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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빌어요 - 체육 선생님이 들려주는 스포츠 영화 이야기
정일화 외 지음 / 크루 / 2024년 7월
평점 :




얼마 전, 뜨거웠던 올림픽이 끝났다.
평상시에 제아무리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연일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메달 소식이나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선수들의 노력,
열정이 담긴 뒷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절로 마음이 뭉클해질 터.
시차 때문에 때로는 새벽 경기가 있는 날에도
연신 우리나라 선수들을 응원하며
중계 일정을 살피고 잠을 쫓으며
경기를 보는 중학생 조카를 보니
'이제 스포츠가 주는 감동을 아는구나' 싶어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비단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늦은 가을에 시작해 초봄까지 이어지는 배구,
배구가 끝날 때 즈음 시작해서
유광 잠바를 입는 것이 로망인 긴 호흡의 야구,
전 국민이 사랑하는 종목인 축구를 비롯해
남자 청소년들의 보편적인 취미인 농구,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너 나 할 것 없이 배우는
태권도나 배드민턴, 탁구, 수영 등
정말 많은 종류의 스포츠가 우리 곁에 있다.
'운동'이라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친구와 함께 어우러지는 '놀이'의 일환으로,
때로는 성장기에 키가 커지기 위해,
어떤 때에는 다이어트 목적으로
또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수단으로
접하게 되는 스포츠.
나 역시 어릴 적 부모님의 손을 잡고
찾은 경기장에서 마주한
선수들의 열정적인 노력과 땀방울에 감동을 받아
여전히 매년 겨울이면 배구장을 꾸준히 찾으니
나에게도 스포츠란 단순히 운동 종목
그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의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그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을 써 내려간 9명의 작가는
중고등학생을 지도하는 체육 선생님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보냈던 시간과
선생님으로서 지도하는 시간 속
아이들을 응원하며 '건투를 비는' 마음으로
스포츠 영화를 재조명한 글을 담아내었다.
혹자는 '생산성 없는 그깟 공놀이'라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꼭 해내고 싶은 인생의 목표이기도 하고,
우리의 인생을 압축한 듯 다양한 사건과
감정의 오르내림을 담아내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스포츠는
지켜보는 사람도 경기를 뛰는 사람도
울고 웃게 하며 꿈과 의지를 불태운다.
이기고 지는 경기의 결과를 쫓으며
재미로만 즐기던 스포츠를
이만큼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 담겨있는 선수들의 고난과 역경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한계를 넘어 도전하고 부상이나 슬럼프 등
힘든 시간을 극복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결과를 떠나 많은 감동과 귀감을 주기에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도 많이 나오기도 했다.
스포츠 영화는 픽션이기도,
때로는 실제 운동선수들의 사연을 담아낸다.
주인공인 한 사람의 성장담뿐만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가치나 그들이 속한 사회의 한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기대 같은
스포츠 정신을 배울 수 있어
여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더 많은 공감과 박수를 불러일으켰다.
영화 속 선수들의 경기 장면에 숨죽이다 보면
페어플레이, 리바운드 정신,
상대 선수를 존중하는 태도 등
우리의 삶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배워나갈 수 있기에
이는 우승이나 경기 결과, 메달 색에 관계없이
더 값진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여러 스포츠 영화에 담긴
사회의 축소판과 같은 경기장의 모습,
운동선수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스포츠 종목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다양한 스포츠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부터
기본 원리나 기술,
역사적 배경에 대한 소개를 통해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의지를 다지도록
단단하게 지지해 주는
선생님들의 따스한 목소리는
운동장에서 배운 가치를
삶의 다른 영역에도 활용할 수 있게,
책을 읽은 각자가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따스한 조언일 뿐 아니라
이 책은 찬란한 영광 속에 감춰진
선수들의 눈물 나는 땀과 노력을 제대로 알고
또 인생이라는 스포츠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를 바로잡아 주는
좋은 길잡이 도서가 아닐까 싶다.
이기면 재미있고, 지면 재미없어 하며
'왜 금메달이 아니야' 하며 쉽게 아쉬워하고
땀의 가치를 폄하하기 쉬운 아이들에게
선생님들이 풀어내려 간 이야기는
1등만 바라는 어른들 틈에서
진짜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 나가고 싶은
마음을 배우기도 하고(4등),
자폐에 대한 사회의 차별적인 시선과
편견을 녹여주기도(마라톤),
때로는 쉽게 포기하는 것 같아도
나만의 속도로 즐겁게 걷는 법을 배우고(걷기왕),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용기를 내어
본인들만의 길을 개척하는(국가대표 2)
다양한 운동선수들의 삶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우리가 미처 깨우치지 못한,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스스로 탐구하고
고민하며 찾아가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강자, 승자로 조명되는 스포츠 뉴스와
중계의 결과론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모두의 '각자의 인생에서의 승리'를 그린
이 작품들 속의 장면을 통해
아이도 어른도 한 뼘씩 더 성장하는 계기의
독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패배감을 자주 접할 수밖에 없는
작금의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으로서
이런 조언을 하고 싶어 책을 펼쳤다고 했다.
패배를 한 번도 겪지 않은 주인공은 없다고,
좋은 패배자는 곧 좋은 승리자가 될 것이기에
물론 '다시 일어남'의 정의는 자기만이
내릴 수 있는 것이겠지만,
각자의 인생에서 패배를 딛고 다시 일어나
좋은 패배자이자 좋은 승리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이다.
이렇게 따스한 응원을 담뿍 담아낸
책을 읽고 난 뒤 소개된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의 꽉 막혀 좁은 시야도,
승리에만 집중하는 결과 중심적인 평가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든다.
한바탕 올림픽의 여운으로
스포츠의 매력에 푹 빠진 조카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 보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