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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328번 남았습니다
우와노 소라 지음, 박춘상 옮김 / 모모 / 2026년 1월
평점 :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매일같이 엄마가 만들어주는 밥을 먹으면서도
그것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진 못한다.
당연하고도 익숙한 풍경 속에서
어떤 날에는 맛이 짜네, 맵네 투덜거리기도 하고,
반찬이 맘에 들지 않아서
일부러 바깥에서 밥을 먹고 들어오는 날도 있다.
하지만 어느 날 눈앞에 문득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328번 남았습니다'라는 문장이 등장한다면,
그리고 어머니가 해준 음식을 먹을 때마다
그 숫자가 점점 줄어든다면 어떨까.
아마도 마음이 불안해질 것이다.
이 횟수가 줄어들어 0이 되어버리면
더 이상 엄마의 밥을 먹을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믿게 되고,
차마 편히 집밥을 먹지 못할 것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당연한 순간'은 이렇게 한순간에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사람에게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처럼,
'끝' 앞에서 우리의 마음은
보통날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된다.
최우식, 장혜진 배우 주연의 영화
〈넘버원〉의 원작 소설인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328번 남았습니다》은
이 거짓말 같은 불행을 전제로 한 이야기다.
밥을 먹고, 전화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등
무심코 흘려보낼 수 있는 순간에
'남은 횟수'라는 설정을 붙임으로써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적 행위가
사실은 유한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영화의 예고편을 보는 것만으로도
결말이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지는 호기심,
만약 나라면 이런 상황에 어떻게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답답함을
책의 결말이 알려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서둘러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각 단편의 주인공들은 각기 다른 '끝'을 마주한다.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과거를 되돌리고 싶은 사람,
수업 횟수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고등학생,
짝사랑을 하고 있는 회사원에게 찾아온 불행,
타인의 거짓말을 구분할 수 있는 소녀가
경험하는 사랑,
놀지 못하고 살아온 남자가 마주한
앞으로 놀 수 있는 횟수,
자유를 꿈꾸는 청년에게 주어진
앞으로 살 수 있는 날의 수가 보인다.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인물들은 부모님, 친구, 연인과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과거의 비극을 바꾸려 고민하거나,
졸업을 위해 수업 횟수를 채우려 애쓰고,
불행을 앞둔 직장인 하루를 버텨내며,
놀 수 있는 횟수를 아끼던 사람은
첫사랑을 만나 지금을 즐기는 법을 배운다.
각자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가 수많은 '끝'을
어떤 태도로 받아들일 것인가를 묻는다.
남은 횟수라는 설정은
마냥 무겁게만 흐르지 않는다.
상실과 그리움, 사랑과 후회만으로
이야기를 채우지 않고,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안도감을 주며 결말을 맞이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지금을
어떻게 인지하고 받아들일 것인가가
오늘을 온전히 살아낼 힘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끝이라고 생각했기에
용기를 내고 태도를 바꿀 수 있었던
인물들의 선택은
지금이 더욱 빛나고 소중하다는
익숙한 진실을 일깨운다.
꽉 닫힌 결말이 아니라
오히려 여운을 남기는 결말들은
누군가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남은 횟수' 이후의 결말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내는 마음을
알려주는 감동이 더 크게 다가왔다.
각 인물들의 사연에 몰입하다 보면
매일 먹는 밥 한 끼,
누군가에게 건네는 한마디,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미루지 말고 표현하며
후회 없는 지금을 살자는 다짐을 하게 된다.
묵직한 메시지와 따뜻한 감동,
웃음과 울컥한 슬픔을 모두 느낄 수 있었고,
책을 덮고 나니
나에게 '남은 횟수'를 다 쓰기 전에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아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매일을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이들에게,
평범한 나날의 소중함을
잊은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보통의 기적을 일깨워 주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