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 질 녘에, 손을 잡는다
기타가와 에리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빈페이지 / 2026년 1월
평점 :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출퇴근길 버스나 지하철에 몸을 싣고
무미건조한 매일을 반복하다가
이따금 마주치는 인물에 멈칫,
시선을 멈추고 집중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드라마나 영화같이 첫눈에 반하는
대단한 운명은 아닐지라도
'이 사람 왠지 눈이 가네' 하는 설렘이
어쩐지 하루의 기분을 다르게 만든다.
우연히 신호등을 건너는 길에 부딪혀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을
동시에 바닥에 떨어뜨린 두 남녀.
각자의 발 앞에 떨어진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듣던 노래라
별 뜻 없이 주워들고 길을 건넜는데,
아뿔싸 서로의 이어폰이 바뀐 것인지
조금 발걸음을 떼자 노래가 끊기고 만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지나치는 길,
그날 그 순간에 부딪친 두 사람이
우연히 같은 노래를 들을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운명처럼 느낄 수밖에 없는 이 만남은
과연 어떤 인연으로 이어지게 될까?
작품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일본의 스타작가 기타자와 에리코의
TBS 청춘 로맨스 드라마를 소설화한 작품
《해 질 녘에, 손을 잡는다》는
우연히 만난 두 남녀의 설레는 로맨스,
그리고 꿈 앞에서 두근거리고 방황하는
서툴지만 반짝이는 이들의 초상을 담았다.
시골에서 자유롭게 자란 소라마메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데 망설임이 없고,
도시 도쿄에서 작곡가의 꿈을 키우는 오토는
어느 정도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다양한 감정을 제대로 느끼고 경험하지 못해
때로 무미건조해 보인다.
우연히 예술가이자 재력가인 교코의 집에서
둘은 함께 살게 되는데,
자연스러운 전개처럼 사랑에 빠지고
그러면서도 각자가 가진 꿈을 위해 애쓰는
설렘과 갈등, 선택의 순간을 담아내었다.
호탕한 성격, 엉뚱한 표현으로
늘 주변의 시선을 끄는 소라마메.
오랜 시간 사귀며 결혼할 거라 믿었던
남자친구의 배신으로 절망하며
'누구와든 결혼하겠다'는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그녀의 성장 이면에 담긴 외로움,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애써 밝음으로 표현하는 안쓰러움이
점점 캐릭터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보편적이지 않지만 그녀의 엉뚱함,
사람을 웃음 짓게 하는 명랑함은
자기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는 힘뿐만 아니라
곁에서 함께 지내는 오토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며 그의 감정을 자극한다.
예전의 연애로부터 받은 상처로
타인에게 거리를 두는 듯하지만
상처받은 사람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오토의 모습은 너무 다른 듯 보이지만
또 겹쳐 보이는 닮은 모습이
이들이 어떤 운명으로 엮이게 될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게 되었다.
친구처럼 투닥거리는 에피소드,
각자가 가진 서사를 풀어나가며
자연스레 감정이 싹트며
사랑, 그리고 연애로 이어지는 듯싶었는데
각자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뿌리칠 수 없는 기회 앞에서
서로 멀어져야만 하는 현실적인 고민은
드라마의 '오해, 갈등'같은 플롯을 넘어
현실의 청춘 연애에서 충분히 나타날만한
문제였기에 더 몰입하게 만들었다.
꿈과 사랑을 모두 이루면 좋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이룰 수 없는 현실 앞에
괜찮은 척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진심으로 상대를 응원하고 아끼기에
애써 멀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과
그들의 어쩔 수 없는 이별은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뻔한 전개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꿈을 꽃피우는 상대를 위해
지금의 나의 마음을 애써 표현하지 않는 사랑이
오히려 순수하고 맑은 마음이라
아름답게 느껴졌다.
자꾸만 엇나가는 둘의 관계,
그와 반대로 꿈은 꽃피워지며
점점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는 결말로
끝나버리는 듯싶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과감히 몸과 마음을 던져
꿈과 사랑에 최선을 다하는
소라마메와 오토의 모습은
빛나는 청춘 그 자체를 보여주는 듯해 좋았다.
무언가를 향해 애틋한 사랑,
꿈을 향한 순수한 열정을 동시에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따스한 응원,
멀어졌던 이와의 회복이 담긴 이 이야기가
가장 강렬하고 상처가 선명해지지만
찬란하게만 느껴지는 청춘을
제대로 그려내어 오랜 여운으로 남았다.
등장인물들이 함께 마주 보고
손을 잡던 해 질 녘의 오렌지빛 풍경처럼
이 시간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공감과 설렘의 마음으로,
이 시간을 지나 보낸 이들에게는
지난 추억과 사랑을 되짚으며
잊고 있던 꿈에 대한 열정도 떠올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드라마 작가가 쓴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TV 드라마로 방영된 작품을 소설화한 것으로
드라마를 보면서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또 새로운 시선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다.
순수하게 꿈꾸고 사랑했던 청춘들의 꿈과 사랑,
때로 어긋나도 여전히 아름다운 시간을
흠뻑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로맨스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거나
열병 같은 청춘의 시기를 겪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