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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세계최강입니다 - 제4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ㅣ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박상기 지음 / &(앤드) / 2024년 7월
평점 :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 조카를 볼 때면
문득 나의 10대 시절이 떠오르곤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 심각할 것도 없는
고민이나 인생의 무게감이지만,
그때는 어찌나 부담감이 크게 느껴지고
걱정이 많이 되던지
그 문제가 나를 둘러싼 세상의 전부인 양
때로 비뚤어진 마음을 갖게 되기도 했다.
먼저 인생을 겪어봤기에
지금 '아무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길 바라는 부모니의 마음도
그저 잔소리로만 느껴지기도 했고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오는 방송을 챙겨보거나
노래를 듣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이
마냥 답답하게만 느껴졌었다.
친구와 어울려 어쩌다 한번 놀러나가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 '일탈'이라 치부하며
교과활동 외 무언가를 하는 것은
'다 쓸데없는 짓'으로 치부하는 듯한
학교나 선생님은 그저 적으로만 보일뿐이었다.
마냥 놀기만 좋아하는 것 같은
10대의 마음 언저리에도
나름 진로에 대한 고민이나
친구, 이성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했고
나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부모님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보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은
되려 서운함으로 느껴지는
사실은 조금 어린 나이였기에
그때의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마음을
어딘가에 정착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직 어설프고 어리지만
나 역시 오늘이 어렵고 버거워요,
그렇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용기 내어
나 스스로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었는데
그때의 마음을 오랜만에 떠올리게 하는
소설 《우린 세계최강입니다》를 만나게 되었다.
성공적인 밴드부 공연에서
어딘가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내비치는
지유의 시선이 담긴 프롤로그.
다른 멤버들에게는 아낌없는 칭찬과
자랑스러운 눈빛을 숨기지 않는
음악교사 성진이 이상하게도 지유의 시선은
똑바로 보지 않고 피하는 눈치다.
빛나기만 하는 멤버들 속에서
유독 작아 보이는 자신에게 실망하는 지유,
그리고 시간이 흘러 밴드부 속에
그녀는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라
그들 사이에 숨겨진 진실은
궁금증을 유발하기만 하는데…
프롤로그를 넘어 각 장은
밴드부 멤버들, 그들을 지도하는 교사인
성진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각 장의 주인공인 등장인물들의
시선에서만 이야기를 바라보기 때문에
다 읽었을 때서야 비로소 그들의 마음과
사건의 진실을 마주할 수 있어
금세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지유의 사연에 담긴 진실을 넘어
각자의 삶에 안겨진 무게감을 지고
밴드부 활동을 통해 감정을 표출하고
진짜 '나 자신'을 마주하는 아이들,
그들을 통해 자신의 고독과 실패를
비로소 인정하게 되는 음악교사 성진을 통해
'성장'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서로 양육권을 갖기 않겠다며 다투는 부모님,
외할머니가 사준 어쿠스틱 기타가
유일한 피난처인 주원.
독립생활, 염색머리, 편의점 아르바이트,
남자친구와의 깊은 관계까지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는 탈선 청소년
그 자체이지만 나름대로는 자신만의
편안한 테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친구를 따라 밴드부에 발을 들인 영훈.
드럼채를 잡는 순간만큼은 그를 둘러싼
난해한 가정사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
그를 자유롭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입시에 집중하지 못하는
영훈의 밴드부 활동을 인정하지 않던 찰나,
밴드부 공연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오며
감추고 싶었던 가족사가 밝혀질 위기에 처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소속사와 계약했지만 자꾸만 데뷔가 미뤄져
우연히 객원보컬로 밴드부에 들어간 아민.
싱어송라이터가 꿈이고, 솔로 가수를 꿈꾸지만
소속사에서는 아이돌 데뷔를 권유하며
오직 겉으로 보이는 몸매나 몸무게를
강요하며 그를 답답하게만 한다.
그토록 꿈꾸는 데뷔이지만,
밴드부 보컬로 무대에 서는 순간
더 편안함을 느끼는 아민에게 소속사는
더 이상 밴드부 활동을 하지 말라 엄포를 놓는다.
이들을 지도하는 음악교사 성진.
중증 자폐를 앓는 열두 살 어린 동생 성길로 인해
꿈보다는 현실에 일찍 눈을 떴다.
부모님이 월에 몇 백씩 들여 동생을 치료했지만
하나도 소용없었고,
일찍이 아버지는 급성 간암으로 돌아가시고
보험금마저 떨어지면서 뮤지션의 꿈을 접었다.
그렇게 선택한 현실적인 길이 음악 교사.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코인이며 주식투자를 했지만 실패로
억에 가까운 빚을 지고 있고,
교사가 되면서 가장 보람으로 삼았던
밴드부는 해체 위기에 자신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왔던 지유의 죽음은 그에게 부채감을 안겼다.
한창 고민이 많은 10대 청소년들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성 교제, 진로, 가정사의
소재를 통해 각자가 사랑과 소외,
고독과 발견의 과정에 한껏 공감할 수 있었고
아이들의 용기 있는 도전은 물론
스스로의 상처와 실패에 두렵지만
힘내어 마주하는 적극적인 모습에 자극받아
현실과 타협해 꿈을 포기하고
그저 '흘러가는 삶'을 선택했던
어른인 성진의 행동이 이어지며
스스로를 믿고 견디는 용기만이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과 비겁함,
실패를 인정할 줄 아는 용기를 보여주는
등장인물 모두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어갈 수 있었다.
한창 사춘기를 겪는 10대들에게는
다양한 감정에 대한 공감은 물론,
이미 그 시간을 지나간 어른들에게도
사랑과 소외, 고독과 발견의 과정에 대한
다채로운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누가 읽어도 좋을 성장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아직 진로에 고민이 많은 아이들에게도,
가족이나 인간관계가 어렵거나
혹은 꿈을 잃은 채 그저 오늘은 견디는
모두에게 '세계최강' 밴드부 멤버들의
발걸음이 좋은 자극이 될 것 같다.
마냥 꿈을 꾸고 성공을 쫓으라는 메시지 보다,
조금은 초라하고 씁쓸한 오늘이라도
그 실패와 넘어짐을 인정하는 용기가
되려 멋지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이 그려낼 세상과
그들이 만들어낼 미래가 얼마나 빛날지
기대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따뜻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간 독서였다.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조카에게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위해,
본격적인 '꿈'의 실현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