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병동 -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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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인생은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선택(Choice)라는 말이 있다. 태어남과 죽음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지만, 그 사이의 삶은 매 순간 내리는 선택을 통해 채워나간다는 뜻이다.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의 길에서 우리는 옳다고 믿는 가치에 따라 결정한다. 그렇게 한번 결정한 선택은 되돌릴 수 없다. 그렇기에 때로는 내가 신중히 고민한 끝에 내린 선택이었어도 그 결과로 인해 힘들어질 때면 ‘다른 선택을 하면 어땠을까’하는 후회를 하기도 한다. 특히 인생이 얼마 남지 않은 막바지에 다다른 상황이라면 더욱 후회의 감정이 크게 다가올 것이다.


냉철하게 현대 사회문제를 꼬집는 픽션으로 인정받는 작가 가키야 미우의 《후회 병동》은 말기 암 환자를 돌보는 내과 의사 루미코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평상시 환자를 돌볼 때 다정하거나 살갑지 못하고, 말주변이 없어 때로 환자나 보호자들의 핀잔을 듣기도 하는 그녀. 그러던 어느 날 병원 안뜰에서 이상한 청진기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청진기로 환자를 진료하던 중 그 안에 숨겨진 특별한 비밀을 발견하게 된다.


이 청진기를 환자에게 가져다 대면, 그 환자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 배우의 꿈을 포기한 30대의 여성 사토코, 가족보다 일을 우선시했던 게이치, 딸의 결혼을 반대했던 과거를 후회하는 지토세, 친구를 외면했던 과거의 비겁함을 후회하는 고지. 말기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이 환자들은 얼마 남지 않은 삶을 후회하고 있었다. 간절한 소원을 가진 이들은 루미코의 청진기를 통해 ‘과거의 다른 선택으로 이어지는 문’을 발견하게 된다. 가장 되돌리고 싶었던 인생의 시간으로 되돌아간 이들은 자신의 과거를 바꿔, 과연 인생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


꼭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사소하게는 진학한 학교나 직장, 혹은 단절된 인간관계를 바로잡는 등 크고 작은 후회의 마음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을 되짚으며 이따금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의 나래에 빠지기도 한다.


다시 살아보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소설 속 환자들이 희망을 품고 되돌아간 과거는 완벽한 행복을 가져오지 않는다. 엄마의 반대로 배우의 꿈을 펼치지 못했던 사토코는 과거로 돌아가 배우가 되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지만, 막상 힘겨운 현실과 부딪치며 자신의 꿈을 반대했던 엄마의 마음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가족은 뒤로 한 채 일에 집중하느라 몸은 힘들면서도 가족과의 유대는 가지지 못했던 게이치는 시간을 돌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통해 진짜 자신의 가족들이 필요로 했던 것은 무엇인지, 아등바등 살았던 자신의 인생에 후회를 하며 진짜 중요한 것의 가치를 깨닫기도 한다.


딸의 결혼을 반대했던 지토세는 과거로 돌아가 반대하던 결혼에 찬성의 의견으로 바꾸며 결과를 바꾸려 하지만, 막상 결혼 반대만 아니면 행복할 것 같았던 딸의 삶이 행복하지 않은 모습을 보며 힘겨워 한다. 동급생의 도둑질하는 장면을 보고도 모른 척 한 채, 그 잘못을 친구가 혼자 뒤집어쓴 뒤로 인생이 꼬인 것을 그저 방관할 수밖에 없어 후회했던 고지는 과거로 돌아가서는 반대로 자신이 죄를 뒤집어쓰며 새로운 방향으로 인생을 바꾸고자 하지만 그때는 알지 못했던 사건의 진실과 숨겨져 있던 감정을 깨달으며 다시 한번 후회와 복수의 감정을 다짐한다.


후회되는 순간으로 되돌아가서 선택을 바로잡는다 해도, 그들의 인생에 행복이 찾아오지는 않았다. 누군가에겐 깨달음의 결말을, 누군가에겐 또 다른 후회를 가져오기도 했고, 차라리 모르는 게 좋았을 진실을 마주하며 힘겨워하기도 했다. 그런 것을 보면 그 후회의 감정의 본질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열망일 뿐, 사실 인생의 선택이 그리 간절한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로 되돌아가 새로운 선택과 인생을 살아본 환자가 세상을 떠나며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환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해 스스로를 좋은 의사가 아니라고, 능력 부족이라며 힘들어하던 루미코 역시 청진기를 통해 그들의 후회와 마음을 읽으며 조금씩 누군가의 감정에 공감하고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태도를 배워가며 성장해나간다.


인생은 제아무리 똑똑한 사람이 살아낸다고 해도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후회는 뒤따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이야기들은 다시 선택하더라도 여전히 후회하는 인간의 어리석음, 그리고 이따금 다시 행복과 깨달음을 얻어 가는 사랑스러움을 통해 완벽한 인생보다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금 그리고 오늘 하루를 소중히, 오롯이 살아내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가끔 과거로 시간을 돌린다면,이라는 전제하에 누군가는 엄청난 당첨금의 복권 번호를 외운다거나 주식 투자 등의 정보를 외우고 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 그렇게 해서 내 손에 돈이나 꿈꾸던 지위, 선택을 한다고 해도 우리가 완전한 행복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 선택으로 인해 인생에는 또 다른 갈림길이 나타날 것이고, 또 다른 선택 앞에 우리에게 후회는 여전히 남지 않을까.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시간과 인생을 미워하고 후회하기보다, 지금과 앞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더 의미 있음을 일러주는 이 책이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며 투덜거리는 현대인들에게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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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의 풍경
장강명 지음 / 해냄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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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1990년대 초에 개봉한 영화 〈BACK TO THE FUTURE〉. 타임머신을 타고 2015년의 미래로 이동한 모습이 그려졌다. 실제 2015년이 되었을 때, 과거 영화 속의 묘사와 현재가 어떻게 같고 다른지 비교한 것이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당시에는 실현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던 미래의 모습이 실제로 현실화되기도 했으니, 지금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도 그때가 되면 일부 현실이 되지 않을까.


최근 몇 년 새에 큰 화제가 된 AI 기술. 챗 GPT로 리포트 작성이나 번역 등에서 도움을 받기도 하고, 생성형 이미지나 딥페이크 영상 제작 등 실제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화되었다. AI 기술의 적용 범위도 점점 확대되어 미래에는 많은 직업군이 사라지게 된다는 전망이 있을 정도이다.


과연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AI 기술이 편리하고 안전한 삶을 약속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간편해진다는 것을 이유로 ‘인간만의 고유성’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든다.


SF소설 하면 손꼽히는 작가 장강명이 신작 《근미래의 풍경》을 통해 기술이 삶과 사회를 바꾸는 순간을 담아냈다.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기술이 아니라 실제 미래에 나타날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상상들 속 장면들을 짧은 소설로 엮었다. 편리할 것 같은 기술, 인간의 부담을 줄여줄 것 같은 기술이 현실이 되었을 때 과연 변질되는 가치는 없을까? 이 변화하는 풍경이 나에게 어떤 체감으로 다가올지, 그 답을 책을 읽는 독자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통해 찾게 한다.


많은 부분에 있어 GPT의 도움을 받는 지금의 모습을 시작으로 디지털 초상권, 인공 자궁, 멸종 생물의 복원, 디지털 아바타, AI 직원 등의 소재는 분명 간단하고 편리한 기술인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묘한 불편함과 한계를 마주하게 한다. 인간다움이나 융통성을 느낄 수 없는 ‘학습된 대로’ 움직이는 AI의 단점이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뒤로 한 채 삭막하게 단절되는 관계를 마주하며 씁쓸하기도 했다.


출산을 하다가 생명을 잃는 산모나 아이, 직접 직원을 마주하거나 통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적 클레임 등을 생각하면 인공 자궁 서비스나 AI 직원은 장점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학습된 데이터만으로 환자의 상태나 문의에 응대하느라 서로 간의 유대나 공감을 잊게 된다는 건 과연 ‘누구를 위한 기술 개발인가’라는 의구심을 들게 하기도 한다.


기술 개발을 활용하되 여기에 잠식되거나 휘둘리고 싶지 않은 마음, 그러면서도 뒤처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어떤 선택과 답을 내릴지 한순간에 결정할 수는 없을 터. 다양한 가능성과 마주할 수 있는 현실을 담아낸 이 책은 픽션이지만 언젠가의 현실이 될 것 같고, 그렇기에 더 가벼운 마음으로만 읽을 수는 없었다.


이렇게 변화한 미래가 과연 모두에게 행복을 안겨줄 것인가 묻는다면 그것은 절대 아니다. 기술에서 배제된 그리고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도태되는 사람이 될 것이고, 아무리 이 기술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 하더라도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훼손된다면 아무리 좋아 보이는 기술이라 하더라도 사용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자연임신이 불가능한 사람이 많아 입양밖에 방법이 없었다면, 이제는 인공수정 등을 통해서 ‘난임은 있어도 불임은 없다’는 시대가 되었다. 시험관 시술 역시 처음에는 인공적으로 생명을 만든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비판이나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며 더 나아가 내 몸이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힘들지 않기 위해 할리우드 배우들은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는 경우도 많아지며 인식이 바뀌게 된 것이다.


지금은 인공 자궁이라는 것이 굉장히 비인간적이고 모성애를 지우는 기술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유전적인 결함으로 인해 임신이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자 기다리는 기술일 수도 있다. 꼭 직접 낳아야만 모성애가 생기는 걸까. 임신을 여성만 할 수 있지만 아빠 역시 직접 출산을 하지 않았지만 부성애가 생기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인공 자궁에서 태어난 아이를 둔 엄마도 키우면서 모성애가 생길 수도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책에서 보여주는 미래의 모습은 옳고 그름을 따지고자 함이 아니다. 나타날 수 있는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제시하되,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과 잃을 수밖에 없는 점을 고루 보여주며 기존의 가치를 바꾸더라도 기술을 도입할 것인가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삶에 만족할 것인가를 ‘질문’하는 것이다.


피식 웃음 짓게 하는 이야기도, 조금은 뜨끔하게 되는 이야기도, 어떤 이야기는 ‘이 정도 기술은 괜찮은 것 같은데’ 싶은 생각도 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근미래의 풍경을 예측해 보는 재미가 있기도 했다. 분명 픽션이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는 현재의 기술 개발과 맞닿아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이 책을 펼쳐 보았을 때, 영화 〈BACK TO THE FUTURE〉와 현재를 비교했듯 지금의 생각과는 또 다른 새로운 마음을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랑과 우정, 돌봄과 애도까지 기술이 대신해 주는 사회. 사회의 가치와 권력까지 재편될 그 모습이 과연 어디까지 현실이 될지, 그 안에서 내가 후회하고 되돌리고 싶을 가치는 없을지 궁금해진다. 편리하되 인간다움은 잃지 않기를, 그럼에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꼭 쥐고 있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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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는 삶에 대하여 (국내 최초 단권 완역본) - 에픽테토스 스토아 철학 전집 ㅣ 현대지성 클래식 80
에픽테토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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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종영한지 한참이 지났지만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자주 회자되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그중 기억에 남는 회차 중 하나는 과거에서 온 사람의 콘셉트로 길가의 시민들을 만났던 장면이었다.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오?”라는 출연진의 질문에 어떤 사람이 “회사원이오.”라고 답했고, “회사원이 뭐 하는 사람이오?”라는 재질문에 “노비요.”라고 대답해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었다.


요즘은 스스로를 시대의, 혹은 사회의 ‘노예’라고 표현하는 이들이 많다.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매일을 발버둥 치지만 손에 쥐는 것도, 충만한 행복감을 느낄 새도 없이 삶은 나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기만 하며 자유 따위는 사치가 된 기분이다. 작게는 입시나 취업, 사업 실패 혹은 불치병이나 질환 같은 질병, 늘 부족한 돈과 가난. 그리고 언젠가 누구나 마주해야 하지만 두렵기만 한 죽음.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받는 비난 등은 우리에게 숨 쉴 여유조차 만들어주지 않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이 두려움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불편한 상황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좋을지 헤매는 우리들에게 《두려움 없는 삶에 대하여》는 철학가 에픽테토스 스토아 철학의 메시지를 바탕으로 현대에도 적용할 수 있는 해답을 제시한다.


에픽테토스는 서기 55년 경 태어나 노예로 살다가 해방된 뒤 철학을 가르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사상은 ‘의지’에 초점을 맞춘 철학으로, 살아 있는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쓰지 않았지만 그의 강의를 담은 제자의 저서 《담화록》과 《편람》을 통해 가르침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 책은 담화록 1~4권부터 편람과 단편까지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을 모두 담아, 그가 전하고자 하는 스토아 철학의 진수를 한 권에 만나볼 수 있다.


에픽테토스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상황보다 자신의 판단과 선택에 집중하라는 실천적 지혜를 전한다. 보통 ‘철학’하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지기 쉬운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평정심의 유지, 내면의 자유를 지키는 삶을 강조하며 보다 현실적으로 와닿는 내용이었다. 이미 벌어진 일의 결과보다 내가 책임질 수 있는 행동에 집중할 것, 원하는 것을 줄이고 내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미리 살피되 내가 느끼는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을 것 등의 메시지는 외부 조건을 바꾸려 하기보다 판단과 선택을 바로잡는 삶의 중요성을 느끼게 한다.


책은 이론적인 설명 보다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 앞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이 일은 지금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인가? 혹은 지금 내가 하는 해석이 나를 더 현명하게 만드는가 등 스스로가 자신의 판단과 행동을 계속 점검하며 객관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도록 도와준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내 일은 나의 기분이나 상황에 치우쳐 감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나에게 달린 것과 아닌 것을 새로이 규정하는 그의 철학적 가르침은 시대를 넘어 현재에도 유효한 메시지라 되리라 생각한다.


에픽테토스가 전하는 스토아 철학은 어떻게 사는가에 무게를 둔다. 인간의 영역을 판단·충동·욕구·회피와 같이 나에게 달린 것과 건강·재산·명성처럼 나에게 달려있지 않은 것, 즉 외부 요인에 좌우되는 것으로 나눈다. 그동안 건강과 재산, 명성 등은 나에 의해 달라지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의 규정은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이런 영역의 규정을 바탕으로 진정한 자유는 신분이나 환경이 아니라, 나의 선택과 반응을 다스리는 데 있다고 보았다.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누어 결과보다 준비와 실행에 집중할 것을,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에 붙인 평가가 고통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상대의 말이나 상황을 곧바로 확대 해석하지 않기를 권한다. 또한 감정에 좌지우지되기 쉬운 상황에서도 감정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끌려다니지 않는 평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불안에 올라올 때 판단과 그 이후 행동 사이에 거리를 두라는 조언은 철학을 넘어 일상생활은 물론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공동체에서의 올바른 행동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관계와 사회 속에서도 책임 있는 선택을 할 것, 철학을 지식이나 이론으로 생각하며 멀리하고 어렵게 생각하기보다는 매일 나의 판단과 욕망을 점검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이 될 것이다.


방대한 양의 책 두께에 읽는 데 오래 걸리기도 했지만 촘촘하게 들어간 각주와 특별 해석 덕분에 한결 이해하기 좋았다. 에픽테토스와 스토아 철학의 이론적인 개념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향을 짚어주고, 실제 삶에서 마주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따라 구분되어 있어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펼쳐보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든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안감은 우리가 스스로를 ‘노예화’하며 ‘자유의지’를 지우는 행위가 아닐까 싶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그 사건의 견해라는 에픽테토스의 명제, 노예 신분이라는 한계 절름발이라는 육체적인 고통 속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하며 외부의 폭력에도 판단과 태도를 지켜나간 그의 삶 자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할 수 있는 자세를 배우게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끝내 내 몫으로 남는 자유. 그것을 얻어내는 데는 환경도, 타인도, 그 어떤 요인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결국 내 마음 안에 답이 있다는 것. 어떤 판단을 내리고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


나에게 속한 것에 집중하고, 나에게 속하지 않은 것은 내려놓을 때 고통받지 않을 거라는 어쩌면 이 단순한 진리를 왜 그동안은 몰랐을까 싶다. 걱정 부자인 내게,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하고 괴로워할 때마다 좋음과 나쁨 마저도 오직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으며 결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님을 역설하는 에픽테토스의 지혜는 생각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집착과 에너지 낭비를 줄이며 바꿀 수 없는 현실에 매달리기 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에 집중하자는 다짐을 잊지 말고 자주 되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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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명대사 필사집 - 작품의 감동을 명대사로, 명대사 필사로 중국어 공부를
김소희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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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중국·대만 드라마 하면 ‘포청천’이나 ‘황제의 딸’처럼 우리나라로 치면 사극 작품을 떠올리곤 했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기껏해야 16부작, 대하드라마나 사극은 꽤 회차가 길기도 했지만 60부작 가까이 되는 중국 드라마는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처럼 흥미를 자극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초,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국내 순위 TOP에 중국 드라마 한 편이 등장했다. 현대극도 아닌 고장극인 《축옥 : 옥을 찾아서》이 엄청난 인기를 끌며, 주연을 맡은 배우 장릉혁과 전희미라는 이름도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요즘 중국 드라마는 좀 다른가? 하는 호기심이 생기던 찰나, 문득 대학 - 직장인 시절 나도 푹 빠졌던 《악작극지문 : 장난스런 키스》와 《치아문단순적소미호 : 아름다웠던 우리에게》의 추억이 떠오르며 ‘오랜만에 중국 드라마 한번 볼까?’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시작한 ‘중드 시청’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수많은 작품 속으로 푹 빠져들게 만들었고, OTT 구독이며 중국어 공부에까지 흥미가 확장되며 최애 배우도 생기고, 수많은 중국 배우들의 이름과 작품을 익히게 되었다. 드라마를 보다 보니 자주 등장하는 대사들은 자막을 보지 않고도 조금씩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 경지에 이르게 될 때 즈음, 이왕에 중국 드라마를 즐기게 된 김에 중국어 공부를 제대로 해보자는 다짐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문법부터 익히면 재미가 덜하니까, 이왕이면 드라마나 영화의 명대사를 통해 익숙한 표현이나 단어를 익히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동양북스에서 출간된 《중국어 명대사 필사집》을 통해 무려 70여 편에 달하는 드라마, 영화의 명대사를 만나볼 수 있었다.


어떤 것을 익힐 때 그냥 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한번 직접 써보는 것이, 그리고 쓰면서 읽어보는 것이 더 머릿속에 오래 각인이 된다고 하는데 텍스트힙 열풍과 함께 ‘필사’가 하나의 트렌드가 된 요즘, 대사를 필사하고 단어를 익히는 시간이 하루의 큰 즐거움이 되었다.


나처럼 우연히 중국 드라마 《유성화원》을 계기로 중국어에 빠지게 된 작가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나 연예인을 찾아,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중국어를 접했던 덕질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만들었다. 그저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그녀를 파워블로거이자 한중 합작 드라마·영화 시나리오 번역가로 변신시켜준 만큼 중국 드라마나 영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작품의 감동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또 이를 통해 공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계기로 만들어줄 것이다.


책은 나도 재미있게 본 작품인 중드 입문작 《투투장부주》를 비롯해 최신작인 《태양을 보지 않았다면》이나 《애니 : 널 사랑해》 등의 다양한 작품을 다룬다. 청춘물부터 장르물, 사회 고발물 등 다채로운 중화권 드라마와 영화가 소개 되어 있어 ‘어떤 작품을 볼까’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작품을 소개하는 역할도 하며, 소개된 작품을 필사하고 직접 보다 보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중국어에 한걸음 다가가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작품명과 감독, 주연, 개봉(방영), 장르와 원작, 볼 수 있는 OTT에 대한 정보는 물론 극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이에 얽힌 이야기가 함께 등장한다. 명대사만 나열하듯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극에 대한 정보가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필사에 앞서 스토리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고, 감독이나 배우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다. 이미 본 작품의 경우 미처 몰랐던 정보를 알 수 있고 처음 접하는 작품이라 하더라도 그 배경을 이해한 뒤에 필사하면 보다 재미있게 임할 수 있다.


극에 대한 설명, TMI도 함께 기재되어 있어서 몰랐던 작품의 비하인드를 알게 되어 좋았는데, 저자만의 감상 포인트나 현지에서만 알 수 있는 비하인드와 명대사의 맥락 등을 포함하고 있어 그냥 ‘쓰는 것’이 아닌 ‘문화 이해’도 할 수 있다.


필사집인 만큼 책은 180도로 펼쳐져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책에 필기하기에 편리하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왼쪽은 중국어 원문, 오른쪽은 한국어 번역문으로 나뉘어 있다. 줄이 그어져 있어 필기하기에도 편리하고 두께감 있는 종이 소재 덕분에 뒷면에 펜이 비치지 않아 좋다.


저자가 고심하여 선정한 대사들은 익숙한 대사도, 이 작품에 이런 대사가 있던가 되짚게 하기도 했는데 낯선 외국어를 나의 언어로 길들일 수 있는 필사의 과정을 통해 교과서적인 딱딱한 표현이 아닌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실제 현지인의 단어와 문형을 파악할 수 있어 좋았고, 비슷한 표현이나 대사가 나왔을 때 그냥 흘리지 않고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 같다.


명대사 아래로는 해당 대사에 들어가 있는 주요 단어와 어휘를 따로 정리했다. 한자와 병음 표기, 뜻을 따로 정리해 어떻게 발음하는지도 익힐 수 있고 1-4성으로 어떤 성조로 발음하느냐에 따라 다른 의미로 바뀌는 중국어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냥 한자와 뜻만 씌어 있으면 와닿지 않을 텐데, 병음 표기가 되어 있어 중국어에 대해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며, 앞쪽에 한번 등장한 단어라 하더라도 다른 작품에 같은 표현이 나오면 다시 해당 단어·어휘에 대한 설명이 등장하기 때문에 반복학습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떻게 활용하면 더 의미 있는 필사로 이어질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따로 필사 노트를 만들기로 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명대사는 있지만 아직 시청하지 않은 작품이 등장할 때는 어떤 작품인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필사할 작품을 미리 검색해서 포스터와 스틸컷을 찾아보고 프린트해서 나만의 필사 노트를 만드는 것인데, 나중에는 여기에 추가로 직접 시청한 뒤 감상을 적어두면 더 좋겠다는 아이디어도 떠올랐다.


책에 등장한 명대사의 중국어, 번역문을 함께 한 번 쓰고 등장하는 어휘는 따로 한 번 더 써보니 처음에는 마냥 어렵게 느껴져 거의 그림 그리듯 썼던 중국어가 단어를 쓰며 한번 더 쓸 때는 좀 더 나아지는 발전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작품의 포스터와 사진을 더하니 대사는 물론 극에 대한 이해와 감상도 더 커지는 기분이라 좋았다.


단어는 5개 - 10개 남짓으로 대사와 단어, 어휘를 하루에 하나씩 한다고 해도 부담이 없는 양이다. 병음 표기도 함께 써보고, 요즘은 번역 앱이나 포털 사이트의 어학사전에서 해당 단어를 찾으면 발음을 들려주기도 해서, 직접 단어를 찾아 들어보면서 필사를 했더니 제대로 중국어 공부를 하는 느낌이다.


그동안 중국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는 자막에만 집중을 하기 때문에 들리는 소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필사를 시작하게 되면서부터는 들리는 대사에 아는 단어가 있는지 귀를 쫑긋 기울이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중국어의 병음과 우리가 한자를 읽을 때 같은 단어도 다르게 발음할 때가 많은데, 어떤 단어들은 우리 발음과 중국어 발음이 비슷해서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때로는 노래나 시끄러운 억양처럼 들리던 성조도 조금씩 귀에 꽂히게 되어 신기하기도 했다.


나, 너, 우리, 감사합니다 같은 기본적인 표현을 비롯해 숙어나 부정문처럼 문법적으로 난이도가 있는 어휘를 만날 수도 있었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외국어를 익히는 새로운 방법을 익히게 된 것 같아서 좋았다. 고등학생 시절 제2 외국어로 중국어를 배우면서는 간체로 한자를 외우고 여기에 병음과 한국어 뜻풀이까지 마냥 ‘외울 게 많아서 힘들다’고만 생각 했는데 이렇게 작품의 명대사를 필사하는 과정은 즐겁게 공부할 수 있어 보다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태도로 바꾸게 해주었다.


필사집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그냥 옮겨 적는 식이었는데, 회차를 반복할수록 ‘이건 전에 나왔던 표현이네’하는 익숙함은 물론, 문법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나 책에 설명되지 않은 모르는 어휘를 찾아보는 추가 공부로 이어지게 되었다.


대사를 써본다고 언어를 얼마나 익힐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던 시작이, 차곡차곡 노트의 장수가 늘어나듯 즐거움과 새로운 지식이 쌓여 의미 있는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나처럼 중국 배우나 연예인, 드라마나 영화에 빠지게 되며 ‘그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소소하게 작품의 명대사를 필사하며 작은 발걸음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싶다. 비록 시작은 미약할지라도, 이 작은 시작이 발걸음을 더해 나중에는 외국어 전문가로 발돋움하는 의미 있는 변화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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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언어가 당신을 만듭니다 - 국내 1호 언어스타일리스트의 비즈니스 언어 코칭
남혜지 지음 / 비타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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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어렵게 느껴졌던 것 중의 하나가 주간 업무보고였다. 일주일 동안 진행한 업무의 경과와 다음 주에 진행할 업무 계획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학교 다니던 시절 나름 ‘발표 좀 한다’고 자부했던 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이 어찌나 어렵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단순히 나열식으로 매일의 일과를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의 진행도나 문제 발생 여부, 그리고 다른 팀이나 유관 부서와의 협업에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등을 포함해 이 모든 내용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해 발표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보다 높은 직급의 분들은 단 몇 줄로 간단하게 본인의 업무를 정리하면서도 조리 있고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반면 나는 늘 보고서 속 분량은 많았지만 누군가 질문을 하나 던지면 우왕좌왕하며 헤매기도 했고, 당황할 때면 ‘아, 그게 아니라’같은 어설픈 말을 덧붙이며 얼굴이 빨개지는 것도 다반사였다. 분명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눈치가 빠르고 능숙한 동료의 발표에서는 프로다움이 묻어나 부럽기도 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비즈니스 언어’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 그 한 끗 차이에서 결과가 달라진 것 같다.


아마 직장 생활을 해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내 말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내 생각을 어떻게 해야 제대로 힘 있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국내 1호 언어 스타일리스트 남혜지가 《당신의 언어가 당신을 만듭니다》를 통해 그 비법을 전수한다.


책은 비즈니스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내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설득하며, 갈등을 줄일 수 있는지 말하기와 소통에 대한 안내를 담았다.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직장인의 말하기를 가르쳐온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말 습관을 점검하고, 상대를 설득할 때 가장 중요한 관점을 짚어주며, 갈등을 마주했을 때 상대방과의 차이를 어떻게 조율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말투와 업무 소통에 대한 표현법을 교정해 주는 다양한 사례를 담았다.


나처럼 업무 보고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이나, 회의나 발표를 앞두고 긴장하는 이들에게 실무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활용팁이 가득하기에 사회 초년생이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소통이 어려운 직장인들에게 반가운 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요즘은 함께 일하는 동료와의 소통에 있어서도 일명 ‘쿠션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무조건 솔직하게 말하는 것보다, 듣는 이를 배려해 적당히 돌려 말하거나 기분 나쁜 표현을 지양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듣는 이의 눈치를 보다 보면 어느덧 나의 말에는 자신감이 떨어지고 나만의 주관보다 이리저리 타인의 의견에 휘둘리는 단점이 생기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말하기에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고민되는 시기에 상황과 상대, 성과와 연결되는 행동으로서 비즈니스 언어를 바라보고 이에 대한 조언을 담아낸 이 책이 업무는 물론 상대를 설득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이 그저 유창한 말솜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상대가 납득할 만한 설득력을 가지며, 의견이 부딪치는 순간에도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두루뭉술한 표현,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 무심코 사용하는 직장인의 말 습관 등을 지적하며 결론부터 말하는 방법, 요점을 분명하게 만드는 방법, PERP(Point - Reason - Example - Point) 구조 화법, 짧은 문장으로 말하는 방법 등 내가 가진 생각을 정확하고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설득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도, 상대방을 내 의견에 동의해 내가 이기도록 하는 말하기로 보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지지 않아야 좋은 설득’이라는 관점에서 논리와 감정, 신뢰, 관점 전환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며 시야 확장에 도움을 주었다.


아무리 생각을 깊게 하고 잘 말하려 노력하려 해도 대화와 소통의 과정에서 갈등을 불가피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발생하는 갈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과거를 해명하는 변명식의 접근보다 미래의 해결에 초점을 맞출 것, 그리고 ‘나 vs 너’가 아닌 ‘우리 vs 문제’의 구도로 대화를 전환함으로써 불필요한 감정과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새로운 접근법은 실무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말하기 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조금만 말을 바꿔도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업무를 하며 마주하는 상대방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즈니스 언어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단순히 표현법의 제안에 그치지 않고 직접 말하고 쓰고 연습하는 챕터도 준비되어 있어서 예시 문장이나 고민 상황에 직접 답을 해보며 내가 가진 문제점을 실제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무척이나 실용적으로 느껴졌다.


꼭 회의나 보고 등의 상황뿐 아니라 스몰토크나 감사, 거절, 자기소개 등 다양한 상황에 활용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고, 회의 전 내용 정리 템플릿이나 커뮤니케이션 회고록 등이 있어 필요한 상황에 따라 펼쳐보고 연습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 초년생 시절에 이런 비즈니스 언어 코칭을 받았더라면, 보다 헤매지 않고 똑똑한 말하기 습관을 갖출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상에서의 언어와 직장에서의 언어는 다르기에 매일 하는 말하기에도 연습과 배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저 그럴싸해 보이는 목적이 아니라, 어떻게 말하느냐가 내 의견에 설득력을 갖추고 결과를 바꾼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책의 제안과 가르침이 보다 묵직하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말만 하면 자꾸 꼬이는 사람, 무심코 사용하던 표현으로 업무에서 곤란함이나 갈등을 겪은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이 제안하는 언어 사용법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의견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힘을 잃는다. 같은 내용도 상황과 상대의 목적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비즈니스 대화법을 통해 직장에서의 나, 그리고 일과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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