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 괜찮아질 겁니다 - 삶의 벼랑 끝에서 침묵을 택한 어느 은둔자의 이야기
피코 아이어 지음, 최지숙 옮김 / 서사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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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라고들 한다.

하지만 때로 벼랑 끝에 내몰린 심정이 될 때면

내가 짊어진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결국 다 괜찮아질 겁니다》를 쓴

피코 아이어 역시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연이어 닥치며

막막함을 마주했다고 한다.

산불로 터전을 잃고, 아버지의 죽음과

딸의 암 진단이라는 상실 앞에서

오래된 수도원으로 발길을 향한다.


도망치듯 떠나간 수도원에서

그는 침묵이 현실 도피가 아니라

상실을 마주하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 시간이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고,

세상의 소음에서 떨어져 자신의 내면을 바라본

특별한 경험을 이 책에 담았다.


보통 수도원이라 하면 수행을 전제로 하는

특정 종교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책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죽음·질병·이별·고독과 같은 고통 앞에,

외부의 소란에서 물러나

자신의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가

스스로를 마주한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


삶의 가혹함을 받아들인 뒤

다시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작가,

그리고 수도원에서 만난 이들의 성장을 보며

멈추는 용기와 내면의 응시,

그리고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출발점은 작가가 소란한 세상을 뒤로하고

침묵 속으로 숨어드는 과정을 다룬다.

여기서의 숨어듦은 도망치는 회피가 아니라,

너무 빨리 흘러가는 삶에서 잠시 멈추는

선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통 어떤 어려움을 마주할 때면

'빨리 벗어나고 회복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기 마련인데,

잠시 멈추는 시도가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는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어서는 고요 속에서 얻은 힘으로

매일을 살아내는 법을 다룬다.

침묵을 입을 닫는 행위로 규정짓지 않고,

나에게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의식적으로 고요를 선택함으로써

현실을 견딜 힘을 얻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힘들 때 멈추는 것에 그치지 않고,

멈춘 뒤에 내가 무엇을 잃었는지

혹은 무엇을 아직 붙잡고 있는지

어떤 두려움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지

나를 살피고 들여다보는 탐구가 이어지는데


그렇기에 작가는 고요한 수도원 생활이지만

마음속에서는 그 어떤 장소보다

시끄럽고 혼란한 스스로를

마주하게 되었다고도 했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위 자체가

평온함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그 고요의 시간 속에서 시끄러운 현실에서

미처 들을 생각을 하지 못했던

내 마음에 집중하는 시간이 된다는 점이

나에게도 꼭 필요한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 때마다 수도원을 찾았던

그의 인생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덧 그곳에서의 시간들은

내면의 가장 깊은 곳을 향한 여정임을

깨닫게 되었다.


겉으로 드러난 사건보다 그 사건이 남긴

빈자리와 기억을 들여다보고,

상실을 외면하지 않고 삶이 남긴 가혹함을

온전히 마주하는 시도 끝에

비로소 회복의 가능성이 생긴다.


이 회복의 가능성은 희망을 불러일으키는데,

여기서 희망은 근거 없는 낙관이 아니라

상실을 통과한 뒤에도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태도로,

어떻게 상처를 마주하느냐가

내 멈춰진 삶을 다시 숨 쉴 수 있게 하는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상실과 고통 앞에

우리는 비어진 그 현실을 부족함이나

결핍으로 생각해 다른 무언가로 계속

채우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마음의 빈자리를 인정할 때

비로소 주변의 경이로움과 감각이 되살아나며

상실을 안고도 우리는 다시 사랑하고, 기다리고

또 하루를 살아낼 수 있다는 메시지가

마음속에 오랜 울림으로 남을 것 같다.


나 역시 여러 가지 아픔과 상실로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시간이 빨리 흘렀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의미 없이 매일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다른 이를 탓하거나

아픔 속에서 계속 발버둥 치지 않고,

잠시 멈춰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며

침묵과 고요로 다스리는 시간을 가졌다면

조금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지만,

현실에서 멈춰 찾아간 수도원에서의 시간은

상실을 안고 살아갈 수 있는 태도를 알려주었다.


침묵이 지닌 아름다움과 거룩함.

꼭 이것이 수도원이라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삶 곳곳에서 가능하다는

작가의 다정한 위로가 마음에 남았다.


무거운 현실에서 그저 벗어나는

은둔으로 끝나지 않고,

침묵 속에서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는 법을

스스로 깨친 그의 문장들이

같은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상실을 극복하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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