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믿어주는 일
미야모토 테루 지음, 이지수 옮김 / 프시케의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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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이 글을 쓴 작가의 인생이

문득 궁금해지는 순간이 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작가만의 필터로 바라보는

특별한 세상을 마주할 때면

이 사람이 그동안 살아온 삶이 어땠기에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절로 생겨나곤 한다.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이자,

뛰어난 필력으로 사랑받는 미야모토 테루.


그의 작품들 가운데 유독 입문 초기에 쓴 것들이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그 시점에 쓴 산문집 《그냥 믿어주는 일》은

작가에 입문하기까지의 그의 인생,

애정과 사랑, 회환으로 바라본

아버지에 대한 기록을 통해

자신의 불안과 결핍은 물론

사랑과 신뢰, 다정함 등을 담았다.


인정받는 작가가 되기까지 헤매던 시절,

그의 고민과 가정사를 함께 돌아보다 보면

그의 작품에 담긴 풍부한 서정성,

삶과 죽음, 숙명을 다루는 그의 세계관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깨닫게 된다.


책의 많은 부분은 아버지와 얽힌 추억을 다룬다.

아버지가 쉰 살이 되던 해에

늦둥이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해

부모님의 걱정 아래 자랐다.

아버지는 그저 '무사히 커주기만 하면 된다'는

따스한 사랑을 보여주었지만,

사업 실패와 방탕한 생활로 어머니와 그를 내버리며

원만한 관계를 갖지 못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기까지

애써 외면했던 작가는

소설가가 되어서야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고

그의 사랑과 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고 했다.


아버지와 함께 했던 추억,

그리고 그가 남긴 책과 영화들은

그의 문학적 뿌리가 되었고

삶의 버팀목이 되었음을 깨달은 작가는


조건 없는 사랑과 신뢰에 대하여

누군가를 '그냥 믿어주는 일'에 대해,

자신의 회한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부모와 원만한 관계를 가진 이들도 많은 반면,

단절된 관계로 연을 끊는 이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보여주었던

사랑을 곡해하지 않고 오롯이 받아들이며

이를 자신의 세계관으로 확장시켜 나간

작가의 다정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카피라이터로서 평범한 직장 생활하던 시절,

갑작스레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글쓰기를 시작하며

마주한 높은 현실의 벽,

수없이 투고와 수상에 실패하고

빠듯한 생계에 희생하는 가족을 보며

그만둘까 갈등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불안정성 속에서도

삶으로 기어이 한 걸음씩 발걸음을 더하는 그의 노력,

자신의 존재를 성찰하게 하는 문학과

글쓰기에 몰입하는 작가의 성장은

누구에게나 두렵기만 한 처음을 엿볼 수 있어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몇 번이고 글을 고쳐 쓰며 분투하고,

병을 앓고 불안증에 시달리면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삶의 궤적들은

단순히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후일담이나

추억에 그치지 않는다.


그에게 아버지, 그리고 문학이 그랬듯

나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만들었고,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불안과 결핍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그 해답을 찾도록 도와준 책이 아니었나 싶다.


평온하지 않았던 가정환경,

불안증에 시달리면서도 이어온 직장 생활,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시작한 글쓰기.

수많은 불안과 결핍을 떠안고 있음에도

결국 그는 작가로 성공하는 자신을 만들어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무모한 선택,

막연하게 시작한 일들이지만

그 자체가 삶의 본연의 모습인 양

일말의 다정함을 붙들고 이어온 그의 글은

나의 불확실한 매일에도 힘이 되어주었다.


사사로운 개인의 삶을 담아냈지만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곱씹으며

자신의 운명, 인간을 향한 애정,

소박한 매일을 담은 섬세한 문장들은

잔잔하지만 단단한 믿음을 준다.


개인이 겪은 인생의 사건들,

작품에 얽힌 후일담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작가가 되기 전까지의 삶부터

작품을 집필할 때의 경험과 생각,

지금에 이르기까지 담아낸 그의 인생은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남았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꼭 껴안고 있는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표지로

누군가를 조건 없이 믿는 것,

다정함을 담아낸 이 책을 통해

누구나 잔잔하지만 따뜻한 위로를,

삶에 대한 따스한 선의를 느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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