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카페 도도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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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더퀘스트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유독 걱정이나 고민으로 작아지는 날이 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가고 싶지만

당장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나 일을

던져버릴 용기가 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하던 대로 하루를 보내기에는

뭔가 도무지 의욕이 생기지 않는 날.


그런 때면 일단 '커피라도 한 잔' 혹은

'맛있는 걸 먹으며 기분전환할까' 하는

소소한 힐링의 시간을 꿈꾼다.


시끌벅적하거나 요란한 응대 하나 없이

더벅머리에 안경을 쓴 주인이 운영하는

카페 도도,

그 안에 들어서면 이상하리만치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도 잘 터지지 않아

오롯이 주인이 내어주는 음식이나 음료,

그리고 나에게만 집중하기에 좋다.


오직 나만을 위해 준비된 것 같은

정성스러운 손길이 담긴 음식과 조용한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위로를 안겨준다.


오직 다섯 명의 손님만 앉을 수 있는

작고 아담한 이 카페는 1인 전용으로

누구든 '고독' 속에서 홀로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편안한 분위기만 해도 시름을 잊을 수 있지만

이곳은 '오늘의 메뉴'로

조금 특별한 이름의 음식이 제공된다.


안개 속의 페이스트리 파이,

견디기 힘든 마음에 뚜껑을 덮는 커스터드 푸딩,

흑백을 가르지 않는 케이크 살레,

가라앉은 기분이 다시 떠오르길 기다리는 오차즈케,

잠시 멈춤을 위한 미트소스 그라탱 등


마치 마음속을 들여다본 듯

각자의 고민에 꼭 맞는 위로를 담은 이 음식들은

먹는 손님들의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걱정이나 고민을 사르르 녹여준다.


고민에 대해 질문을 던지거나

어떤 특별한 조언을 건네지도 않지만

음식을 먹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의 고민에 대해 답을 찾도록 도와주며

다 먹고 난 뒤 카페를 나갈 때에는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따스한 공간이다.


실제로 이런 카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할 고민을 알아챈 듯

내 마음을 달래주는 음식이 있는 곳이라면

단골손님이 되어 자주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묵묵하게 손님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그렇지만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따스하게 다가오는 카페 도도는

다시 일상을 살아낼 수 있는 힘,

단단하게 삶을 마주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주기에

마치 나의 고민이 해결된 듯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실직, 이혼, 현실에 타협하느라 놓아버린 꿈 등

다양한 나이대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네 명의 여성들이 가진 고민도 제각각 다르지만


문득 멈춰 서고 싶어지는 순간,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는 순간,

이대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 불안한 순간마다

'언제든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하고

다독이는 위로로 '잠시 멈춤'을 지지해 주며

세상도 잠시 멈춘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도도에서의 시간은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스해지는 느낌이다.


카페에서 보내는 '혼자'의 시간은

그저 고독하고 쓸쓸한 일이 아니라,

음식을 맛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생각의 흐름을 정리하는 과정 속

깊은 마음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이곳을 찾은 손님들이

자기 나름의 '바보' 페이스를 찾아내

다시 내일을 맞이하길 바라는

도도의 주인장 소로리의 마음처럼,

책을 읽으면서 '나만의 페이스'로

내 마음속 목소리에 귀 기울여

내일을 살아보자는 긍정의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빛나고 열심히 나아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초라해 보이는 나의 삶이지만,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도

잠시 멈추어 가도 괜찮다는 토닥임은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줬다.


시간이 멈춘 카페 도도를 통해

나 역시 작은 기적을 꿈꾸며

내일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고민이 많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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