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서툰 사람들 - 불가해한 상실 앞에 선 당신을 위한 심리학자의 애도 강의
고선규 지음 / 아몬드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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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벌써 10년도 넘게 지난 일이지만

여전히 어제처럼 선명한 기억이 있다.


예고 없이 찾아온 가족의 죽음.

그 앞에서 우리 모두는 망연자실했고,

누가 누구를 위로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함께 울다가도

예민해져 서로에게 날을 세우기도 했고,

어른들의 담담한 태도는 서운하게 느껴졌다.

나에게도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일이었지만,

'언니가 제일 슬플 거야'라는 이유로

남은 일들을 떠맡아야 했던 기억은

오래도록 버거움으로 남았다.


그 후 가족은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했다.

누군가는 상담실을 찾았고,

누군가는 감정을 삼키며 시간을 견뎠다.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순간이 과연 올까,

나는 건강하게 이별하고 있는 걸까

하는 물음표가 늘 마음속에 있었다.

그러던 중 이 책 《슬픔이 서툰 사람들》을 만났다.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는

오랫동안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을

상담하며 얻은 통찰을 이 책에 담았다.


'애도'라는 인간의 보편적인 과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다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안내하는

일종의 심리 안내서이기도 하다.


책은 죽음을 다룬 10편의 영화가

사례로 등장한다.

영화 속 인물들이 저자의 상담실을 찾아와

내담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는데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

아내와 사별했지만 슬프지 않은 남편,

교사의 죽음을 겪은 학생들,

존엄사를 고민하는 노년의 삶 등

다양한 상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다양한 종류의 상실,

애도의 과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나와 닮은 경험들 속에 몰입하며

마음속에 삼켰던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슬픔은 억누르거나 회피해야 하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흘려보내야 하는

'이해의 대상'임을 이야기하며

잘 떠나보내야만 다시 삶을 사랑할 수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모든 죽음은 개별적이며

타인의 슬픔을 쉽게 재단하거나 비교할 수 없고,

진정한 애도는 개인의 회복을 넘어

사회적 공감과 지지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애도를 개인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

사회의 일로 끄집어내는 시선이 참 좋았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아픈 기억이 떠올라

다시금 고통이 차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깨달음도 있었다.


죽음을 인정하는 것이 치유의 출발점이며,

애도는 단순히 고통을 줄이는 과정이 아니라

삶을 다시 사랑하게 만드는

회복의 길이라는 점이다.


가족과의 이별을 떠올릴 때면

'왜 우리 가족에게만 이런 일이'라는

비관적인 마음이 앞섰었는데

그런 마음을 조금이나마 치유로 이끄는

따스한 손길처럼 느껴졌다.


또한 우리 사회가 여전히 애도에 서툴고

상실을 겪은 사람을 위로하는 데

인색하다는 지적이 크게 와닿았다.


나 역시 그 일을 계기로

많은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단절했던 경험이 있기에,

애도 문화를 바꾸고자 하는 작가의 메시지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죽음과 상실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고 떠나보내는 과정이

결국 삶을 더 깊이 사랑하는 길이다.


가족을 잃고도 밥을 먹고,

때로 웃거나 일상을 사는 것이

꽤나 죄스럽게 느껴졌던 나에게

저자가 전하는 구체적인 애도의 지침은

큰 위로가 되었다.


영화 속 인물들의 서사를 통해

그가 던지는 답변은

마치 내 마음을 읽어준 듯 후련했다.


이 책은 죽음의 이유를 찾고자

스스로와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했던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별자들에게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는

마음의 짐과 고통을 덜어내고

다시 삶을 사랑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와 같은 사별자뿐 만 아니라,

여전히 가슴 어딘가에 감정을 삼키고 있을

가족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다.

애도와 치유가 삶을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회복의 길임을 알려주는,

의미 있는 이 안내서를 읽고

이제라도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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