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삼각 둘이서 4
남순아.백승화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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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대학교 시절 MT를 떠날 때면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게임이 있다.

바로 이인삼각.

서로 어색할 수 있는 선후배, 동기들이

조를 이뤄 서로의 발을 엮어 묶고는

일정 지점을 돌아 먼저 도착하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다.


고작해야 이름과 학년 정도만 알던 이들이었기에

일렬로 나란히 줄을 서서 발을 줄로 묶을 때만 해도

어색한 기류가 흐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막상 게임이 시작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어깨동무를 하거나 팔짱을 끼고

하나, 둘 구호에 맞춰 한 몸처럼 움직이다 보면

까르르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처음에는 겨우 걷거나 중간에 넘어지던 것도 잠시

어느 순간 한마음으로 뛰는 걸음으로 발전한다.


혼자서 걷는 걸음은 어렵지 않다.

정면을 주시하며 발에 걸릴만한 게 없다면

크게 넘어질 일도, 걷는 게 어려울 일도 없다.

하지만 나와 한 걸음의 폭도 다르고

속도와 걷는 모양새도 다른 누군가와

발맞춰 걷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걷는 게 어려울 것도 없는 이들이 모였음에도

타인과 나라는 차이, 그 간극을 메우는 데는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비단 이인삼각이라는 게임이 아니더라도

인생에서 마주하는 타인과 함께 발맞춰

관계를 맺고 일하며 소통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들 이야기한다.

가족 혹은 연인끼리는 같이 일하는 게 아니라고.

이미 충분히 사적으로 얽혀있는 관계에

공적인 부분까지 더하게 되면

일이든 관계든 흐지부지되기 마련이라고,

혹은 그러다 싸움이 난다고 말이다.


하지만 어쩌면 과감하고도 무모하게

공(公)과 사(私)를

모두 함께하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바로 영화감독 남순아와 백승화 두 사람이 있다.

그들은 사적으로는 연인으로,

공적으로는 함께 일하는 사이로

하루의 대부분을, 일과 생활에서 함께 한다.


동종 업계 연인인 그들은

어떻게 인생의 이인삼각을 해나가고 있는지,

그 사이에서 느끼는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둘이서' 쌓아가는 매일이 궁금하기만 했는데

열린책들의 둘이서 시리즈의 네 번째 작가로

함께 《이인삼각》을 펼쳤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었던

김사월과 이훤 작가의 티키타카가 담긴

편지글을 모아 엮은 《고상하고 천박하게》 역시

재미있게 빠져들었기에

영화감독이라는 공통의 업을 가지고,

연인으로서 서로의 감정에도 누구보다 가까이 닿아

내내 함께 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에는

어떤 감정이 담겨있을까 기대되었다.


나 역시 큰언니, 작은언니와

벌써 10년도 넘게 함께 일을 하고 있고

또 같은 집에서 생활하면서

그들이 느낄법한 '좋으면서도 불편한'

감정을 이미 겪고 있기에

그들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지,

때로 찾아오는 위기를 극복할지 궁금해졌다.


둘이 번갈아 써 내려가는 글에서는

'집사람'으로 일컬어지는

집안에서 조용히, 그리고 내성적인 느낌의

백승화 감독의 섬세한 문장과

나이는 한참 어리지만 그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연인이자 동료인 남순아 감독의

호쾌함과 적극적이고 맹랑한 문장이 오가며

너무 다르지만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연인들의 말랑한 로맨스를 엿볼 수도 있었다.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타인이지만

숨김없이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고

또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

때로는 서로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는 동료로서

단단하게 끼워 맞춰지는 퍼즐 같은 일화는

그동안 공식처럼 이야기되는

'가족이나 연인이 같이 일하는 거 아니야'를

우습게 허물어버리는 느낌이었다.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적 특성에서 오는

독특한 시선이나 감성을 기대했는데,

러닝타임이 긴 영화를 보며

눈을 감고 잠에 들어버리는 허술함이나

함께 살게 된 게 좋다가도

이따금 '이렇게 평생 살아야 하나' 싶어

답답해지는 마음과

방귀를 트지 못했던 시트콤 같은 일화는

일상 속 연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많은 공감과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우리 자매들도 함께 생활하고 일하면서

때로 '언니로서는 이해가 되지만,

동료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아'하고

안타까우면서도 화가 나는 마음이 공존하는

아이러니함을 느끼곤 하는데


일과 생활뿐 아니라 여기에 사랑을 더해

시시때때로 위기를 맞거나 수없이 싸우면서도

결국에는 '서로'와 발걸음을 맞춰

다시 앞으로 뚜벅뚜벅 나아가는 이인삼각이

꽤나 뚝딱이지만 아름답고 아기자기했다.


어떻게 영화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영화감독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영화계의 생태계를 설명하는 문장들은

영화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는

좋은 예행연습이자 설렘으로


연인과 같은 집에서 함께 살아가며

서운하기도 어떤 날에는 너무 고맙기도,

그가 준비한 서프라이즈 이벤트에

이만큼씩 성장하며 서로를 이해해나가는 모습은

막 연애를 시작한, 그리고 오래된 연인들에겐

공감의 순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서툴지만 영화인으로서 잘 하고 싶은 마음,

때때로 짜증을 부리고 싸우지만

그래도 너무도 사랑스러운 연애와 일상 속

수없이 나눈 대화와 글을 담아낸 이 글이

'둘이서' 만들어낸 시간의 기록이자

각자의 마음을 담아낸 교환일기,

서로에게 보내는 연서와 같다고 했다.


이 몽글몽글하고도 뜨거운 글을 읽어가며

마치 그들과 발을 함께 묶고 이인삼각을 하듯

그 감정에 잔뜩 이입해 푹 빠지는 시간이었다.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동료이자

사랑을 나누는 연인이 늘 함께라서,

그들이 달려나갈 앞으로의 발걸음이

그 이인삼각의 도착지가 궁금해진다.


너무도 다른 타인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나

연인과의 갈등으로 힘든 이들에게는

공과 사를 함께하는 동종업계 연인의

이 이야기들이 어쩌면 답을 줄지도 모르겠다.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타인과

'둘이서' 함께하는 방법을 이렇게 또 한 번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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