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의 하루
김영글.안희제.정우열 지음 / 을유문화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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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털이 날리는 건 지저분해서 질색하던 엄마와

겁이 많은 나의 성격 탓에

지금까지 한 번도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짧게나마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체를

삶의 궤적 안에 들였던 경험이 몇 있다.


다세대 주택에 살던 어린 시절,

위층 주인집에서 도둑을 막기 위해

1층 마당에 개 한 마리를 들인 것이었는데,

그 집 소유의 개였지만

우리 집에서 밥을 주고 살피는 일이 많아

'우리 개'처럼 느껴지는 아이였다.


상자에 담겨온 작은 강아지 시절을 시작으로

금세 자라 성견이 된 '누렁이'는

어느덧 목줄을 끊고 대문 밖을 나가거나

마당을 뛰어다니기도 했다.


동물을 전혀 만지지도 못하고 무서워했기에

하루는 대문이 열리자마자 뛰쳐나오는

누렁이를 보고는 깜짝 놀라 뛰어 도망갔고,

그런 나를 보고 같이 놀자는 줄 알았는지

자꾸만 따라와 눈물을 쏙 뺀 기억이 어제 일 같다.


줄에 묶여 있을 때는

가끔 더운 날 수도를 틀어 물을 뿌려주기도 하고,

소꿉놀이할 때는 꽃 등을 짓이겨 만든 걸

밥이라며 먹으라고 내밀기도 했는데

무섭게만 느껴지던 그 강아지와의 시간은

조금씩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병에 걸려 팔려간 것을 알게 되었는데

빈집만 남기고 인사도 못한 채

누렁이와 헤어진 그날은

꽤나 먹먹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내 인생에 반려동물은 없다고,

한 생명을 책임지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며

여전히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종을 넘어 나와 감정을 나누고

삶의 시간을 공유했던 그 특별한 경험은

부인할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다.


반려동물 하면 떠오르는 개와 고양이를 비롯해

요즘은 식물을 키우는 스스로를 '식집사'라 표현하며

반려 식물이라 칭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다른 생명체를 자신의 삶과 일상에 들여

함께 살아가고 돌보는 매일은

사람끼리만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과는

천지차이일 것이다.


인간과 비인간 존재는

서로 대화를 할 수도, 완벽히 이해할 수도 없다.

하지만 《반려인의 하루》의 세 작가는

각각 고양이, 식물, 개를 돌보는 과정 속에서

이들과 공존하는 삶의 의미를 깨우친다.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한 글이지만

하나의 목소리로 전하는 '반려'의 진정한 의미,

그 안에 담긴 책임과 응답,

그리고 또 다른 사랑의 형태를 만날 수 있었다.


1부는 김영글 작가와 길고양이 출신의

세 마리 고양이 요다, 모래, 녹두의 이야기이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 독립성이 강한 고양이들은

제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고양이는 인간과 완전히 다른 존재이지만,

작가는 그 차이를 이해하거나

소통하려 애쓰기보다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태도로 대한다.


보통 반려동물을 대할 때 '길들인다'는

표현을 많이 쓰기도 하는데,

작가는 반려 관계에 대해

타자를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 관계를 통해 자신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임을 몸소 느끼게 된다.


언어를 넘어선 감각으로의 소통,

그리고 고요한 평화 속에서

꼭 모든 것을 이해하고 매 순간 함께 하지 않아도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따로 또 같이의 관계 맺음을 보여주었다.


2부에서 안희제 작가는

집 안에서 키우는 식물에서 시작해

곤충, 이끼, 거리의 나무까지 관계의 범위를 확장한다.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과 달리

식물은 '생명'이라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렇기에 이들을 죽게 하더라도 죄책감을 갖거나

돌봄에 있어 큰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


죽은 화분을 문밖에 내어놓거나,

싫증이 나면 다른 이에게 나눔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작가는 식물을 단순한 취미나

인테리어 요소로 바라보는 요즘에

이를 함께 책임져야 할 반려의 존재임을 강조한다.


식물을 돌보는 과정 속에서 따라오는

벌레나 이끼, 온·습도의 영향 등

식물과의 관계를 인간 중심적인 시선이 아니라

환경과 공동체로 번져가며

나만의 작은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특별한 경험을 소개했고,


돌봄과 응답을 통해 일상의 조건을

재구성하는 그의 매일 속에서

고작 풀이나 나무, 화분 정도로 사물화했던

식물의 '반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마지막 3부는 정우영 작가와

그의 반려견 풋코, 그리고 그가 구조한

유기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와 스무 해를 함께한 반려견

풋코와의 마지막 시간을 기록하며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묵직하게 다룬다.


병원 치료와 수액 주사,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은

어떤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일이라는

반려 관계의 무게감을 일깨우며,

반려동물과의 죽음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사랑의 다른 형태로 이어지는 과정으로서 조명한다.


조금씩 생명이 꺼져가며

마지막을 향해가는 반려동물과의 작별은

작가뿐 만 아니라 반려인들 누구에게나

커다란 절망으로 다가오겠지만,

이런 이별로 사랑은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로 나에게 남아

스며드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처음에 이 책을 펼칠 때만 하더라도

자신의 반려 경험과 즐거웠던 추억을 담아낸

가벼운 글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히 함께 사는 존재가 아니라,

짝이 되는 동무로서 책임과 응답을 요구하는

세 작가의 글을 모두 읽고 나니

내가 알고 있던 '반려'의 의미를

재정의하는 시간이 되었다.


일방적으로 인간이 동물 혹은 식물을

돌보는 행위가 아니라,

이들을 돌보는 과정 속에서

오히려 자신이 변화하고 성장한 작가들의 경험은

책임감이라는 무게 때문에

반려동물을 곁에 두고 싶지 않았던 마음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에게는

이들의 죽음이 떠올리고 싶지 않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경험일 텐데

이조차 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는

사랑으로 해석하며


혐오와 배제 등 타자와의 관계보다

개인주의적인 것에 더 집중하는 요즘에,

인간이 아닌 존재와 어디까지 연결될 수 있는가를

각자에게 묻는 기록이기도 했다.


반려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곱씹으며

고양이, 식물, 개와의 관계를 통해

타자와의 공존, 책임, 사랑을 탐구한

작가들의 삶이 참 아름답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미리 걱정하느라,

혹은 일방적으로 인간이 어떤 존재를

거둔다는 생각에 외면했던 건 아닌지

새삼 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독서였다.


돌봄과 책임을 넘어 타자와 공존하는 삶을

배울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응답하고 책임지는 '짝'으로서

반려와 사랑의 의미를 배울 수 있었다.


일부러 곁에 반려 존재를 들이지 않더라도

타자의 반려동물이나 식물에,

길에 심어진 나무나 풀 한 포기에서도

의미를 찾게 만들어주는 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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