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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텐션 -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본, 다시 찾는 매장의 비밀
변다혜 지음 / 파지트 / 2026년 10월
평점 :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남의 지갑을 여는 것은 쉽지 않다’는 말을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내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일 때는 몰랐는데, 누군가의 마음을 설득하여 내 매장으로 발을 들이게 하고 지갑을 열어 돈을 쓰게 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계산과 준비가 필요하다. 경기가 좋을 때는 흔쾌히 구매를 결정하던 사람들도 경기 불황이 이어지게 되면 좀 더 신중하게 지갑을 열고, 작은 것 하나에도 마음이 상하면 “다음”은 없이 발걸음을 끊기도 한다.
IT기업이나 게임회사 등에서 비즈니스 맥락으로 사용하는 ‘리텐션 Retention’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것을 잃지 않고 유지하는 상태를 뜻하는 단어로, 고객이나 인재가 이탈하지 않고 일정 기간 동안 계속 남아 있는 정도, 보통 고객의 재방문이나 재구매율을 의미한다.
장사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단발성으로 한번 구매를 하는 고객만으로는 유지가 어렵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수고가 들어가기 때문에 한번 우리 매장에 발을 들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줘서, 다음 또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길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나를 알리고 번호를 달라거나 만나자고 하는 것보다, 이미 나를 알고 있는 사람과 만날 약속을 잡는 것이 쉬운 것처럼 말이다.
《리텐션》은 15년 동안 미용실을 운영한 작가가 매장 운영을 하며 깨달은 재방문에 대한 노하우를 담았다. 광고 없이도 신규 고객의 90~95%가 소개로 오고, 고객 평균 유지 기간이 5년이 넘는 그녀의 미용실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 있을까? 장사를 하거나 고객을 직접 마주하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높은 재방문율과 충성도를 가진 그녀의 성공은 업무에 참고할 수 있는 좋은 나침반이 될 것이다.
책을 펼칠 때만 해도 같은 업종도 아니고, 나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녀의 노하우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적인 측면으로 접근해 풀이한 50여 개의 개념들은 비단 미용 업종뿐 아니라 고객을 마주하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들이 담겨 있었다. 작게는 온라인 예약이나 상담, 넓게는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에게 건네는 첫인사까지 15년 가까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일을 해온 나에게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포인트들이 있어 금세 몰입하게 되었다.
고객을 마주했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제품의 퀄리티를 떠나 고객이 우리를 다시 찾는 가장 큰 이유에는 ‘고객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는 경험이 항상 전제되어 있었다. 지난번에 친절하게 상담해 주셔서 다시 찾아왔다던가, 다른 곳보다 작업하는 과정의 소통이 좋아 가격이 더 싼 곳이 있어도 일부러 우리를 찾는다는 칭찬에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어떤 것이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했는지 제대로 계산하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예약 전화를 건네는 10여 초, 첫인사와 응대를 하는 짧은 순간, 그리고 모든 과정을 마치고 돌아서는 마지막 인사의 찰나 등 그 순간에 쌓인 감정이 고객이 ‘이해받고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단순히 고객을 붙잡고, 구매를 늘리기 위한 ‘두뇌 전략’이 아니라 고객이 무엇을 염려하고, 무엇을 기억하는지를 짚어주는 책을 통해서 내가 어떤 마음으로 고객을 대해야 할지 방향성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불만이 있는 고객이 직접적으로 불편함을 표현할 때도 있지만, 불만 없이 떠나는 ‘침묵의 이탈’은 내가 가진 문제를 파악할 새도 없이 고객과의 관계에 균열을 만든다. 책은 서비스를 받을 때 얻는 이익뿐 아니라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손실을 먼저 계산하는 ‘손실 회피’의 관점으로 접근해 이탈의 원인을 본인의 실제 상담 과정, 시술의 선택 방식을 들어 섬세하게 설명한다. 고객의 이탈은 보통 실력이나 친절, 가격 등을 이유로 단순하게 생각하기 쉬운데, 고객이 어느 순간 부담을 느껴 떠나는지 발견하는 데 초점을 두는 접근법은 실제 나의 일과 고객 응대를 돌아보게 해주어 좋은 자극이 되었다.
구매를 마치거나 서비스가 종료된 이후에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첫인상이 형성되기 전부터 평가가 진행된다는 초두효과, 오히려 많은 선택지가 결정을 어렵게 한다는 선택 과부하, 대기 시간이나 작업 시간 등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따라 고객이 받아들이는 의미가 달라진다는 프레이밍 효과 등 행동경제학 개념을 통해 고객의 리텐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분석하여 실질적으로 와닿는 내용들이 많았다. 가장 강렬했던 순간과 마지막 경험이 전체 평가에 크게 작용한다는 피크엔드 법칙을 통해서는 상담의 마무리 멘트를 신경 써야겠다는, 그리고 별 뜻 없이 ‘정성스럽게 준비해 발송해 드릴게요. 남은 하루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말에 좋아했던 고객들의 반응이 떠오르며 나도 모르는 새 실천하고 있었던 리텐션의 포인트를 실감할 수 있기도 했다.
단순히 이론만을 나열했다면 어떻게 이를 내 업무에 적용할 것인가 고민이 컸을 것 같은데, 실제로 미용실에서 고객을 직접 맞이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을 덧붙여 보다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 사업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와 예시가 준비되어 있어서 이를 수정해 본인의 업장에 맞게 수정하면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씩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닌데 충분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왜 고객이 늘지 않을까, 왜 재방문과 재구매율이 떨어지는 걸까 고민이 많았다. 직접적으로 ‘우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를 물을 용기도 없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는데 책을 통해 이 문제와 원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해 ‘사람’을 먼저 바라보는 마음을 배우고 나니 조금은 나아갈 방향을 찾은 것 같아 후련하다.
고객은 기술이나 제품이 아니라 경험을 기억한다는 것. 재방문은 운이나 감이 아니라 철저하게 준비하고 그들을 이해하는 구조와 시스템에 있다는 것을 제대로 배웠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이미 레드오션으로 포화된 시장이라 답이 없는 것만 같았는데, 이제라도 다시 나의 업무를 되돌아보며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되돌아보고 오래가는 구조로 발걸음을 내디뎌야겠다는 다짐이다.
나처럼 자영업을 하는 이들에게, 고객과의 응대나 상담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손님을 붙잡는 법, 잠깐의 얕은수가 아니라 고객을 바라보는 마음을 되짚으며 ‘무엇이 문제인가’가 아니라 ‘어디를 고쳐야 하는가’를 제대로 배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