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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불안 - 나는 왜 사소한 거절에 상처받는가
박한선 지음 / 김영사 / 2026년 6월
평점 :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때 온라인상에서 상대방에게 보낸
SNS 메시지를 '읽씹' 당하는 것과
'안읽씹' 당하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이 더 기분이 나쁜가에 대해
여러 의견이 갈렸었다.
내가 보낸 메시지에 상대가 답을 하는지가
이렇게나 논쟁거리가 될 일인가 싶겠지만,
나 역시도 '읽씹'에 대해 꽤나 예민해
이 질문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했었다.
어떤 이유로 답을 하지 않았는지를
생각하기에 앞서
상대방의 답변 없음은 '거절'의 의사로,
단순히 언짢거나 기분 나쁨이 아니라
내 존재에 대한 거부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거절불안'의 이유는 뭘까?
왜 상대방의 거절에 이토록 예민해지며,
이는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찾고 싶은 건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정신과 의사 박한선은 《거절불안》을 통해
거절이라는 일상적인 경험을
인류학적,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책은 '우리는 왜 사소한 거절에 상처받는가'
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작게는 카톡 메시지 읽씹이나
나의 업무 발표에 하품을 하는 등
사소한 거절에 상처받은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 원인을 '뇌'에서 찾는다.
우리가 상대방에서 거절당할 때
뇌의 전측 대상피질이 활성 되는데,
이 부위는 팔꿈치를 부딪치거나
발가락을 찧었을 때 활성화되는 부위로
즉, 우리가 느끼는 '사회적 고통'이
뇌에서는 '신체적 고통'과 동일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내가 예민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원인을 나에게 맞추는 이들이 많지만,
사회적 고통을 신체적 고통과
동일하게 체감하는 데에는
원시 수렵·채집 사회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수많은 위험 속에 도사린 원시 사회에서는
타인과 떨어져 혼자 있는 것은
곧 죽음으로 이어지며,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감각으로 인식되었다.
그때의 경험은 수많은 시간이 지나도록
우리의 DNA에 생존 신호로 각인된 것이다.
이처럼 거절불안의 원인이
진화적인 본능에 있다는 책의 해석은
우리가 속으로 삭이게만 되는 '거절불안'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거절불안의 원인에 이어서는 거절불안이 낳은
다양한 병리학적 양상을 살펴본다.
사회불안장애, 회피성 인격장애,
의존성 인격장애, 성인기 분리불안장애,
경계선 인격장애, 자기애성 인격장애의
여섯 가지 진단명을 살펴보면서
상대의 반응을 집착적으로 확인하는
강박적 확인,
거절당할까 두려워 관계 자체를 피하는 회피,
거절을 피하기 위해 상대에게
과도하게 맞추는 관계집착,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타인에게 종속되는
자기 소멸과 같은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불안은 자존감을 갉아먹고
인간관계를 피로하게 만들며,
다양한 심리문제로 이어지게 되며
현대 사회의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꼭 '질환'으로 이름 붙이지 않더라도
각각의 진단명이 공통적으로 가진 특징들은
우리 누구에게나 존재하고
또 한 번쯤 느껴본 적이 있는 감정들이기에
이 불안의 감정이 얼마나 오래,
우리 깊숙이에 자리하고 있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동안 나 역시도 거절에 대해
'나에 대한 부정'으로 생각하면서
거부감을 느끼고 싶지 않은 마음에
상대방의 눈치를 보느라 힘든 적이 많았다.
하지만 거절을 그저 상대의 상황과 취향일 뿐,
나의 존재 가치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깨우치고 나니
행동하거나 말하기에 앞서 망설이던
지난 시간들 속의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
누구에게도 거절 당하지 않고
모두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쩌면 불가능한 '완벽'을 추구하느라
마음속에서 건강한 경계선을 세우지 못하고
나를 몰아붙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적당한 거리감으로 나를 지키고,
거절을 두려워하기 보다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불안을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수용할 때
자책하던 마음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책의 조언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나는 예민한 편이라, 마음이 여려서' 하고
스스로를 민감하다고 여겨왔는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생각,
인류 누구나 가진 보편적 본능이라는 안도감은
미워하던 나의 한 단면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거절은 관계를 깨뜨리지 않는다.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일 때,
오히려 자기 회복력을 키우고
삶의 다양한 상황에서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억지로 맞추는 관계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관계가
더 오래간다는 사실을,
오히려 거절을 통해 상대와의 관계가
더 솔직하고 지속 가능한 성숙한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남았다.
책을 읽고 나니 앞으로는
읽씹이나 단톡방 배제, 손절 같은
거절에 동요하지 않는 배포가 생긴 것 같다.
나처럼 상대방의 반응을 신경 쓰느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책이 전하는 거절불안의 본질이
새로운 시야를 틔워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