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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른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4년 11월
평점 :
부모가 되고 나면 시야가 달라진다고들 한다.
가장 소중한 존재인 아이를 낳고 보니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위험해 보인다며,
그렇기에 이 험한 세상 속에서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은
책임감이 생긴다고 말이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이런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던 나였는데
조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생각이 달라지게 되었다.
'이모가 그러는데…'라며
내가 하는 말, 행동에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니
조금 더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졌고,
눈으로는 예쁘지만 손이 많이 가고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어린이들을 볼 때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내가
이제는 마냥 어린이들이 곱게만 보인다.
그래서일까, 언제서부턴가
부모의 마음처럼 조카에게,
그리고 더 나아가 모든 어린이들에게
'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 하는
고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여기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 사람이 있다.
전작 《어린이라는 세계》를 통해
어린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함께 잘 지내보자는
메시지를 전했던 김소영 작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전작의 인기로 전국을 돌며
수많은 독자들을 직접 만나는 과정 속,
가장 많이 들었던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자신의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고 했다.
작가가 일상 속에서 만났던 어린이와의 만남,
어린이와 어른이 만나는 구체적인 생활 속에서
다양한 깨달음을 얻었던 경험은
그는 물론이거니와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어린이의 눈에 어른이 어떻게 보이는지
또, 어린이와 어른이 어떻게 일상에서 만나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상상하며
자신의 자리를 가늠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읽는 스스로가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
답을 찾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어린이를 존중하는 어른, 다정한 어른과 같은
명쾌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주인 잃은 강아지를 맡기기 위해
항상 문이 열린 세탁소로 들이닥친 아이들을
'지들이 데려온 걸 어떡해?'하면서도
내치지 않는 투박한 정다움,
녹색 어머니 봉사활동을 하면서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다정함 등
우리가 일상에서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어린이와 어른의 교차점 속 다양한 상황들은
'만약 나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아이라면 어른이 어떻게 해주길 바랄까?'
등을 묻고 답하도록 만들었고
이런 과정 속에서 어른 스스로가 자신의 자리,
어른이 해줘야 할 몫을 가늠하고
기대하는 사회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어른이 되도록 유도한다.
가만 생각해 보니 그렇다.
더할 나위 없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귀한
조카들에게 어떤 이모가 될 것인가를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었다.
내가 어린이일 때 느꼈던 어른들의 태도,
그리고 여러 상황 속에서의 아쉬움을
아이가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혹은 난감하고 어려웠던 상황에서
나를 따스하게 이끌고 챙겨주었던
어떤 어른의 섬세함을 기억하며
나 역시 그런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그런 '어린이의 마음'을 바탕으로 조카에게
내가 꿈꾸는 어떤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 게 되었달까.
그 행동들은 얼핏 어린이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나온 시간 속
'어린이였던 나'를 위한 행동이기도,
더 나아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까지는 어린이였다가,
여기서부터는 청소년이 되고,
또 어떤 시점에서는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였던 우리가 자라 한 걸음씩 자라
과도기를 겪어 어른으로 나아가듯
어린이의 마음을 가장 안쪽에 두고
차차 큰 원을 그려 나가는 것,
정확히 원은 아니더라도 어느 부분은
푹 꺼지고 어느 부분은 부풀어 올라
조금 이상한 모양이 되더라도
점점 열심히 메워 꽤 괜찮은 모양으로
만들기도 하며 자라난다고 했다.
공공장소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때로는 얄밉게만 느껴지는 아이들의 행동도
시간이 지나고 사회 속에서 만나는
수많은 또래, 이웃과의 관계 아래 자라나
어른이 되고 성장하는 만큼
어여쁜 눈빛으로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어야겠다고,
미숙하게만 느껴지는 아이들을
어른들의 통제 아래에 두고 오해하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또 하나의 '나'를 보듯 대해야겠다는 다짐이다.
책을 읽으며
이렇게 어린이와 가까운 마음으로
'오늘의 어린이'와 함께 살아가는 매일,
그들을 배려하고 챙기며 무심하지 않게
'신경 쓰는' 삶을 통해서
어른들 역시 세상을 새롭게 배우고
또 그들을 따라 성큼성큼 미래로 향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어
어린이가 어른이 되기까지의 과정,
어른이 어린이를 보듯 어린이도 어른을 보며,
어른이 사는 모습을 보며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배우는 우리의 현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일상에서 확인하는
공공성의 가치까지 이어지는 이 이야기들이
조금 더 나은 어른이 되기 위한 노력이
우리가 살기 좋은 조금 더 나은 사회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물론,
앞으로 마주하는 수많은 어린이들을 대할 때
좀 더 기꺼운 마음을 갖게 하지 않을까 싶다.
그저 내 조카를 위해 떠올린 생각들이
모든 어린이, 사회로 이어지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독서였다.
비단 아이를 가진 부모나
아이들을 교육하고 지도하는 교사를 넘어
일상 속에서 누구든 마주할 수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모두가 읽어보고
더 너른 마음과 시야를 깨우쳤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