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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방꽃상 - 박미영의 교방음식 이야기
박미영 지음 / 한국음식문화재단 / 2024년 7월
평점 :
매주 금요일이면 부모님과 함께
온 가족이 TV 앞에 모여 앉아
아이슬란드에서 한식을 판매하는
프로그램인 〈서진이네 2〉를 보는 것이
꽤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었다.
세계화 시대가 되어 각국의 음식을
이제는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다지만
유럽의 섬나라에서 파는 한식,
추운 날씨에 잘 어울리는 꼬리곰탕은 물론
알록달록한 재료를 일렬로 줄 세워 담은
정갈한 비빔밥은 낯선 외국인들에게도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찾게 되는 메뉴다.
장사를 시작하기 전 출연진들은
'프렙'이라는 이름으로
그날 판매할 메뉴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준비해 손질하고
밑 작업하는 시간을 가진다.
많지 않은 메뉴이지만 그 준비 시간은
최소 3시간 이상 걸린다.
소꼬리의 핏물을 빼고
장시간 끓여 거품을 제거하고,
고기가 잘 떨어지도록 푹 삶아내는
곰탕도 손이 많이 가지만
각종 재료를 가늘게 채쳐 썰고,
나물을 데쳐내어 버무리고 볶아내며
수없는 번거로움을 거쳐야 하는 비빔밥은
그야말로 프렙의 시작과 끝을 맡는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작업량이 많다.
오죽하면 이 비빔밥을 주로 준비하는,
출연자만 너무 '혹사'하고 있다며
인터넷이 시끄러워질 정도였다.
이렇게 정성껏 만들어낸 비빔밥이
긴 준비의 시간을 거쳐 식탁에 오르면,
외국인들도 연신
'이건 사진으로 남겨야 해'하며
휴대전화를 들이대며 사진을 찍었고,
먹기에 앞서서도
이 예쁜 음식을 내가 망치고 있다며
아까워서 어떻게 먹나 싶어
숟가락이 쉬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 책은 바로 그 비빔밥의 모태이기도 한
진주 화반에 대해 담아낸
특별한 음식 이야기이다.
방송에서 현대식으로 만든
비빔밥 한 그릇에서도 탄성이 나오는데,
우리 조상들이 진주교방에서 만들어낸
그 비빔밥에는 무려 열여덟 가지의 재료가 들어가
마치 꽃과 같은 비주얼을 가졌다고 한다.
비빔밥 하면 전주, 정도만 떠올리던 나에게
진주성 전투의 혈투를 떠올리게 하는
진주의 비빔밥 이야기는,
삼국시대부터 일제강점기 근대에 이르기까지
천년이 넘은 역사를 추적해가며
동아시아를 휩쓸었던 고대 유교문화와
실록에 담긴 식문화, 식재료의 유통과
반만년의 역사를 지닌 한반도의 음식에 담긴
사연을 만나볼 수 있게 해주었고
하나의 밈으로 "Do you know bibim-bop?"
하고 웃으며 그 음식이 가진 역사와
정성스러운 손길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았던
작금의 우리들에게,
흥미진진하고 깊은 그리고 묵직한 울림을 주는
진주 화반의 복원 과정은
하나의 음식을 바라보는 좁은 시야를 깨주고
새로운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교방 지기였던 외할머니,
어머니의 솜씨를 떠올리며
자연스레 유년 시절의 추억으로 기억된
진주교방 음식들의 풍류와
음식을 만드는 자세를 배운 저자는
'진주 화반'을 복원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추적을 이어가면서,
스스로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
묵직한 화두를 던짐으로써
한식 세계화를 향한 큰 울림을 주었다.
관청이 밀집해 있어 드나드는 관리들이 많고,
부유층이 많아 음식을 풍족히 차리며,
산과 바다에 있어 식재료의 유통이 원활하고
도성과의 거리가 멀어 제재가 닿기 어려워
화려해진 진주 식문화의 특징을 되짚으며
궁중보다 더 화려했던 접대상으로
궁중에서의 접대상을 받고는 지방만 못하다며
화를 내었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소개하며
흥미를 자극하기도 했고,
소고기 육회가 올라가는 진주 화반은
날 것 그대로를 올리는
유교식 제사에서 시작된 유래를 쫓으며,
단순히 음식이 가지는 맛으로서의 가치나
들어가는 재료의 특별함 만을 나열하지 않고
그 기원과 시대적인 배경은 물론
상차림이 의미하는 바까지
하나하나 진중하게 깨우쳐주며
진정한 의미의 '복원'에 한걸음 가까워지는
섬세한 과정을 함께 몸소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항상 '이것저것 섞어서 고추장 넣어 비비면
그게 비빔밥이지' 싶은 생각으로
'대충 만든 메뉴'라 썩 좋아하지 않았던 메뉴를
저자의 정성스러운 진주와 반 복원 과정을
읽어 내려가며 '먹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마무리하게 된 독서였다.
한 상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거금의
고급스러운 지배층의 요리라는 점을 떠나
여러 사연을 가지고 역사의 흐름을 거쳐
그의 손을 통해 비로소 원래의 모습을 드러낸
진주 화반의 진면모를
제대로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