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호수 밤 시나몬롤 - 코펜하겐에서 전해온 도시 생활자의 휘겔리한 삶
김성은 지음 / 어반북스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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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다를 가진 내륙,

뚜렷한 사계절을 가진 우리나라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시 생활자로

어느 지역을 가도 획일화된 콘크리트 숲 사이에서

치열한 매일을 보내느라 일상을 만끽하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여유를 갖지 못하고

소소한 오늘의 행복감을 만끽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대신하고픈 마음인지

몇 해 전인가 북유럽 스타일의 인테리어와

첫 월급을 타면 나만을 위한 '의자'를 산다는

덴마크식 라이프 스타일이 무척이나 유행했다.


일명 휘게(hygge)라 불리는 이 단어는

편안함과 따뜻함, 아늑함과 안락함을 뜻하는데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혹은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한 환경에서 오는 행복을 뜻하는 말로

이런 덴마크식 라이프 스타일을 꿈꾸며

나만의 작은 '힐링'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우리는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채 해가 뜨기도 전 어둑어둑한 시간에

미처 잠을 다 쫓지도 못한 채 지하철과 버스에

몸을 싣고 직장으로 출근해서는

해가 지고 하루 끝이 다 지나가도록

집에 돌아오지 못하 채 일하고 나서야

겨우 집에 돌아오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나 역시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을 보냈기에

북유럽풍의 편안함과 아늑함을 주는 인테리어와

덴마크의 라이프는 닿을 수 없는 꿈처럼,

언젠가 이루고 싶은 로망으로 마음속에 간직해왔다.


덴마크가 아니더라도 같은 북유럽의

핀란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면서도

사랑하는,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삶의 여유를 즐기는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면서 말이다.


여기 용기 있게 그 마음을 현실로 만들어 낸 사람이 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여행으로 처음 접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매력에 이끌려

과감하게 그곳에 정착하게 된 사람.


푸드 컬렉터라는 직업의 특수성도 있지만

홀로 떠나온 코펜하겐에서의 삶과

음식을 중심으로 가까운 이들과 소통하고

대화를 나누며 조급하지 않게 단순한

매일이 일상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놓치지 않는

그녀의 매일을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우리가 그저 이런 삶을 '꿈'으로만 간직한 채

마음 한구석에 미루어 두는 반면

그녀는 불투명하지만 가보지 않은 길을 향해

용기 있는 걸음을 내디디며

스스로를 기존과 다른 삶으로,

다채로운 세상 속으로 이끌게 되는데


흥미로운 북유럽의 다양한 식재료,

채집을 통해 길에서 '먹을 것'을 만나는

자연친화적인 삶,

그렇게 만든 음식으로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고 소중한 시간을 함께 만끽하는 삶은


무언가 대단한 것을 이루고, 가지고,

그저 더 채우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회색 도시 속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일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법을 알려주며

스스로 만들어가는 '휘게 라이프'의

진면모를 몸소 느끼게 해주었다.


그녀의 시선에 담긴 코펜하겐의 찰나의 순간,

그리고 광활하고 맑게 빛나는 자연에서

마주하며 느끼게 된 깊은 감정을 담은

사진과 글은 내가 직접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본 것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감동을 이끌어 주었다.


누구나 동경하는 '다른 곳에서의 새로운 삶'

자연친화적이고 직장도 이른 퇴근으로

늘 꿈꾸는 저녁이 있는 생활이니

'좋을 수밖에 없겠지'라고 무뚝뚝하고

조금은 질투 어린 시선이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상의 보잘것없고 소소한 것이라도

놓치지 않고 아름답게 볼 줄 알고,

낮은 행복의 기준치로 매일을 소박하게

즐길 줄 아는 그녀의 시선이라면

어느 곳에서라도 같은 아름다움을

캐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 달의 여름과 아홉 달의 겨울,

백야가 있는 생소하면서도 낯선 계절 속에서

차곡차곡 쌓아 올린 매일의 하루를 통해

그녀는 조금씩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덴마크에서의 생활이 모두에게 행복하거나

도시 자체가 행복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라고,

결국 그 행복감을 느끼는 주체는 '나'이기 때문에

스스로 나의 행복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음가짐과 시선을 가질 수 있어야겠다고,

지금부터 나의 평범해 보이는 일상에서도

소중하고 감사한 부분을 찾아봐야겠다는

다짐을 가지게 해주기도 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일상에서 받은 위로,

그렇게 여유 있게 흘려보내는 매일 속

조급했던 마음 위에 '이곳에서 살고 싶다'라는

꿈을 갖게 되었고,

모든 게 끝난 것만 같았을 때 찾아온 기회는

그렇게 삶을 다시 바꾸어 놓아

그녀를 바뀌는 계절마다 새로운 영감 속으로,

숲과 호수와 어우러져 살아가는 일상은

매일을 더 설레고 소중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저 매일을 회사, 집을 오가며

살아간다는 것의 진짜 의미를 잊고 있던 우리에게

우리의 삶 역시 그녀가 그러했듯 예기치 않은 순간에

변화할 수 있다는, 내일을 향한 기대감을

느끼게 해준 고마운 기회가 아닌가 싶다.


마냥 부러운 휘게 라이프를

이만큼 더 가까이 들여다보며

결국에는 이런 여유롭고 따사로운 그들의 매일은

소박한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 덕분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나의 삶 역시 '휘겔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깨달을 수 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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