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 오해와 와전, 왜곡으로 얼룩진 말들의 이상한 생애
박강수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7월
평점 :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유명인이나 기업 총수,
가깝게는 학교나 단체 등의 발표에서
명언이나 격언을 활용할 때가 많다.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그냥 말할 때보다
명언에 빗대어 이야기할 때
듣는 이에게 더 설득력 있게 와닿기에
나 역시도 글을 쓸 때 명언을 자주 활용한다.
하지만 이런 명언을 들을 때 간혹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는지 어떻게 알지?'
싶은 마음에 아리송할 때가 있다.
기록이나 영상·문서 등으로 남아있는
현대를 살아가는 이의 명언이라면 모를까,
지동설을 주장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재판을 나서면서 했다는 말처럼
누군가 옆에서 보고 듣고 기록한 양
남아있는 명언을 접할 때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닐까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역시
같은 의문에서 출발했다.
이 책을 쓴 박강수 기자는 인턴기자 시절
팩트체크 전문 매체에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명언이
정말 사실인지, 누가 말했는지,
그리고 어떤 맥락에서 쓰였는지를 따지는
과정 속 문제의식을 느끼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가 느끼기에 '멋지고 그럴듯한 말'인
수많은 명언들이 사실 그 내막을 살펴보면
항상 진실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
더 나아가 유명인이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말의 권위가 커지고, 의도적으로 변경되거나
혹은 무심하게 와전이 반복되면서
원래의 맥락이 지워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그는 대표적인 명언
20개를 해체하는 과정을 담았고,
우리가 왜 명언을 믿게 되었는지까지
돌아보는 특별한 시선을 담았다.
책의 서두는
나 역시 〈무한도전〉을 통해 접하게 되어
'진짜 맞는 말이야, 감동적이다.
이런 마음을 잊지 말아야지' 생각하게 한
신채호의 명언으로 시작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그의 어록은 우리나라의 과거 역사에 대해
지식이 전무한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역사 강의를 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는데,
신채호의 말이라는 자막 한 줄 때문에
이 명언이 그의 발언처럼 굳어졌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갈릴레이, 괴벨스, 스피노자 등
당대의 유명한 철학자를 비롯해
스탈린, 단테, 앤디 워홀 등
유명인들의 어록이 뒤따르며
'이 명언도 진실이 아니라고?'하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했다.
책은 단순히 그들의 어록이 진짜냐 가짜냐를
가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유명인들의 어떤 발언이 어떻게
오해되고 와전되며 왜곡되어 굳어졌는지
그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명언이 주는 위로와 확신 때문에
맥락을 지운 채 믿고 싶은 말만 들으며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우리의 안일한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물론 모든 명언이 거짓이거나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때로 진리를 설명하기도 하지만,
어떤 명언들은 인물의 삶과 발언이
정치적인 목적이나 시대적인 욕망과 결합하며
그 사람의 전부처럼 둔갑되는 경우가 있기에
오해가 생긴 과정을 어떻게 헤아리느냐가
결국 '이해의 본질'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인물, 고전, 서사, 세계로 주제를 나누어
한 줄의 헤드라인으로 굳어진 명언,
과장이나 생략으로 덧칠되거나
풍문과 다른 고전의 실체 등을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으면서
책은 오해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조명한다.
기존에 많이 접했던 명언은 물론,
처음 접하지만 여러 곳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서
때로는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때는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기 위해,
또 어떤 말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사실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
살아남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말과 기억이 어떻게 우리의 현실과 역사를
다시 쓰는지를 보여주며,
오해를 헤아리는 이해의 본질에
한걸음 다가가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오해되는 명언들을 접하다 보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일일이 찾아보며 써야 하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는데,
작가는 완벽하게 깨끗한 진실을 찾거나
오해되는 명언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오해가 왜 생겼는지까지
읽어내는 태도라는 점을 강조하며,
명언을 곧바로 믿거나 부정하기 전에
그 말이 나온 자리와 사라지고 삼켜진 맥락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제안은
무분별하게 진정한 의미도 모른 채
유명한 사람의 명언이라는 이유로
여기저기 활용하는 습관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보통 유명한 사람이 한 말이라고 하면
쉽게 그 말을 사실로 믿거나
금세 감동하며 위로를 받기 마련이다.
그런 편리함 때문에 우리는 그들이 말한
문장 자체보다 이름을 먼저 기억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오해는 상식이 되고,
날조는 교양처럼 떠돌게 된다.
요즘처럼 말이 많은 세상에서
무엇을 믿어야 할지 헷갈릴 때,
중요한 기준은 문장의 멋짐이나
유명인의 이름이 아니라
출처와 맥락, 생략된 이야기와
그 말을 믿고 싶어 하는 마음에 있다는
메시지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오독된 어록들을 되짚다 보니
각기 다른 시대의 인물과 사례들이 얽힌다.
그저 '오해받은 명언들'라는 이름으로
간단하게 묶인 것 같지만
각각의 이야기들을 통해
오해가 생기는 과정을 헤아리는 태도와
더 나아가 듣고 싶은 말과 사실을
분리해서 보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왜 이것을 믿고 싶어 했는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그리고 나의 판단 습관을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구심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원래의 뜻과 다르게 소비되는
수많은 문장과 명언들이
상식처럼 쉽게 굳어지는 요즘에
사실과 믿음의 경계를 구분하는 감각을
기르도록 도와주는 독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