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일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설익은 인생 성장기
작은콩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나의 20대를 되짚어보면

'빨리' 무언가를 이뤄내고 싶다는 생각에

종종거리는 발걸음으로 가득했다.


빠른 생일이라 친구들보다 한 살 어렸음에도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조기졸업을,

직장에 들어가서는 빠른 승진을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면 만족을 누릴 새도 없이

다음 계단을 스스로 만들어 고군분투했고,

그렇게 한 걸음씩 계단을 오르다 보면

인생의 행복, 안정감, 만족 같은 것에

남들보다 일찍 닿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점점 의욕은 줄어들고 늘 힘에 부쳤으며,

이런 노력과 애씀에 과연 끝이 존재할까 하는

막막한 마음으로 자꾸만 가슴이 답답해졌다.


분명 목표한 것에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뿌듯함이나 즐거움, 기쁨을 만끽할 새도 없이

정신없이 바쁘기만 했고

언제나 다음, 그다음을 생각하느라

늘 조급하고 불안했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탈이 났다.

어느 순간 출근이 무섭고 두려워졌고,

작은 실수 하나에도 왜 그랬을까

스스로를 자책하고 채찍질하며

미워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스스로 그런 나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이대로 가다가는 진짜 큰일 나겠다 싶었을 때

애매한 성취만을 남기고 직장 생활을 접었다.


그만두면서도 '이게 맞는 걸까'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때의 내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음을,

줄곧 내가 그것을 외면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망가질 대로 망가지기 전에

진작 내 상태를 헤아렸다거나,

최선을 다했어도 때로 부족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더라면

다른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잊고 있던 과거의 경험과 감정을

이 책 《설은일기》를 읽어가며

오랜만에 다시 떠올렸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류머티즘성 관절염이라는

희소병을 진단받은 작은콩 작가가

자신의 설익은 인생을 담아낸 이 이야기는

누적 17만 이상 좋아요를 받은

동명의 인스타툰의 베스트 툰과 글을 담았다.


스스로를 보살피고 몸을 다루는 법을 모른 채

10, 20대를 치열하게 살아왔던 그녀가

갑작스레 류마티스 진단을 받게 되면서

자책하며 보낸 투병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근차근 매일을 살아내며

바꿔 먹은 마음으로 달라진 삶을 그렸다.


책은 희소병 진단을 받기 전

과거를 회고하며 시작한다.

'조금만 더 버티면

원하는 미래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였던 과거가

그녀를 괴롭게 하는 덫이 된 과정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공부, 대입 후에는 자기 관리,

그리고 일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면서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무시하는

노력 중독의 그림자를 조명하며


성실함이 미덕이자 생존 전략이었지만

결국 자기 몸을 해치는 '자기 착취'로 이어진

안타까웠던 과거의 시간을 고백한다.


나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며,

애쓰는 시간이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날 거라 믿어왔었는데

과한 노력은 자기 착취와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기에

그녀가 겪은 치열한 삶에

안타까운 공감의 마음이 크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관절이 아파 찾았던 병원에서

희소병을 진단받으며 그녀의 인생은

송두리째 달라지게 된다.


그토록 갖기 위해 애썼던 모든 것들을

치료 과정에서 다 놓아버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 과정 속에서 운동 강박, 식이요법,

자기혐오 같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하지만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통증과 피로가

삶의 중심에 자리 잡으며,

그동안 외면했던 스스로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좌절과 수용 사이의 마음에서 갈등하게 되고


내가 잘못해서 병이 생겼다는 자기비난,

이제는 몸을 존중해야 한다는 깨달음 사이에서

조금씩 '몸의 신호 듣기'를 배워나간다.


몸과 건강은 '관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라는 인식으로,

그제야 나를 지키며 사는 법을 알게 된 것이다.


아픔과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통해

불안을 결함이 아니라 감정으로 받아들이며

이를 '살고 싶다'는 신호로 깨달은 그녀의 성장은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을 있는 힘껏

사랑하고 격려하도록 용기를 주는 따스함으로,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스스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게 만들었다.


각기 다른 어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현실에서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최선을 다하는 주변인들을 통해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으로 나아가지 않아도

'나만의 속도'대로 다시 삶을 꾸려 나갈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 그녀 역시 용기를 낸다.


투병하면서도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병과 어느 정도 동행하며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꾸려갈지를 담아낸

인스타툰을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시작이 되어

자신의 아픔과 경험을 담담하게 풀어내며

나 자신을 있는 힘껏 사랑하고 격려하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는

그녀의 따뜻하고 힘 있는 그림은

다양한 세대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었다.


꼭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더라도

'노력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기 쉬운 1, 20대

혹은 50대 부모님과 함께 사는 30대 자녀,

커리어나 불안, 결혼 등의 관계에서

고민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녀가 풀어내는 이야기 속 다양한 공감으로

스스로의 인생과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는

기회를 만들어주리라 생각한다.


그녀는 스스로에 대해

여전히 남들보다 뒤처진 듯한,

설익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머물러 있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나답게, 내 속도대로 살아보겠다는

그녀의 다짐은 그 누구보다 단단하고

영글은 열매를 맺은 모습이다.


몸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면서

마음을 다루는 법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며,

외로움이나 불안함을 느낄 때면

이제는 피하지 않고 그 감정을 그대로 바라보고

'함께 살아갈 존재'로 인정한다고 했다.


후회와 자책, 두려움으로

스스로를 미워하던 시간에서 벗어나

자신과 화해하고 남은 삶을 사랑하기로

용기를 낸 그녀의 인생 성장기를 통해

'나는 불완전한 나를 인정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었다.


저마다 무르익는 시간이 다른 인생 속

나만의 속도로 나를 지키며 사는 법을 말하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는 그녀의 응원이

오래 힘이 되는 따스함으로 기억될 것 같다.


투병일기라 생각했던 이 책을 통해

인생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야를 배울 수 있었다.

불안감이 많은 2-30대 청년세대는 물론

희소병을 앓는 이들에게는 희망으로,

자기 자신을 오롯이 바라보고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울림을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