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병동 -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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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인생은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선택(Choice)라는 말이 있다. 태어남과 죽음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지만, 그 사이의 삶은 매 순간 내리는 선택을 통해 채워나간다는 뜻이다.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의 길에서 우리는 옳다고 믿는 가치에 따라 결정한다. 그렇게 한번 결정한 선택은 되돌릴 수 없다. 그렇기에 때로는 내가 신중히 고민한 끝에 내린 선택이었어도 그 결과로 인해 힘들어질 때면 ‘다른 선택을 하면 어땠을까’하는 후회를 하기도 한다. 특히 인생이 얼마 남지 않은 막바지에 다다른 상황이라면 더욱 후회의 감정이 크게 다가올 것이다.


냉철하게 현대 사회문제를 꼬집는 픽션으로 인정받는 작가 가키야 미우의 《후회 병동》은 말기 암 환자를 돌보는 내과 의사 루미코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평상시 환자를 돌볼 때 다정하거나 살갑지 못하고, 말주변이 없어 때로 환자나 보호자들의 핀잔을 듣기도 하는 그녀. 그러던 어느 날 병원 안뜰에서 이상한 청진기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청진기로 환자를 진료하던 중 그 안에 숨겨진 특별한 비밀을 발견하게 된다.


이 청진기를 환자에게 가져다 대면, 그 환자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 배우의 꿈을 포기한 30대의 여성 사토코, 가족보다 일을 우선시했던 게이치, 딸의 결혼을 반대했던 과거를 후회하는 지토세, 친구를 외면했던 과거의 비겁함을 후회하는 고지. 말기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이 환자들은 얼마 남지 않은 삶을 후회하고 있었다. 간절한 소원을 가진 이들은 루미코의 청진기를 통해 ‘과거의 다른 선택으로 이어지는 문’을 발견하게 된다. 가장 되돌리고 싶었던 인생의 시간으로 되돌아간 이들은 자신의 과거를 바꿔, 과연 인생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


꼭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사소하게는 진학한 학교나 직장, 혹은 단절된 인간관계를 바로잡는 등 크고 작은 후회의 마음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을 되짚으며 이따금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의 나래에 빠지기도 한다.


다시 살아보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소설 속 환자들이 희망을 품고 되돌아간 과거는 완벽한 행복을 가져오지 않는다. 엄마의 반대로 배우의 꿈을 펼치지 못했던 사토코는 과거로 돌아가 배우가 되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지만, 막상 힘겨운 현실과 부딪치며 자신의 꿈을 반대했던 엄마의 마음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가족은 뒤로 한 채 일에 집중하느라 몸은 힘들면서도 가족과의 유대는 가지지 못했던 게이치는 시간을 돌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통해 진짜 자신의 가족들이 필요로 했던 것은 무엇인지, 아등바등 살았던 자신의 인생에 후회를 하며 진짜 중요한 것의 가치를 깨닫기도 한다.


딸의 결혼을 반대했던 지토세는 과거로 돌아가 반대하던 결혼에 찬성의 의견으로 바꾸며 결과를 바꾸려 하지만, 막상 결혼 반대만 아니면 행복할 것 같았던 딸의 삶이 행복하지 않은 모습을 보며 힘겨워 한다. 동급생의 도둑질하는 장면을 보고도 모른 척 한 채, 그 잘못을 친구가 혼자 뒤집어쓴 뒤로 인생이 꼬인 것을 그저 방관할 수밖에 없어 후회했던 고지는 과거로 돌아가서는 반대로 자신이 죄를 뒤집어쓰며 새로운 방향으로 인생을 바꾸고자 하지만 그때는 알지 못했던 사건의 진실과 숨겨져 있던 감정을 깨달으며 다시 한번 후회와 복수의 감정을 다짐한다.


후회되는 순간으로 되돌아가서 선택을 바로잡는다 해도, 그들의 인생에 행복이 찾아오지는 않았다. 누군가에겐 깨달음의 결말을, 누군가에겐 또 다른 후회를 가져오기도 했고, 차라리 모르는 게 좋았을 진실을 마주하며 힘겨워하기도 했다. 그런 것을 보면 그 후회의 감정의 본질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열망일 뿐, 사실 인생의 선택이 그리 간절한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로 되돌아가 새로운 선택과 인생을 살아본 환자가 세상을 떠나며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환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해 스스로를 좋은 의사가 아니라고, 능력 부족이라며 힘들어하던 루미코 역시 청진기를 통해 그들의 후회와 마음을 읽으며 조금씩 누군가의 감정에 공감하고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태도를 배워가며 성장해나간다.


인생은 제아무리 똑똑한 사람이 살아낸다고 해도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후회는 뒤따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이야기들은 다시 선택하더라도 여전히 후회하는 인간의 어리석음, 그리고 이따금 다시 행복과 깨달음을 얻어 가는 사랑스러움을 통해 완벽한 인생보다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금 그리고 오늘 하루를 소중히, 오롯이 살아내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가끔 과거로 시간을 돌린다면,이라는 전제하에 누군가는 엄청난 당첨금의 복권 번호를 외운다거나 주식 투자 등의 정보를 외우고 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 그렇게 해서 내 손에 돈이나 꿈꾸던 지위, 선택을 한다고 해도 우리가 완전한 행복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 선택으로 인해 인생에는 또 다른 갈림길이 나타날 것이고, 또 다른 선택 앞에 우리에게 후회는 여전히 남지 않을까.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시간과 인생을 미워하고 후회하기보다, 지금과 앞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더 의미 있음을 일러주는 이 책이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며 투덜거리는 현대인들에게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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