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의 시간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포레스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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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저렴하지만 확실하고 쉽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먹는 것'

이라는 얘기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행위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즐거워지니

이만큼 확실한 행복이 있을까.


무언가를 고민한다는 것은 골치 아픈 일이지만

'무얼 먹을까' 생각하는 것은 행복한 고민이다.

여러 가지 메뉴와 맛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내 기분에, 입맛에 맞을 메뉴를 결정하는 순간은

단순하지만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유쾌해진다.


사람에 따라 횟수의 차이야 있겠지만

매일의 끼니를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로,

이는 어떤 면에서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행복의 기회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메뉴를 고민하고 가족 혹은 지인과

음식을 앞에 두고 마주하고 앉아

소소하지만 작다고 할 수 없는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매일같이 주어진다니

어찌 보면 참 감사한 일이다.


잔잔한 일상 속 행복과 감동을 이끌어주는

마스다 미리의 이번 에세이는

이렇게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끼니' 속

추억과 감동, 행복을 담았다.


코로나19로 팬데믹 기간 중

외출을 마음껏 하지 못하니 추억의 음식을

직접 집에서 만들어 먹거나

좋아하는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해 먹으며

아쉬움을 덜어내는 것은 물론,


화상수업을 통해 만난 영어선생님이 추천하는

필리핀 요리를 통해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혼자서 먹고 싶은 요리를

다양한 조합으로 즐기며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작가의 일상을 통해


매일이 불확실한 일상 속 미래가 어떻게 될지

마지막이 언제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어제는 물론이거니와 내일도 모레도

무조건 먹을 수 있는 '확실성'을 주는

런치가 마음속에 편안한 안정감과 소소한 행복,

만족감을 가져다준다는 메시지가


그냥 쉬이 흘려보냈던 매 끼니의 소중함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추억들을

새삼스레 끄집어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기분이 저기압일 때는 고기 앞으로'라는 말이나

'스트레스받을 때는 매운 음식이 제격'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음식이 기분에 참 많은 영향을 미친다.


조금 다운되는 날에는 매콤한 음식으로

때로는 달콤한 디저트로 나를 달래주기도 하고,


돌이켜 생각해 보면 팬데믹으로 인해

집합 금지로 외출이 자유롭지 않았던 때의

유일한 즐거움과 행복은 가족들과 함께

'오늘은 뭘 해 먹을까' 하며

다양한 메뉴로 끼니를 챙기던 것이었다.


어떤 날의 식탁에 오른 메뉴에서는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그리운 얼굴을 떠올리기도 하며


무심코 지나쳤던 행복의 순간과

제철 음식으로 그냥 흘려보내기 쉬운 계절을 실감하고,

다른 지역을 그리고 나라로 훌쩍

여행을 떠난 것 같은 기분은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채운 소소한 행복들이

그 시간을 버티고 또 흔들렸던 마음을 다독여

다시 일상을 살게 해주었다고 이제야 느낀다.


시간과 장소, 나라는 다르지만

눈과 마음으로 마스다 미리의 식사를 따라 맛보며

마음속 어딘가에 '익숙해져' 잊고 있던

작은 행복들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저 평범한 매일, 당연한 끼니라 생각했던 시간이

사실은 조금씩 조금씩 나를 충만하게 채우고

또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는 것에

새삼스러운 감사함이 느껴졌다.


소울 푸드를 만끽하며 느끼는 행복감,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고 추억하는 시간,

혼자도 좋지만 함께 만끽하며 더 즐거운 시간 등


잠시의 시름이나 고민을 잊고

모두를 행복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런치의 시간'을 통해

매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아주아주 커다란 행복'이

나에게도 있다는 것을 마음 깊이 새겨본다.


"'행복'이 고체가 됐어!"라며

한 끼의 소중함과 행복을 캐치하고 만끽할 수 있는

그녀의 시선 덕분에

나 역시 앞으로의 끼니에 담긴 행복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늘 '오늘은 또 뭘 먹나' 하고

귀찮은 고민이라 생각했던 질문을 조금 바꿔

새삼스레 '오늘은 어떤 행복을 먹을까?'

하는 즐거운 고민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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