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오후에도 축제는 벌어진다
와카타케 치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부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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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SNS에서 '나이들어 못하는 건 키즈모델 뿐'

이라는 말이 밈처럼 한창 유행했다.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며

그래,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지

머리로는 그 이야기를 이해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아무리 그래도 이 나이에 무슨' 하며

새로운 시작이나 도전을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속도로

인생의 후반기에서도 빛을 발하는 사람도 있다.

박완서 작가님만 하더라도

아이들을 키우는 평범한 주부로 지내다가

40대에 전업작가로 활동하게 되었고,

이따금 뉴스를 통해 80대의 나이에

수능을 보고 늦깎이 대학생 생활을 시작하는

어르신들의 소식을 들을 때면

인생에 정해진 때란 없다 싶기도 하다.


내리막길만 남았다고 생각한 인생의 후반기,

남편과의 사별 이후 50대의 나이에

젊은 시절 꿈이었던 소설가가 되기 위해

펜을 든 사람이 있다.

《인생의 오후에도 축제는 벌어진다》의 작가

와카타케 치사코가 그 주인공이다.


아들의 추천으로 소설 수업을 듣기 시작했지만,

그녀가 첫 작품을 발표한 것은

그 수업을 듣기 시작한 지 8년이 지나서였고

누군가는 '말년에 이렇게까지' 싶을 텐데

63세에 일본 문학계를 뒤흔드는 문예상,

아쿠타가와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최고령 신인으로 반란을 일으켰다.


일반적인 직장의 정년퇴임도 65세 남짓.

나라에서 인증하는 '노인'의 범주에 다다른 그때

신예의 마음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그녀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남은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긴,

더 남은 것이 없다고 여겨질 법한 인생에

스스로 새로운 점을 찍어 여전히 성장하는

그녀의 인생을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남편과의 사별로 삶이 한차례 크게 무너져

상실에 따른 절망감에 빠지게 되었지만,

그녀는 당시를 회고하며 동시에 자기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오랫동안 머릿속을 떠돌기만 하던 생각들이

비로소 하나의 선처럼 이어졌고,

슬픔이 슬픔으로 끝나지 않은 채

어떤 결실을 맺어 그녀를 글쓰기로 이끌었다.


그녀는 이 이야기를 '써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것이

인생의 후반기 새로운 축제를 여는 서막이 되었다.


어쩌면 일반적인 젊은 작가들보다

더딘 속도와 성장 일지도 모르지만

조금 느려도 내가 갈 수 있는 만큼,

그리고 하고 싶은 나의 이야기를

직접 글로 펼쳐내는 그녀의 인생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반짝 빛났다.


이런 기회를 놓치는 건 바보라며,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내세울 것 없는 솜씨일지라도

나만의 다룰 수 있는 '노년 소설'이 있을 거라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가는 모습은

'성취'보다 인생의 '행복'을 일깨워 주며

우리에게 어떤 속도로,

또 어떤 방향으로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만들었다.


젊을 때에는 남들과의 속도를 맞추기 위해

나에게 맞는 빠르기가 어떤지,

또 오롯이 나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사회의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남들의 시선 아래 나를 조각하고

거기에 위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만큼 인생을 살아보니

행복이니 불행이니 하는 것은

결국 인생이 지닌 색깔과 같은 것이라며

일희일비하지 않는 태도를 갖게 된

내공 있는 '어르신의 짬'에서

나름과 멋과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미 지나간 젊은 날의 청량함과 반짝임을

되돌릴 수는 없기에

잃어버린 것보다 남은 것들을 세어보며

그것들이 아직도 이렇게 빛난다는 것을

발견하는 시간으로 만든 그녀의 노년이

우리가 그동안 익숙하게 떠올려온

삶의 마지막 모습을 다른 방향으로 비튼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서글프고,

그래서 점점 못나고 불필요한 사람처럼

느끼기 쉬운 마음에

불안이나 슬픔이 아니라 자유와 해방으로

이끌어주는 기세를 느낄 수 있었다.


조금씩 나이를 먹어갈수록

행동반경을 단출하게 줄여가고

인생을 그동안 만들어온 모양새로 잘 유지시켜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언제든, 스스로 나 자신을 위해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의 시선으로

그냥 '남은 인생'이 아니라 새로운 시간으로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기대가 든다.


노년기야말로 인생의 본무대라 말하는

호쾌한 할머니의 글을 바라보며

그에 비하면 아직 인생의 절반도

채 살지 않은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고,

너무 움츠러들지 말고 원하는 것들을

시도해 보는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 두뇌 회전이 느려지니까,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우니까

괜히 몸 사리게 되었었다.


타인의 시선은 신경 쓰지도 않으며

모든 일의 우선순위에 '나'를 두고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노년의 지혜를 잊지 말고 새기면서

차근차근 나만의 인생,

나만의 축제가 벌어질 시간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이다.


늦은 공부를 다시 시작해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엄마에게도,

무언가를 새로 도전하기에 두려워

망설이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나이를 불문하고 나이 듦이 절망이 아닌

기쁨으로 이끌어주는 이 책의 시선이

조금 더 인생을 살만하게,

재미있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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