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 지친 밤에는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포레스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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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옷을 입는 것은 당연한 건데

슬슬 '너무 나이에 안 맞는 차림새인가'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SNS에 올라오는 사진이나 릴스를 보면

이따금 '나이에 안 맞아요, 너무 과해요'

하는 댓글이 달리며 논쟁이 붙기도 하고,

'영포티룩'이라며 젊은 층이 즐겨 입는 브랜드를

따라 입으며 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이상을

희화화하는 말이 생기기도 하니

괜스레 옷 하나 입는 것에도 조심스럽다.


누군가는 '이제 나이가 들어서

무거운 재킷이나 코트를 입으면 옷 몸살이 와서

가벼운 옷이나 가방만 찾게 돼요' 하는

고민을 토로하기도 하니

나이에 따라 사소한 것들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분명 나에게 잘 어울리던 옷과 색상이

이제는 남의 옷을 입은 양 어색해지고,

멀리서 보면 칙칙해 보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둥 떠 보이거나

주름이나 잡티가 부각되어 보이는 얼굴은

자신감을 절로 떨어뜨린다.


대단히 건강에 문제가 생기거나,

일상이 달라진 건 아니지만

그 사소한 '변화'가 쌓이고 쌓이면서

반짝임을 잃은 존재가 된듯해 씁쓸해진다.


30대 미혼 여성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로

많은 인기를 끈 마스다 미리 작가의 신작

《중년에 지친 밤에는》은

막 50대, 무언가를 잃어가는 시기에 접어든

중년의 고민을 다루었다.


더 이상 티셔츠가 어울리지 않는 나이,

눈에 예뻐 보이고 갖고 싶은 물건은 많지만

이제는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나이,

이따금 나이 듦에 서글프기도 하지만

예전처럼 애쓰지 않아도 되고

모든 것을 잘 해내지 않아도 괜찮다는 감각으로

편하기도 한 미묘한 감정의 결을 다루었다.


막 50대에 접어든 주인공이

홀로 레스토랑을 찾았다가

우연히 뒷자리에 앉은 동년배 여성 두 명이

나누는 대화를 엿들으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비슷한 시간을 지나고 있는 이들이 나누는

대화에 공감하면서 괴롭고 슬픈 생각도,

때로는 소소한 즐거움을 느낀다.

그리고 오늘도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하는 만남이 반복되며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으로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무언가를 잃고 놓치고 흐려지는 시간만이 아니라

지치고 재미없는 순간도 물론 있지만

그조차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다용도로 지퍼백을 활용하거나

별일 아닌 순간에서 웃는 사소한 행복,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매일 안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나이 듦에 익숙해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마냥 오지 않았으면 했던 중년의 시간도

조금은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년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일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비슷한 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앞으로 나아가는 삶은


때로 괴롭고 힘들며 슬픈 날이 다가오더라도

각자의 즐거움으로 상쇄하고 위로받으며

그럼에도 또 살아갈 수 있겠다는 기대를 주었다.


동 세대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작지만 단단한 위로의 문장으로,

잊고 있던 일상의 즐거움을 일깨워 주는

기회를 주리라 생각한다.


긴 설명 없이도 깊은 공감을 이끌어주는

마스다 미리의 진수를 느낄 수 있었다.

30대의 공감을 넘어 함께 성숙해

중년을 맞이하는 기분이 따뜻하다.

앞으로도 함께 무르익을 그녀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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