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을 쌓는 마음 마음의 지도
윤혜은 지음 / 오후의소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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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출근을 하고

주말 이틀 동안의 휴식.

이렇게 일주일이라는 사이클은

휴가나 여행 같은 특별한 순간을 제외하곤

대부분 엇비슷하게 반복된다.


그래서일까,

때로는 어제와 같은 오늘

그리고 오늘과 비슷할 내일에

큰 기대 없이 흘러가는 대로 나를 맡기게 된다.

정성껏 하루를 살아낸다는 감각 없이

'그냥' 무의미하게 시간을 낭비하는 것.


그러다 보면 지난주엔 무슨 일이 있었더라,

혹은 내가 어떤 생각을 가졌더라

이따금 지난 시간 속의 나를 되짚고 싶을 때에도

이를 떠올릴 재간이 없다.


그래서 일기 쓰기를 시작했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버거운 숙제처럼,

가장 하기 싫은 것 중의 하나였던 일기였지만

그것이 내가 열심히 살아냈다는 증거,

기억의 보관소가 되어줄 거란 믿음으로.


블로그에 그날 있었던 일,

기분이나 사소한 즐거움들을 쓰다 보니

시간이 지나 이를 잊고 있다가도

'과거의 오늘'이라는 알림 서비스 덕에

'맞아, 이때 이런 일이 있었지'

'그래, 이런 기분이 들었어' 하며

과거의 시간을 다시 한번 더 곱씹을 수 있었다.


처음엔 글을 쓰면서도

이게 어떤 의미가 있나 아리송한 마음이었는데,

일기는 쌓이고 쌓여 기록이자 나의 역사가 되었고

그 결과 나의 매일은

더 이상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닌

쌓이는 매일로 변화했다.


무수한 오늘이 양옆, 또 위아래로 짜여있는

10년 일기장 두 권을 빼곡히 쓰는 노력으로

자신의 하루를 찬찬히 감각하며,

지금껏 쌓아온 나'들'과 행진하는 기분으로

삶의 부피를 착실히 키워가는 사람이 있다.


《매일을 쌓는 마음》의 윤혜은 작가로,

팟캐스트 〈일기떨기〉의 진행자이자

이 팟캐스트를 모아 출간한 책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를 썼다.


전작 에세이를 통해서

본인의 삶, 생의 복판에서 고군분투하는 하루,

일의 희로애락에 울고 웃는 시간 등

진득한 글과 함께 세 명이 나눈 따스한 대화를 담아

나와의 화해를 제안하는 선명한 위로를 받았다.


그 연장선인 이 책을 통해 그녀는

매일을 '쓰는 사람'으로서 살아온 하루가

곧 '내가 되는 일'이라 말하며

내가 쓰는 의미 없어 보이는 기록에서도

어떤 작은 가능성, 기특함을 느끼게 도와주었다.


책은 '일기 인간'으로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매일의 기록을 통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단단히 세워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는 쓰는 행위,

흔들리는 마음을 정리하고

각각의 자리를 만들어주는 과정으로서

글쓰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녀가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삶의 작은 순간들을 의미 있게 바라보는지

엿볼 수 있었다.


사소한 일상, 감정, 타인과의 관계 등

자신의 경험 속에서 실감하는 삶,

때로는 그 무게와 기쁨을 동시에 느끼기도 하지만

그 순간들을 기록하며 의미를 새기는 모습은

나의 기록과 쓰기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삶은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매일 조금씩 나아가는 과정임을,

그렇기에 일기장에 기록된

낯설지만 이미 존재하는 나를 너그럽게 바라보며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삶을

스스로 기특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태도,

되고 싶은 나를 향해 애쓰는

오늘 자체가 의미 있음을 상기시킨다.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기록의 힘을 기대하며 시작한

일기 쓰기는 아니었지만

그녀가 그랬듯 나 역시 쓰는 행위를 통해

타인을 보듯 나를 이만큼 떨어져 다시 보며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저 순간을 기록했다고 생각했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기분, 일상의 행복을 글로 쓰며

흘려보냈던 수많은 '오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달을 수 있었고,

또 그런 매일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지금은 아무 힘이 없는 것 같은 쓰기가

삶을 어떻게 붙잡아주는지,

일상의 순간을 기록하며 실감하는 삶이

나를 나로 살아가게 도와주는지 상기시키며

진득한 기록에 대한 욕구를,

이 발걸음을 계속할 것을 다짐하게 한다.


그럼에도 한 번씩 귀찮아서

'오늘은 그냥 쓰지 말까' 싶을 때가 있다.

보잘것없이 종종거리는 일상과 마음이 초라해서

애써 글로 쓸 필요가 있나 싶어 흔들리기도 하지만,

이런 나 역시도 기다려주는 마음으로

다시 하루를 차곡차곡 쌓아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오늘이 쌓이면 내일이 된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내가 된다는

시시한 결론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늘을 쌓아갈 용기를 책을 통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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