간절함이 닿아 있었다.
때로는 너무 힘을 주고, 제대로 만들려다 보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실무를 할 때 나 역시 마주한 딜레마이기도 하지만 완벽을 기하다 보면 너무 많이 망설이게 되고, 또 그러다 보면 원래의 계획이나 방향이 조금 흐려져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조남식의 홍보는 처음에는 아무도 바뀌었는지조차 모를 정도의 무관심 아래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또 여기에 윗분들의 사진을 과감히 넣고 결재를 요청하는 용기까지 의도하지 않았지만 ‘과감한 결단과 빠른 실행력’이 얼마나 홍보에 있어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만들었다.
기존과 다른 낯선 콘텐츠. 이미 잘 하고 있는 사람의 아류나 짝퉁이 되지 않기 위해 나만의 길을 선택한 뚝심까지. 그런 결과물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게 보는 이들에게 재미와 놀라움을 선사하고 이를 ‘긍정’할 수 있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한두 번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하나의 콘셉트로 잡아 마중물로 만들어, 시리즈물로 계속된 노력을 기울인다. 그 실행 이면에는 성과가 뒷받침되어서도 있지만 그의 계획과 시도에 반대하지 않고 승인해 준 상사의 결단 역시 한몫했을 것이다. 여기에 한 번의 성공에 힘입어 이제는 그럴싸한 것을 만들겠다는 ‘더하기’가 아니라 매번 어떤 것을 덜어내고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선구안, 첫 댓글의 중요성을 감지한 그의 감각이 더해져 B급 홍보는 점점 더 확장되어 나갈 수 있었다.
홍보 전문가도 아닌 순환근무를 하는 공무원 세계에서 그가 만들어낸 홍보의 효과는 참 엄청났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도한 것 같지만, 그가 진행한 B급 홍보들을 들여다보면 공공기관을 넘어 브랜드나 1인 기업체, 상점이나 가게 등에서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는 확실한 아이디어와 방향성이 가득했다.
인터넷의 생태계를 잘 모른다고 했지만, 인터넷 세상에 맞는 문법으로 ‘있어빌리티’보다 잘 보이는 순간의 집중력을 선택했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왕 하는 일이라면 잘 하고 싶다는 마음에 그리고 자신이 담당하는 충주시에 대한 사랑으로 보상 없는 업무에도 열을 올리는 매일이었다.
나라면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있었을까, 적당히 하던 대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애써 수고스러움을 선택하고 ‘일을 벌이는’ 업무 속에서 그는 진정한 홍보의 의미를 깨닫는다. 자신을 알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변화를 만드는 모든 과정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의 글을 읽고 나니, 비전문가가 만들어낸 성공이라 조금은 질투하고 배 아팠던 과거의 생각이 미안해지기까지 했다. 어떤 일을 할 때 그것을 잘 해내는 비법에는 정확한 분석이나 계획, 수많은 계산이나 끝없는 시도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그 모든 것을 셈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가 그 대상을 애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속한 현재의 위치에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내디딘 것이 지금이 되었다. 2-3년의 뜨거웠던 영광을 뒤로하고 순환업무로 다른 일을 해야 했을 때에도 ‘내가 이룬 것인데’하는 아쉬움이나 공치사 없이 묵묵히 업무로 돌아간 그의 선택도 참 단단하게 느껴진다.
그의 B급 홍보 개척사를 되짚어 보며, 나는 내 일에 이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되묻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어떤 하나가 성공하면 그것을 ‘하던 대로’ 이어가며 몸과 마음의 편안함을 찾고자 했던 과거의 시간들을 반성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해 보이는 성공이었다. SNS를 담당하게 된 담당자가 어설픈 솜씨로 만든 포스터 한 장이 대박 나면서, 비슷한 아류작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것. 그렇지만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가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알리고 싶었는지의 마음을 헤아려본다면 그것을 쉽게 ‘B급’이라 표현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 진심만큼은 누구보다, 어떤 브랜드보다 A급이었다.
그가 전하는 B급 홍보의 실전 노하우를 되새기며 홍보란 무엇인가, 내가 무엇을 홍보하고 싶은가를 정리해 보는 ‘미래’를 떠올릴 수 있는 독서였다. 누구든 자신의 일에 그가 전하는 홍보 노하우를 적용한다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의,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