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성격 좋다는 말에 가려진 것들 - 폐 끼치는 게 두려운 사람을 위한 자기 허용 심리학
이지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평점 :




타인에게 성격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건
어쩌면 당연한 욕구일지 모른다.
나 역시 이왕이면
'진주는 성격이 참 좋아'하는 이미지로
보였으면 하는 바람에서
가끔은 썩 내 마음에 들지 않다 해도
'다들 좋은 게 좋으니까'하는 생각에
내 마음과 다른 선택을 하기도 했고,
한때는 이메일의 발송인 이름을
'착한 진주'라 할 정도로
착하다는 이미지에 스스로를 가둬왔다.
내가 이만큼 타인을 배려하고 신경 쓰면
상대방도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싶어
무리하는 줄도 모르고 살아온 것이다.
착하고 무던한 성격은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강요되는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타인에게 맞추고 진짜 내 마음속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은 채
가면을 쓴 '가짜 나'로 산다는 것은
어쩌면 나를 잃어버리는 것인데도 말이다.
이 책은 늘 타인이 우선인 사람들에게
내가 '남에게만 좋은 사람'이 아닌지
질문을 던지며,
타인에게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따스한 마음을 담아
잃어버린 '진짜 나'를 찾는
단계별 여정을 제시하였다.
폐 끼치는 게 두렵고 성격 좋다는 말에
스스로를 가둔 채 살아왔던 과거의 자신을 떨치고
'진짜 나'를 마주한 심리학자 자신의 경험을 통해
결과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타인의 기대가 아닌 내 감정과 욕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깨달음에서 비롯된 제안이다.
이책은 진정한 '참자기 True Self'를 찾고
자기 허용의 길로 나아가는 방법을 일러준다.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위한 심리학자가 되어
내 마음의 중심으로 이끌어주는
심리 길잡이라 할 수 있겠다.
예의범절을 중시 여기는 우리의 문화 속
착하고 무던한 성격이 사회생활의 미덕인 양,
어른이나 사회의 기대에 발맞춰
이를 잘 따르고 수용하는 모습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암묵적으로 형성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선배나 상사의 말에 토 달지 말고,
아버지의 말에 반기를 들지 않았을 때
쉬이 듣는 '성격 좋다'라는 말은
얼핏 칭찬처럼 들리고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나를 예의 있고 좋은 사람으로
봐주는 듯한 타인의 시선 아래
그 이후로 주어지는 수많은 상황에서
우리는 내 욕구나 기분보다는
타인의 기대치에 발맞추어 행동하고
선택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처음에는 기분 좋게 선택했던 그 시간들은
어느덧 자신을 억누르고
상대의 욕구나 가치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충분히 소화되지 못한 채 내면화되는
'내사'의 상태가 된다.
이렇게 내사된 말들은 시간이 갈수록
나를 옥죄고 중요한 순간에도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한 채,
타인에게 양보하고 싶지 않은 순간에도
부당한 상황에 항의해야 할 때에도
상대가 불편해할까 봐,
나의 욕구가 나쁜 모습으로 비치게 될까 봐
제동을 걸게 되는 것이다.
작가가 제시하는 심리적인 개념들을 따라
과연 내 안에 담긴 진짜 마음은 무엇인지
'참자기'를 찾아가는 시간을 갖다보니
늘 꿈꾸는 '좋은 사람' '좋은 성격'이란
과연 실존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사람, 좋은 성격이라는 표현을
이만큼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에게 좋은 사람, 성격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 성격을
말한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타인의 기준이라는 테두리에 맞춰
나를 가두고 옥죄면서
'가짜자기'를 내 본모습이라고,
그게 내가 바라는 거라고 착각하며 살아왔다.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때로 슬퍼하고 분노하는 감정,
우울하거나 타인을 질투하는 모난 감정은
'나쁜' 사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고,
울퉁불퉁하고 비뚤어 보여
부정적이고 예쁘지 않은 그 모습도
'그럴 수 있는' 당연한 감정이기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런 나를 이해하고 힘을 실어줄 때
사회의 규범이나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의 진짜 목소리를 발견하고
그들이 요구하고 기대하는 모습이 아닌
각자가 원하는 자신에게 좋은 삶으로
스스로를 이끌어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든다.
작가는 성격에 대해 품평하고
사회가 규정한 모습으로 강요하는
타인의 목소리에 신경 쓰느라
나의 성향, 욕구, 감정,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냥 속마음을 삭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고,
'거짓자기'에 대한 집착만 깊어진다고 했다.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 중 가장 큰 위력을 주는
부모님, 선생님, 내가 속한 조직에서
나를 향해 기대하는 모습을
내가 꼭 부응하고 맞춰야만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수시로 환기시켜,
부딪힐 때마다 움츠러들거나
스스로를 탓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다.
타인의 다양한 성향과 성격을 바라보듯
내가 스스로의 성격을 부지런히
이리저리 돌려가며 바라보면서
일단 '내가 진짜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본다면
성격 좋다는 말에 갇혀 폐 끼치는 게
두려워 타인의 눈치를 보는
지금까지의 시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든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라 하기에 앞서
그 '좋은 게' 나에게도 좋은 것인지
내 마음속 이야기를 내가 제일 먼저
귀 기울여주는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다짐이 들었고,
무슨 결정이든 내 의견을 먼저 말하기 보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하며
타인의 답과 반응을 먼저 들으려 하던
과거의 수줍고 위축된 작은 나와
이제는 제대로 작별을 고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존에 알던 사람의 새 면모를 본 듯
새롭고 낯선 모습의,
그렇지만 더 편안하고 진실한
나를 마주할 수 있었던 감사한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