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완벽한 장례식
조현선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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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몇 해 전 갑작스레 외할머니의 임종을 맞으며

유언이나 마지막 말을 듣지 못한 것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요양센터에서 지내시다 떠나가신 탓에

바람이라던가 부탁을 전할 기회조차 없었고,

그렇기에 남은 가족들은

큰 상실감과 죄책감을 안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오기에

떠나는 이와 남은 이 모두에게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세상을 떠난 사람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면,

나는 어떤 말을 전할 수 있을까?

할머니는 우리에게 어떤 마음을 남기고 싶으셨을까?


상상만으로도 울컥 눈물이 터지는 이 판타지를

소설 《나의 완벽한 장례식》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대학교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병원 매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나희는

새벽 두 시마다 찾아오는 특별한 손님들을 맞닥뜨린다.


매점에서 팔 법한 물건 대신 붕대와 소독약을 찾거나,

미용실 앞 작은 문을 열어달라 거나

공장 사무실에 있는 물건을 찾아달라는 등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이들이다.


생뚱맞은 부탁을 하는 이들은

고등학생, 미용실 사장, 공장장,

병상에 누운 할머니까지……

평범한 손님처럼 보였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었다.


처음에는 두려움에 외면했지만,

나희는 이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하나씩 들어주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세상을 떠난 엄마를 떠올리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머무는 이들의

간절한 바람을 돌보며

남은 가족들에게 마음을 전한다.


부탁을 이룬 손님들은

후련한 표정으로 떠나가고 나희는 깨닫는다.

각 인물들 사이에 쌓여있는 오해와 경계가

누군가의 도움으로 풀어질 수 있으며

그들의 마지막 소원이 남겨진 사람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열쇠가 된다는 것을,

그리고 타인의 마지막을 돕는 일이

곧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임을 알게 되며

그녀 역시 성장해 나간다.


어린 시절 엄마의 임종 이후 사라진

남들에게 보이지 않던 사람들을

볼 줄 아는 나희의 특별한 능력이 나타나고,

병원에서의 아르바이트를 계기로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제대로 슬퍼할 틈도 없이

감정을 눌러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판타지적 설정은 잠시 멈춰 서서

떠난 이를 그리워하고

전하지 못한 말을 꺼내도록 돕는다.


하나씩 쌓여가는 손님들의 주문이 쌓여가며

귀신의 등장이라는 무서운 설정이

따스한 온기와 감동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실제로 이렇게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면,

돌아가신 할머니는

어떤 마음을 전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살아 있는 우리가

먼저 마음을 건네고 화해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후회 없는 작별이 아닐까 싶다.


결국 이 책은 죽음을 다루지만

지나치게 먹먹한 슬픔에 머물지 않는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관계와 사랑의 의미를 다시 물으며

가까운 누군가와 다투어 관계가 단절된 사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감정을 놓치고

무미건조한 매일을 보내는 이들에게

진한 여운과 감동을 주리라 생각한다.


진정한 구원은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곁에 있는 지금을 후회 없이 살아내는 것임을,

마음속에 오래된 매듭을 스스로 풀고

내 삶의 묵은 감정들을 털어내는 것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나희의 도움을 받아 떠난 이들이 후회 없이

가벼운 마음이 되었듯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타인을 바라보고

또 어떤 도움의 손길을 건네느냐에 따라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 그리고 '내일'이

바뀌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전하지 못한 말과 마음을 전할 수 있는

판타지를 꿈꾸기 이전에

후회 없는 작별을 할 수 있도록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항상 마음을 다하고,

외면하고 있는 관계나 감정이 있다면

용기를 내어 먼저 손 내밀어 화해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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