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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오늘은 없다 - 119 구조대원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김강윤 지음 / 크루 / 2025년 10월
평점 :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따금 뉴스나 미디어를 통해
위험하고 절박한 사고의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인명을 구조하는
소방관들의 모습을 접하곤 한다.
누구든 도망치고 싶을 두려운 현장에
거침없이 발걸음을 더해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어떤 사명감이 그들을 이끌었을까'
존경스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살기 위해' 밖으로 나갈 때,
그들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안으로 들어간다.
그들 역시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신체적 한계, 정신적 두려움이 있을 것인데도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희생 앞에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배운 것 중 하나가
'위급한 상황에서는 119에 전화하면
소방관이 출동해 나를 구해준다'라는 것이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두려움에서도
든든한 믿음과 안심이 되는 존재로
그렇게 소방관을 바라봐왔다.
슈퍼맨처럼 강인한 모습,
그 어떤 어려움에서도 시민을 구조하는
119 구조대원이지만,
참혹한 현장에서 타인을 구한 뒤
자신은 빠져나오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도 참 많다.
생때같은 자식과 아내를 두고,
누군가에게 소중한 아들이자 가장이었을
그들의 생명에 불이 꺼진 소식에는
우리가 누리는 '안전한 일상'이
누군가의 희생을 뒷받침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감사하다'라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숭고한 그들의 업에 대해서
한걸음 가까이 다가가 조명한 책
《당연한 오늘은 없다》를 읽으며,
예상치 못한 사고가 찾아왔을 때
그 죽음의 현장으로 들어가는
119 구조대원의 삶과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사소하게는 집안에서 일어나는 사고부터
국가적인 재난이나 자연재해 앞에
항상 제일 먼저 발 벗고 나서는 119 구조대원.
우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는 그들의 매일에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누구보다 가까이 죽음을 목격해야 하는
아이러니함이 겹쳐있다.
때로는 구하지 못한 이들을 향한 죄책감,
동료를 잃거나 스스로가 다치는 순간에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묶인 그들도
처음부터 그렇게 타고나지는 않았을 터.
특수부대 UDT에서 군 생활을 시작해,
119 구조대원으로 임명되어
스스로 새로운 세상을 깨닫고
누군가를 '구하는 삶'을 살기까지.
한 구조대원의 매일을 따라 움직이며
그들이 쌓아 올린 봉사하는 삶,
경험을 쌓고 노련해질수록
현실에 부딪치며 고통받고 때로 힘든
일상 이면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방 구조대원으로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한 문장을 통해,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평생 한 번 겪을까 말까 하는 장면을
매일같이 겪어내는 그들의 수고스러움을,
그들이 마주한 섬세한 삶의 민낯 아래에서
나에게 주어진 이 생이
누군가의 도움과 희생으로 얻어진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주어진 상황과 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매일 변함없이 출동하는 그의 경험은
우리의 삶에 새삼스러운 감사를,
그리고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직업으로서의 사명감이나 일의 어려움을 넘어
그가 출동한 현장을 표현한 문장들에는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주목해야 할
다양한 문제와 가치들이 담겨있다.
삶의 희망과 의미를 잃고
배회하거나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젊은이,
연고가 없이 홀로 고독사로 떠나간 노인,
불법체류자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숨어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해 자살 시위를 하는 사업자,
산업현장에서 수많은 위험에 처한 노동자 등.
세상의 치열하고 잔혹한 현실을 조명하고,
또 이를 통해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그리고 지금의 사회가
개선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게 만들었다.
또한 수많은 생명을 구조하고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 속
추락이나 화재진압 중 순직한 소방관,
혹은 동료의 죽음을 마주한 이들이
다시 같은 장소로 출동하거나
비슷한 사고 현장에 투입될 때 느끼는 공포감.
피할 수 없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면서도 강인해야 한다는
소방관의 대외적인 이미지 때문에
마음의 병을 돌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까지.
미처 우리가 알지 못했던 부분을 마주하며
어쩌면 구조대원들의 희생에 대해
우리는 믿는 것을 넘어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반성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119 구조대원들은 긴박한 구조현장에서
인간의 생명 앞에서 느껴지는
무력감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사람을 살리려는 헌신으로
매일을 보낸다.
죽음을 가까이 목격하며
우리가 누리는 하루가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연약한 것임을 실감하는 삶의 유한성에도,
그들은 타인의 평범한 일상을 위해 애쓰고
서로를 지키고자 하는 용기와 연대로
영광 없는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열악한 처우와 알려지지 않는 현실,
박수받지 못하는 시선에도
한결같은 발걸음을 더하는 모습은
이제라도 우리가 제대로 알고
또 함께 개선하고 존중하고 지원해야 할
문제의식을 일깨워 주었다.
그렇게 누군가가 애써 지켜준 오늘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내가 그저 흘려보내는 하루가
누군가가 선물처럼 가져다준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그저 누군가의 사고 소식 정도로만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누군가의 삶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구조대원이 달려가고 있음을
더 깊이 떠올리게 되었다.
얇디얇은 죽음과 삶의 경계,
타인의 희생과 헌신 아래
내가 안전하게 살아가는 테두리가
지켜지고 있음을 항상 마음에 새기며,
작은 일상에 대한 감사로
매일을 마주해야겠다는 다짐이다.
《당연한 오늘은 없다》는
결코 당연하지 않은 오늘을 지켜준
타인과 세상을 향한 사랑을 보여주며,
삶의 소중함과 감사의 마음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