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어른
이옥선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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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살이 넘는 나이에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윤여정 배우를 보며

사람의 인생이란 언제 스포트라이트가 켜질지

끝까지 알 수 없는 것이며,

초라하거나 혹은 내리막길로 빗대어지는

노년의 인생도 얼마나 멋지게 빛날 수 있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십여 년 전쯤 후배 여배우들과 떠난

유럽으로의 여행기를 다룬 예능에서

그녀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아쉽지 않고 아프지 않은 인생이 어딨어.

60이 되어도 인생을 몰라요.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 67살이 처음이야.

내가 알았으면 이렇게 안 하지.

그래서 아쉬울 수밖에 없고 아플 수밖에 없고,

계획을 할 수가 없어.

내 인생만 아쉬운 것 같고 내 인생만 아픈 것 같지만

사실 모두 다 아쉽고 아파.

하지만 인생은 한 번 살아볼만해.

인생 참 재밌다."


나이를 먹어가면 자연히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인생에 대해서

'나 역시 아쉽고 아프며,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하나씩 내려놓고

포기하게 되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보고

즐겁게 웃고 살기로 했다'라는 그녀의 고백은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었고

여러 기사를 통해 회자되기도 했다.


'어떻게 나이 드는 어른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저 사회나 타인의 시선이 규정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않는 정형화된 이미지를 떠올렸던 나에게

이렇게 일반적이지 않은 新 어른의 모습은

신기하기도 하고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여기에 또 한 명의 그런 사람이 있다.

자애롭고 따스하며

생각만 하면 절로 애틋함이 드는

평범한 할머니가 아니라

호탕한 일갈과 매콤 칼칼한 유머,

앞으로 몇십 년은 끄떡없을 것 같은

호랑이 같은 씩씩한 기상을 겸비한 채

지금이 인생의 '골든에이지'라 말하는

70대의 이옥선 여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딸이 태어나 다섯 살이 될 때까지의 육아일기를

엮어만든 전작 《빅토리 노트》의 작가이자,

요즘 여러 저서와 <여둘톡> 팟캐스트로

젊은 세대에게 주목받는 김하나 작가의

어머니이기도 한 그녀의 글은

'김하나 작가의 필력이 갑자기 샘솟은 게 아니구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거였어.'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들어 주었다.


국어 교사였지만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남편의 직장을 따라 움직이며

자연스레 경단녀이자 가정주부가 된 그녀가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자식들을 다 키워놓고

70대가 되어서야 풀어놓은 이 이야기들은

그 농축된 시간만큼이나 강렬하면서도

그동안 마주하지 못했던 어른의 모습이기에

더 매력적이고 멋지게만 느껴졌다.


✔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 절대 유명해지지 마라

✔ 뭐든 다 지나간다

✔ 여자라면 의리다

✔ 결혼생활에 해피엔딩은 없다

✔ 남자 잘못 만나 인생 망한 여자는 있어도

안 만나서 망한 여자는 없다


등 기상천외하고 일명 골 때리는

그녀의 매콤한 인생 조언 메시지는


아직 30대라 풋내기 어른에 불과하지만

'어른'이라는 호칭이 주는 무게감,

누군가에게 모범이 되거나

손가락질 받지 않게끔 스스로를 채비하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오늘보다 내일 더 성숙할 필요 없이

대충 '다 지나간다'라는 마음으로 살다 보면

지나간 과거와 다가올 미래에

붙들리지 않을 수 있다며

지금을 최대한 즐기는 그녀의 모습은

그 어떤 청춘보다 적극적이고 열정적이라

한편으로는 문화충격이자 좋은 자극이 되었다.


이 또한 그녀가 70여 년 세상을 살면서

깨달은 지혜일 수도 있지만

아무런 기대 없이 스스로의 명랑성과

가벼운 마음가짐에 기대어

자유로운 인간으로,

노년의 인생을 죽음을 향해가는 마지막이 아닌

여전히 현역의 마음으로 재밌게 사는

인생 노하우를 지켜보며,


나이에 상관없이 세상에 관심을 두면

무언가를 끊임없이 배울 수 있다는 것,

유머를 잃지 않을 때 즐거운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명쾌한 인생 진리는

'어른'이라는 이름에 짊어진 무게감과

부담감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멋지고 존경받는 어른이 되기보다,

나에게 관심 가지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

매사에 쫓기듯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며

전전긍긍 하기보다는

그저 지금에 집중하자는 무심한 듯 따스한 조언은

'어른이 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라는

다독임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얼큰 칼칼한 국물처럼 속을 뻥 뚫어주는

그녀의 글을 읽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되려 진짜 '어른'은 본인이 어른임을 자각하거나

거창한 말을 하려 애쓰지 않는다는 것.

그저 '매일을 즐겁고 유쾌하게'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시간들 속에서 인생에 대한 방향을 찾을

뿐이라고 말이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아서

말 한마디, 선택의 순간마다 망설임이 많았는데

그 고민의 순간에 이 글과 그녀의 인생이

조금은 덜 흔들리고 스스로의 마음에만

더 집중하게 도와주지 않을까 싶다.


나 또한 이렇게 명랑함을 잃지 않고

'즐거운 어른'이 되어

누군가의 좋은 롤 모델이자 이정표 같은

존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깨에 잔뜩 얹어진 힘을 조금은 빼고

꼭 노년이 아닌 지금부터

매 순간이 인생의 '골든 에이지'가 되도록

나의 매일에 즐거움과 유쾌함을 곁들여

살아가야겠다는 마음이다.


아직 60대 중반인 엄마에게도

인생 골든에이지를 만끽할 수 있도록,

아직 즐거운 어른이 되기에 늦지 않았다며

추천해 주고 싶다.


책을 써 내려간 그녀를 시작으로

기상천외하고 유쾌한 어른들이 늘어나

각자의 다양한 삶을 영위하는 노년이 많아지길,

그래서 더 다채로운 인생의 모습을

여기저기서 쉽게 접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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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프 2 - 메시아의 수호자
사이먼 케이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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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 속 구원자라는 책임을 가진 아이들의 성장, 그리고 홀랜프와의 최후의 결투까지.
끝까지 손에 땀을 놓지 못하는 짜릿한 긴장감이 한편의 영화를 본 듯 합니다.
구원자인가 파라다이스의 이단아인가 이 균형이 평화, 구원인지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어
책을 덮고도 끝이 아닌 것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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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프 2 - 메시아의 수호자
사이먼 케이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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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 고등학생인 선우필,

아버지의 제안으로 우연히

최 박사의 집에 방문했다가

그의 '계획'에 합류하며 영문도 모른 채

외계 생명체의 침략으로 위기에 빠지게 된

지구와 인류의 '구원'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게 된다.


최 박사의 제안에 따라

그가 만든 움스크린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벙커 안에서 숨어지내며 '인류 구원의 열쇠'인

선우희를 탄생시키고 키워내다가

약속된 시간이 되어 다시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홀랜프 1 : 거룩한 땅의 수호자》가

마무리되었다.


2권에서는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들은

어느덧 외계 생명체의 식민지가 된

지구에서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예언서 속 구원자'라며

칭송받게 되는데……


이미 수많은 인류가 생존을 위해

외계 생명체인 홀랜프에게 복종해

스스로 홀랜프화 되는 페카터모리가 되고,

그렇지 않은 인류는 이단자로 낙인찍혀

제대로 된 삶을 살아내지 못한 상태이다.


그런 상황에서 최 박사가 남긴 예언서 속

구원자의 모습, 시점과 동일한

7인의 아이들은 과연 그들의 기대에 부응해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 것인가?


최 박사가 당부한 6년의 시간이 지난 이후

벙커 밖의 세상은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짐작한 듯'

박사의 계획과 예상대로의 상황이라

무척이나 신기하기만 했다.


그가 흘리듯 내뱉었던 일상 속 말과

끄적거렸던 글들은 예언서로 정리되어

남아있는 인류가 벙커 속 아이들을

'인류 구원의 메시아'로 바라보고

기대하게끔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6년의 시간 동안 어렸던 아이들이

예언서의 내용, 확신할 수 없지만

각자의 꿈에서 그리고 자신도 모른 채

훈련해왔던 어빌리스를 이용해

외계 생명체와의 전투, 이 상황의 끝을 위해

내달리며 자신을 던지는 모습은

껍질을 벗어던지고 비로소 새로이 태어나는

'탈피'와 성장의 과정으로 보여

대견스러운 마음과 함께 격해지는 상황 속

어떤 결말을 이끌어낼지

흥미를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벙커 속에 함께 있으라는 박사의 지시에도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벙커 밖 세상으로 나간

선우필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했는데


기존과 다르게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살아남았지만 사실은 '홀랜프' 화 되고 있는

페카터모리인지 혹은 박사와 리브에 의해

새로운 자신의 능력을 '각인'한

예언서 속 구원자의 모습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것 또한

굉장히 매력적인 진행이었다.


시간을 거듭할수록 마치 정해진 결말을 따르듯

아이들의 꿈속 이야기대로 흘러가는 전개,

그리고 선우필과 리브 사이에서 태어나

이 위기의 상황을 '해결'하는데 희생이 되어야만

지구와 인류가 살 수 있는 것 같은 순간은


마냥 바깥의 상황에 관계없이

그들이 만들어놓은 테두리 안에서

평화롭게 서로와 자신만을 생각하던

움스크린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희생'과 '결핍' 등의 새로운 가치를 깨우치게

함으로써 진짜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하는

매개체가 되었던 것도 같다.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한 선우필과

벙커 속 아이들의 갈등과 협력,

화해와 연합으로 만들어낸 결말은

우정과 사랑 그 사이 어딘가에서

결속으로 끈끈하게 서로를 이해하며

이대로 끝이 아닌 '다음'을 기약하게 하는

기대감을 주기도 했다.


1권을 읽으면서도 선우필과 리브가

마치 새로운 세계를 시작하게 하는

'아담과 이브'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선우희로 비로소 균형을 찾은

지구의 모습이 온전한 결말이 아니라

이 모든 상황을 예견한 최 박사가 마치

조물주나 신으로 느껴지는 포인트가 있어,


실은 '탐욕스러운 인간'을 정리하기 위해

일부러 홀랜프를 만들어내고

인류의 대표인 선우필과 움스크린으로

태어난 자신의 손녀 리브를 통해

'지나친 욕심'을 가진 인류를 정리하고

박사의 뜻에 맞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면

조금 섬뜩하기도 했다.


과연 이들이 마주하게 된 새로운 세상,

홀랜프가 나타나고 인류가 흔들리게 된

진실의 이면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다음 이야기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책장을 덮고도 답이 나오지 않는

책장과 선우필, 그리고 아이들에게

수없이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과연 이들의 구원으로 평화를 찾은 지구,

이렇게 이야기가 마무리된 것일까

아직도 물음표가 남는다.


끝없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사이먼 케이의

SF가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고 짜릿한 경험이었다.


탄탄한 서사와 긴장감 있게 극을 이끌어

흡입력 있게 독자를 끌어당긴

《홀랜프》 속 작가의 세계관에

푹 빠질 수 있었던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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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 기자·PD·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글쓰기의 모든 것
김창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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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신문을 구독하고 뉴스를 챙겨보던

엄마 아빠 덕분인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신문이나 뉴스를 보는 습관이 있었다.


엄마가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잠이 덜 깬 눈으로 TV 뉴스를 보고 있으면

어릴 때는 이해가 가지 않는 어려운 내용도,

모르는 단어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밤새 나라에 무슨 일이 있었나'

대강이라도 알아두는 재미도 있었고


충격적이고 놀라운 소식이든,

마음을 녹이고 따뜻하게 하는 정겨운 소식이든

감정을 빼고 늘 담백하게 전하는

앵커나 기자들을 보면서 '신기하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진득하게 앉아 TV를 볼 시간이 없어

신문에 큼직하게 인쇄된 헤드라인만

읽고 나가는 날도 있었지만

그렇게 방송, 언론사의 '말과 글'을

꾸준히 접한 경험은 어휘력이나 문장력 향상에

꽤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


어디선가 뉴스나 신문에 나오는 어휘는

초등학교 6학년 정도라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작성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하고 알아듣기 쉽게

그러면서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글을 쓰는 앵커와 기자, 아나운서의 글 솜씨,

언론인들의 말 하기 능력은 타고나는 것일까

그런 호기심이 들던 찰나에


한겨레신문의 취재기자로 시작해

1,000여 명의 현직 언론인을 배출한

김창석 ㈜한겨레엔 부사장의

글쓰기 노하우를 담은 책을 만나볼 수 있었다.


책은 일명 언론 고시라 불릴 정도로

극악의 난이도로 입소문 난

언론사(신문, 방송) 입사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논술과 작문 전형에 대비하는

예비 언론인들을 위한

저널리즘 글쓰기에 대한 책이다.


보통의 언론사는 필기시험을 통해 지원자의

문장력, 논리력, 논술 능력을 평가하기에

어떻게 해야 저널리즘 글쓰기 능력을 키우고

언론사 입사를 위해서는 무엇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길잡이를

담아내었다.


책에서는 저널리즘 글쓰기와 관련해

다음 세 가지의 핵심 요소를 강조하였다.


✔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 논증은 치밀해야 한다

✔ 자기 관점을 담아야 한다


전문적인 정보나 식견을 대중의 언어로

글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

글에 짜임새가 있고 일목요연하게 결론을 향해

나아가는 완성도 있는 글이어야 한다는 점,

내용과 형식, 접근법 등에서 새로움을 보여주는

자신만의 통찰과 관점이 담겨있어야 한다는

저널리즘 글쓰기의 특성을 소개하였고


이 원칙을 기반으로

실전 글쓰기 근육을 키우기 위한

읽기 - 쓰기 - 생각하기 세 단계에 거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였다.


독서노트를 활용해

어떻게, 어떤 종류를 선택해서 읽을지를 배우고,

이렇게 선택한 도서를 요약하고

자기 생각을 덧붙이는 경험을 통해

제대로 '읽는' 방법을 깨우칠 수 있다고 말한다.


표현력 - 구성력 - 콘텐츠 등의 요소를

고루 키워나가는데 역점을 둔

'쓰기' 단계에서는 고쳐쓰기를 통해

글을 쓰는데 자신감을 붙이고

어휘를 선택하고 늘리는 팁을 소개하였다.


단순히 방법론이나 이론적인 설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례 비교와

직접 첨삭한 글의 전후를 비교하여 보여주며

달라진 내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무엇이 잘 된 구성인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 속 섬세한 가르침은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예비 언론인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글쓰기가 어려운 일반 직장인들에게도

좀 더 자신의 생각을 효율적이고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일러주어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개인 SNS에 글을 쓰거나 편지를 쓰고,

그 글을 다시 되돌아보면

늘 '매번 쓰는 표현'만 반복하고 있다거나

좁은 어휘력,

서론-본론-결론 식의 뻔한 구성으로

내가 쓴 글은 심심하고 '맛'이 없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표현하고 싶은 마음속의 생각을

제대로 정리하거나 압축해서 표현하지 못한 채

두루뭉술하게 풀어놓아

내가 쓴 글을 보고도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야'

싶을 때도 있고 말이다.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책 제목처럼

'별생각 없이' 써 내려가기 쉬운

습관적 글쓰기의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

글쓰기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어떻게 글을 쓰는 사람의 의지와 생각을

담아낼 것인가를 탄탄하게 잡아주는

저자의 친절한 안내서는


글쓰기 자체가 가진 고유의 미덕,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분명하게 내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팁을 전해주며

단순히 '언론사 입사'를 꿈꾸는

입시 계발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며 어떤 형태로든

다양한 글을 쓰고 있고 쓰게 될 우리 모두에게

'나를 알리는' 수단으로서 글쓰기를 활용하는

방법을 일러준 것 같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문해력이라는 단어와 맞물려

'내가 상대의 말과 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가'를 따지기 전에

내가 상대에게 하고자 하는 말과 글이

내가 드러내고자 하는 생각을 제대로 담았는지

먼저 되돌아보고 잘못된 말 습관, 글 습관을

고치게끔 만들어주는 계기가 된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대단한 정도는 아니어도 '글 좀 쓴다'라고

자부했던 나의 글쓰기를 돌아보며

'아직 멀었구나'하는 반성의 시간과

동시에 앞으로는 조금 더 좋은 글쓰기,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글쓰기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든다.


언론사에서 일할 게 아니니까

'뭐 큰 도움이 되겠어'라고 시작했지만

책을 넘길수록 전문적이고 신뢰가 가는

'글쓰기 능력'이 나에게 가져올 변화는

業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고마운 인생 팁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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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프 1 - 거룩한 땅의 수호자
사이먼 케이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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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특별한 능력을 갖춘 아이들이 있다.

'어빌리스'라 불리는 이 능력은

인간의 정신적인 힘과 감각을

극대화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이 능력은 최 박사가 설계한 뉴컨밴드를 통해

물리적 힘으로 변환될 수 있다.

이 능력을 활용해 아이들은 공중을 날거나,

뉴컨밴드 자체가 방패나 칼이 되어

타인을 공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어빌리스를 가진 아이들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바로 인간 사이에서의 평범한 탄생이 아닌,

박사가 개발한 '움스크린'에서 만들어져

태어난 존재라는 점이다.

임부의 자궁을 본떠 만든 인공 자궁으로,

여기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박사의 계획대로 특별한 능력을 더 발전시키고

어떤 '목적'을 위해 훈련되는데…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선우필,

뉴컨밴드와 이를 활용해 공중을 날 수 있는

멘사보드를 개발한 박사와 함께 일했고

어빌리스를 발견한 선우민 사범의 아들이다.


어빌리스라는 능력,

숨겨진 박사의 아이들에 대한 비밀은 모른 채

아빠의 제안에 따라 박사의 집에 방문했다가

박사의 '계획'에 합류하게 된다.


그의 유전자와 박사가 움스크린을 통해

탄생시킨 아이 리브를 통해

새로운 인류 구원의 열쇠를 쥔

가장 중요한 인물 '선우희'가 탄생하게 되고,


그때에 외계 생명체의 침투로 전쟁이 발생하며

인류와 박사가 만들어낸 벙커 아이들에게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맞게 된다.


박사의 지시에 따라 벙커 속에서

인류를 구원할 존재 '선우희'가 탄생하고

자라날 때까지의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인류는 외계 생명체의 지배를 받으며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외계 생명체 '홀랜프'는 거대 도시를

살아남은 인류에게 제공하고,

여기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물자를

무상으로 제공된다.

그렇지만 이 사회에서도

인간 사회의 계급은 더욱 심화되고,

홀랜프와 유사한 몸으로 변환한 새로운 인류

'페카터모리'가 상위 계급으로 인정받는다.


드디어 벙커 속의 긴 시간을 보낸 뒤

땅으로 올라온 벙커의 아이들과

특별한 존재 '선우희'는

이미 새로운 권력층이 된 페카터모리에게는

경계와 이단자의 존재로,

홀랜프에 순응하지 않고 궁핍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들에게는 구원자이다.


과연 박사가 만들어낸 아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특별한 능력 어빌리스를 활용해

지구를 구원하고 홀랜프를 처단할 수 있을까?

리브와 선우희, 그리고 선우필은 어떻게 될까?


SF 영화에서 자주 마주할법한

외계 생명체의 지구 침공은

인간과 외계 생명체와의 전투로

존재할 수도 있을 외계 생명체에 대한

두려움과 궁금증을 유발하면서도

끈끈한 인간들 간의 결속을 보여주는

작품이 참 많았던 것 같다.


이 작품에서는 '인간'이고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움스크린이라는 인공의 환경에서 '만들어진'

특별한 인간 아이들이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예언자로 나타난 모습,


그리고 외계 생명체와 결탁해 권력을 차지한

새로운 인류와 그에 맞서는 인간까지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등장이

낯선 소재임에도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진행이었다.


부모 사이에서 평범하게 태어나 자란

인간 소년이 만들어져 태어난 소녀와

운명처럼 얽히는 전개는 자칫 밋밋할 수 있지만

그들이 움스크린을 통해 각자의 유전자로

'선우희'라는 결정체(아이)를 만들어내어

모종의 연결 관계를 갖게 된 것은

2권으로 이어지게 되는 이후의 전개에서

어떤 영향력을 미치게 될까 궁금증을 유발했고,


벙커 속의 아이들이 '선우희'의 탄생과

어빌리스 능력의 향상을 위해 애써온 시간 동안

홀로 아버지를 잃고 갑작스레 덩그러니

남겨지게 된 선우필의 성장이 어떨지

기대감에 가득 차게 되었다.


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외계 생명체

홀랜프에 순응하고 그들과 유사한 모습으로

스스로를 변환시켜가며 새로운 인류가 된

그들을 과연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런 논점에서는 '저출생'의 해결책이자

박사가 만들어낸 움스크린으로 태어난

벙커 속의 아이들 역시 '인간'이 아닌데

과연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인간이 아닌 자들의 싸움의 끝은 어떻게 될지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는 긴박감도

꽤나 큰 즐거움이었다.


박사가 남긴 글로 인해서 졸지에

인류를 구원하게 될 메시아가 된

아직은 어리고 미숙한 이 아이들이

홀랜프, 그리고 페카터모리에게서

평화를 찾을 수 있을지,


박사의 계획 속에 만들어진

선우필과 리브의 아이 '선우희'가

인류의 구원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2권 메시아의 수호자를

얼른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다.


평범한 사람에게 숨겨진 '잠재력'을 통해

훈련을 받지 않고도 어빌리스를 발휘해

자신만의 길을 선택한 선우필,

박사의 선택과 계획으로 '만들어져'

능력을 주입받고 발전시킨 벙커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낼 전투가

무척이나 흥미진진할 것 같다.


평소 SF나 공상과학 장르에 대해

너무 어렵고 복잡한 세계관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었는데

짜임새 있는 구성,

평범한 인간과 과학발전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인간과의 교감과 합작은

거부감 들지 않게 접근할 수 있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독서였다.


역사와 종교, 과학과 기술, 사회와 권력이라는

굵직한 주제 아래 성장이라는 메시지로 풀어내어

SF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능력과 재능이 무엇인지

아직 깨닫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일종의 성장소설로서도 의미 있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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