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수록 나의 세계는 커져간다 - 어떤 순애의 기록
김지원(편안한제이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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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부모를 사랑하면 효자,

조카를 아끼면 조카 바보라 불리며

따뜻한 시선을 받는다.

하지만 최애를 향한 덕질은 왜 손가락질을 받는 걸까?


누군가를 향한 순수하고도 깊은 사랑이지만

때로 쯧쯧하는 손가락질로 이어지며

사랑을 하는 당사자조차도

그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경우도 있다.

바로 최애를 향한 덕후의 사랑, 덕질이 그것이다.


오빠, 오빠 하면서

애정하는 상대에 마냥 맹목적이라는 이유로

'빠순이'라고 불리거나

날씬하고 예쁘고 아름다운 아이돌을 보며

음흉한 상상을 하거나 애니메이션에 과몰입해

캐리커처가 잔뜩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오타쿠'처럼 부정적인 시선이 많기 때문이다.


《사랑할수록 나의 세계는 커져간다》는

축복받지 못하는 마음인 '덕질'에 대해

목소리를 내어 자신의 사랑을 이야기한 책이다.


이 책은 작가가 애정한 최애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로,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개인의 세계를 확장시키고

자아를 성장시키는지를 탐구하는

철학적 기록이기도 하다.


아이돌이나 연예인을 좋아해 본 경험이 있거나

영화나 드라마 등

어딘가에 푹 빠진 적 있는 덕질러들에게는

덕질명언이 가득한 수많은 공감 포인트로,

덕후들이 이해되지 않거나

그 감정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덕후의 사랑'이 가진 본질을 헤아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 덕후로 사는 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아서〉에서는

공공기관에서 일하며 퇴근 후에는 덕질에 몰입하는

작가의 덕질 생활을 소개한다.


몰래 굿즈를 사고, 팬카페를 눈팅하며

바깥으로는 감정을 숨기는 흥미진진한 일상은 물론

최애의 공백기를 견디거나 포토카드에 감동이 요동친 경험,

기쁨이 대부분이지만 때로 감정 소모와 외로움을 동반하는

덕질의 고통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덕질은 감정의 진폭이 큰 일상이지만

그럼에도 그 몰입이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된다는 것,

좋아하는 마음은 기술과 자아를 성장시키는

버팀목이 된다는 것을 실감하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쉬운 덕질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2장 나의 덕질 연대기, 아이돌부터 프로게이머까지〉에서는

아이돌, 배우, 드라마, 일본 연예인,

구체관절인형, 프로게이머, 인터넷방송 등

작가의 다양한 대상에 대한 덕질 연대기를 담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팬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덕질이 삶의 일부가 되고,

감정의 방향도 호기심에서 점차 자라나

응원과 연대로 바뀌어가는 덕질의 진화를 실감하며

대상은 계속 바뀌지만 농도는 점점 깊어지는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3장 덕질 비하인드 스토리〉에서는

덕질이 삶이 되는 과정을 소개한다.


자막 없이 영상을 보기 위해 일본어를 배우거나,

비행기 수납고 방문 경험이

면접에 도움을 주었던 사례 등

몰입이 기술이 되는 순간은 물론


좋아하는 마음이 번아웃을 이겨내는 회복의 근력이 되고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 줌으로써,

단순한 취미에 멈춰있지 않고

자아를 확장시키는 전략이자 성장의 도구로 작용한

덕질의 발전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 〈4장 지나가는 덕후의 개똥철학〉에서는

덕질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담아내었다.


현실이 버거울 때 삶을 견디게 하는 에너지가 된,

덕질이 주는 '몰입의 힘'과

일방적인 소비가 아니라 서로의 일상을 응원하는

팬과 아티스트의 연대는 마음을 따뜻하게 했고


덕질을 통해 '좋아해도 되는 나'를 받아들이고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과정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삶을 견디게 하고,

자아를 성장시키며, 세계를 넓혀주는지를

보여주는 철학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겠다.


마냥 부정적이고 철없는 행동처럼 보이는 덕질을 통해

'나도 뭔가를 좋아해도 괜찮다'는 위로,

덕후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는 문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덕질을 하고 있기에

누구보다 작가의 '좋아하는 마음'에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밤을 새우도록 좋아하는 마음을 읊을 수 있는

그 어마어마한 사랑은 해보지 않으면 모를 터.


누군가에게는 꽤 유난스러운 취미로 보이겠지만

덕질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지친 일상에 숨을 불어넣는 감정의 에너지이자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나침반이 될 수 있음을,

때로 좋아하는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존재의 이유가 생긴다는 메시지가

'내 사랑은 부끄러운 게 아니야' 생각하게 만들었고


덕질을 통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는 작가의 담담한 고백을 통해

타인의 시선보다 내 감정을 존중하는 법,

'좋아해도 되는 나'를 받아들임으로써

자기수용과 자기애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깨달을 수도 있었다.


덕질을 통해 포토샵을 독학으로 익히고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던 나처럼,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몰입이

기술 습득이나 언어 학습, 창작 활동으로 이어지며

나를 성장시킨다는 것은 나 역시 실감한 일이기에

많은 공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감정은,

그게 이성애적인 사랑이 아니더라도

그 사람의 세계를 이해하고

그 세계를 통해 나의 시야도 넓어지게 한다.

그렇기에 덕질 역시도 타인을 향한 깊은 공감과

연대의 감정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냥 수줍은 덕후로 내 감정을 드러내는 게 부끄럽고,

'덕질은 인생의 낭비'라는 인식이 여전히 많지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그것을 삶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덕질은

어쩌면 무엇보다 건강한 마음이라는 생각이다.


문장들을 따라 나의 덕질을 되짚어보니

덕분에 이만큼 세계가 커지고

성장하는 발걸음을 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덕질'은 그만해야 하나 싶었는데

이렇게 누군가를 애정하는 마음을 발판 삼아

또 한걸음 나아갈 수 있다 생각하니

앞으로 내 사랑에 더 용기를 내야겠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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