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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시티피케이션 - 똥이 되어버린 플랫폼의 해부학
코리 닥터로 지음, 박희원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7월
평점 :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나라를 들썩이게 할 정도로 시끄러웠던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기억하는가?
서로 친구 추가를 한 이용자 간에
그 어떤 제약 없이 무료로 채팅과
음성·영상통화를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대국민 앱'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된 카카오톡.
개개인 간의 소통의 창구를 넘어
업무와 비즈니스에도 폭넓게 활용되며
서버에 문제가 생겨 카톡이 먹통 되는 날이면
대한민국이 마비될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카카오톡이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기존의 목록형으로 보이던 친구 리스트를
인스타그램이나 SNS처럼 피드형으로
노출 방식을 바꾸는 큰 변화를 시도했다.
프로필 사진이 SNS 피드처럼 크게 보이고,
원하지 않는 카카오톡 친구의
소식 업데이트를 봐야 하는 피로함,
사용에 직관적이지 않은 레이아웃 때문에
이용자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당초 '광고할 생각이 없습니다'라는
카카오톡의 당찬 초기 공지사항을 뒤집듯
친구 리스트와 피드 사이사이에
추가한 적 없는 기업과 브랜드의
광고 배너까지 집어넣으며
결국은 사용성 개선을 핑계로
'돈 벌려는 업데이트를 한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이렇게 플랫폼의 파워가 커지면서
사용자에게 편리하기만 했던 서비스가
점점 시간이 지나갈수록
안 좋은 쪽으로 변해가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널리스트이자 디지털 권리 활동가인
코리 닥터로는 《엔시티피케이션》을 통해
디지털 플랫폼이 수익을 추구하며
사용자에게 점점 나쁘게 변하는,
일명 똥이 되어버린 플랫폼에 대해 분석한다.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누구나 알만한 거대 플랫폼을 비판하는 한편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지,
어떤 제도적인 배경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를 다룬다.
그동안 나는 플랫폼의 엔시트화에 대해
'어차피 무료로 사용하는 거니까,
돈 내는 것도 아닌데 불만을 가지면 안 되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왔다.
똥이 되어버린 플랫폼을 사용하면서도
그것에 내가 그리고 우리가 잠식되며,
누군가가 거기에서 이득을 얻고
점점 디지털 사회를 무력화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유행을 따라 열광하다
결국 플랫폼 속에 갇혀버린 것이다.
책은 우리가 편리하다고 생각했던,
우리를 열광하게 한 플랫폼을 훑으며
그것이 어떻게 엔시트화 되는지
그 과정과 패턴을 해석한다.
모든 엔시티피케이션은 동일한 패턴을 갖는다.
가장 먼저, 플랫폼은 사용자에게
최대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장 싼 물건, 파격적인 무료배송,
플랫폼이 손해를 감수하거나
고객에게 정확한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등
이용자들의 열광할 만한 서비스를 통해
고객 스스로 플랫폼에 맹목적이게 만든다.
그렇게 되면 다음 단계로 진행된다.
플랫폼이 광고주와 판매자, 콘텐츠 제작자 등
비즈니스 고객에게 다가간다는 것.
처음에는 이들에게 정가 매입, 비용 보조 등
깨끗한 운영방식으로 유혹하지만,
이로 인해 재미를 본 비즈니스 고객들을
플랫폼의 인질로 만든다.
그렇게 인질이 된 비즈니스 고객에게
수수료를 올리거나 비용을 떠안기는 등
처음과 다른 대우로 박대하고,
이는 비즈니스 고객뿐 아니라
서비스를 사용하는 일반 고객들에게도
희생이 따르게 되지만
그 누구도 파리지옥에 갇힌 듯 벗어나지 못한다.
마지막 단계는 사용자와 비즈니스 고객
모두가 플랫폼을 떠날 수 없게 갇히는 순간,
플랫폼이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다.
광고비를 우선으로 검색 순위를 조작하거나
광고의 가격을 올리고 정확도를 낮추는 등.
이로 인해 사용자는 찾으려는 정보를
광고에 밀려 제대로 찾지 못하거나
맞춤광고를 위해 개인정보를 약탈당하고,
검색 품질이 나빠지며 플랫폼 자체가
거대한 '똥 덩어리'가 되어버린다.
여기에서 이익을 얻는 자는
플랫폼 기업의 경영진과 주주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이 똥 덩어리의 밑바닥에는
우리만 남게 되는 것이다.
엔시티피케이션의 단계를 분석하며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겼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까지 된 걸까?
책은 이 원인에 대해 경쟁과 규제,
상호 운용성, 테크 노동자의 권력이라는
그동안의 엔시트화를 억제하던 제약들이
허물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기업이 덩치를 키우며 경쟁사를 잡아먹고,
작은 기업들을 흡수 합병하며
몇몇의 대기업이 좌지우지하는 반독점화.
몸집을 키운 플랫폼이 천문학적인
로비자금을 쏟아부으며 유발한 규제 무력화.
초기 인터넷은 서로 다른 기술이나
서비스가 연동되는 상호 운용성이 있었으나
권력을 잡은 플랫폼 공룡들이
후발 주자들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지식 재산권 법과 기술적 자물쇠로
잠가버렸다는 것.
여기에 플랫폼이 똥 덩어리가 되려 할 때
내부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테크 노동자들 마저
23년과 24년 대량 해고를 통해 무력화하며
와르르 무너져버린 지금에 이른 것이다.
이렇게 똥이 되어버린 플랫폼과
디지털 현실을 하나씩 해부해 나가다 보면
과연 디지털 미래에 밝은 내일이 있을까
실망하고 막막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저 서비스를 이용했을 뿐이라 생각했는데
플랫폼이 만든 판 위에서 놀아나는
장기 말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지금의 이 현실이 마냥 씁쓸한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현실에 대해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여전히 '좋은 인터넷'은 가능하다며
긍정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인터넷의 엔시티피케이션에 제동을 걸고,
좋은 과거로 회귀하려는 후진 기어를 넣으려면
테크 기업들의 기강을 잡는 네 가지 힘인
앞서 말한 경쟁, 규제, 상호 운용성,
테크 노동자의 권력을 되살리면 된다고 말이다.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테크 기업에 대한
반독점 정책이 시동을 걸었다는 시작,
사용자와 구매자의 권리를 제약하는
아이폰의 보안 문제를 뚫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간 암호화된
메시지 전송 가능성을 확인해 준 기술이
나타나기도 했고 말이다.
물론 좀 더 확실한 구원을 위해서는
법적인 강제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과제가 남기는 했지만,
우리 손안의 혁신에서 쓰레기로 전락한
플랫폼과 인터넷을 제대로 조명한 책의 시선이
시대를 읽고 선명한 문제의식을 일깨우는
특별한 계기가 되었다.
책의 신랄한 분석과 따끔한 질책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막연하게 체감하고 있던 불편한 경험의
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일깨워 줄 것이다.
더 나아가 모두의 디지털 공유지를
원래의 좋은 방향으로 되돌리기 위해
플랫폼을 우리 삶에서 '덜 중요하게' 만드는
힘 빼기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하며
플랫폼에 갇힌 우리 스스로가
자유롭게 인터넷을 누릴 권리를
되찾고자 노력을 기울일 때,
이미 낡아빠지고 과열화된 플랫폼이
스스로를 채찍질할 수 있게 된다는
긍정적인 방향성을 만날 수 있었다.
인터넷의 희망은 사라진 게 아니라
단지 붙잡혀 있을 뿐이라는 것을,
소수 빅테크가 장악하는 지금에서 벗어나
인터넷이 편리하고 실용적이며 재미있던
과거의 열린 공유지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되었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플랫폼의 씁쓸한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며
오히려 인터넷과 플랫폼이 제공해온
'연결'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을 수 있는
기회가 된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