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느슨한 기록 일지 - 꾸준함을 만드는 가벼운 끄적임의 힘
이다인(다이너리) 지음 / 청림Life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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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 해 째인지 모르겠지만

늘 새해가 되면

'아날로그 기록'에 대한 열망으로

야심 차게 다이어리를 펼쳤다가

작심삼일처럼 실패하곤 했다.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큰 나이기에

스스로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하루라도 빼먹으면 그게 싫어서

혹은 조금 잘못 기록한 게 꼴 보기가 싫어져

비장했던 다짐과는 달리

'완벽하지 못할 거라면 그만두는 게 좋겠어'

하곤 금세 다이어리를 던져두었다.


그렇게 쌓인 다이어리와 노트가 몇 권,

펜이나 스티커 등이 제법 쌓이다 보니

마음 한편이 불편해졌다.

차라리 사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후회하는 마음도 들고 말이다.


대단한 기록을 하고자 함도 아니고

그저 일정이나 기억해야 할 것들을

조금씩 써두고 싶을 뿐인데,

뭐가 그리 어렵게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내년에 다시 시작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

문득 '언제 또 그만둘지 모르니

지금 일단 연습 삼아 기록해 볼까?'

하는 마음이 갑자기 불타올라서

9월의 마지막 주 어느 날 노트 한 권을 펼쳤다.


뭐든 확실한 것을 좋아해서

분기나 월의 시작 혹은 새해가

시작의 적기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연습이니까 망쳐도 괜찮아'

생각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 것이다.


대단한 기록은 아니었다.

무언가 소비를 한 날은

날짜와 물건, 구매금액을 적었고

꼭 기억해야 할 일정을 투 두 리스트로 적어

완료한 것엔 체크, 하지 못한 것에 X를 그으며

내 마음대로의 수첩으로 활용했다.


무언가 기분을 남기고 싶은 날에는

오늘의 감정이라는 제목과 글을 썼고

틀리면 수정테이프로 지우거나

쭉 줄을 긋기도 하고,

꾸미는 건 귀찮으니까 3색 볼펜으로 쓰니

부담감도 점점 줄어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기록이 신기하게도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명절 연휴나 피곤한 날은 과감히 패스하고

(어차피 이건 연습이니까,

지나간 기록을 굳이 적을 필요는 없어서)

쓸 수 있는 날에만 쓰다 보니

점점 기록의 재미가 붙었다.


그래서 어떤 날에는 빼곡하게

오늘의 소비, 오늘의 할 일, 오늘의 감정,

정말 쓸 소재가 없는 날에는

오늘의 감사한 일을 적으면서 이어갔다.


이렇게 한 달 넘게 채워진 노트를 보니

뿌듯한 마음과 함께

'내년에도 기록을 이어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게 되었고,

좀 더 제대로 기록하는 방법이 있을까 싶던 찰나에

이 책 《나의 느슨한 기록 일지》를 펼쳤다.


이 책은 기록 크리에이터로 입소문난

다이너리 이다인이 쓴 책으로,

나와 비슷한 경험을 반복해온 저자가

마침내 기록을 자신의 습관으로 정착시키기까지

시도했던 여러 가지 방법 중,

핵심만을 모아 집필한 '기록 가이드북'이다.


늘 다이어리 쓰기를 중도에 포기했던 사람들에게

기록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알려주는

그녀의 기록 여정은

'열두 달 기록 샘플러'라는 형식으로 통해

매달 하나씩 새로운 기록법을 소개한다.


그녀가 제안하는 방법을 따라

기록을 시도해 봐도 좋고

기록이 가지는 내면과 삶의 변화,

혹은 내게 맞는 기록을 찾아갈 수 있기에

많은 이들에게 좋은 자극과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녀 역시 처음에는 숱한 실패로

다이어리 쓰기를 포기했다고 했다.

하지만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며

오늘 뭐 먹었지? 같은 가벼운 질문이나

체크리스트, 감정을 기록하는 무드 트래커,

글이 아닌 사진으로 기록하며

쓰기의 부담과 귀찮음을 줄여주는

포토 먼슬리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달라진 모습을 소개한다.


이 과정을 통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일상을 정리하고 감정을 마주하며,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탐구해

선명하게 자기 자신을 알게 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열두 달의 기록 연습을 거치고 나면,

기록은 단조로운 습관이 아니라

나를 뚜렷하게 만드는 작업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기에 더욱 의미 있는 시도이자

기록을 망설이는 이에게도

새로운 동기부여로 작용할 거라 생각한다.


단순히 일상을 기록하는 데 멈추지 않고

이를 통해 타인과 함께 즐기는 삶으로까지

발전시켜 나간 그녀의 기록 생활을 통해

'나는 무엇을 기록하고 싶은가'

'내가 기록을 통해 달라지고 싶은 게 무엇인가'의

질문을 스스로 고민할 수 있었고,


그저 일정을 쓰는 기록만 떠올렸던 내게

다양한 종류의 기록이 존재하며,

그것이 나의 삶을 얼마나 다채롭게 만드는지

그리고 나도 모르던 나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앞으로의 기록에 무엇을 추가해 볼까

즐거운 상상에 빠지게 만들었다.


기록 크리에이터들을 보면

예쁜 다이어리에 정갈한 글씨체,

알록달록한 스티커와 다꾸 템이 등장해

'나는 저렇게까지는 못하는데' 하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록이 아니라는

착각을 했던 것도 같다.


다이어리나 수첩, 노트 등

형식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기록은 타인의 시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내가 좋은 기록이 되어야 하는데

너무 남의 눈을 의식하느라

지레 겁 먹었던 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됐다.


예쁘게 쓰지 않아도 되고,

매일 빠짐없이 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며

완벽하지 않더라도 서투르고 느슨한 기록이라도

묵묵히 나만의 기록을 이어가다 보면

결국엔 모두가 '기록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따스한 조언을 듣고 나니

나의 '연습 삼아 시작한 기록'에도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것 같다.


원래는 새해가 되면 새로운 다이어리로,

더 예쁘게 '제대로' 해봐야지 생각했는데

지금의 기록에 살을 덧붙이는 방식으로도

충분하겠다는 안도감이 든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시험문제가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작품인

기록을 앞으로도 용기 내어 꾸준히 이어가야겠다.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는 힘,

그것이 주는 가치를 책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나처럼 다이어리 기록에 부담을 갖고

수없이 실패하며 망설였던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부담을 내려놓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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