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영 교수의 언어감수성 수업 - 관계의 거리를 좁히는 말하기의 힘
신지영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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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에 인사를 주고받고 나면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하고 묻고는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는

양해를 구하거나 어떤 언질도 없이

바로 반말과 함께 아랫사람 대하듯

행동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보다 나이 많으신데 말씀 편하게 하세요"

하는 말에도 함께 존댓말을 써주며

존중해 주는 사람이 있다.


전자의 경우 그 사람의 말투나 말하는 습관에서

불편한 마음이 느껴져 입을 닫게 되거나

적당한 거리를 두게 되는 경우가 많고,

후자의 경우에는 대화가 즐겁고

그에게 존중받는 느낌이 들어

나 역시 더 신경 써서 말하고 배려하게 된다.


이렇듯 대화 속에서

상대방을 대하는 언어습관에서

가장 쉽게 그 사람의 인격이 드러나곤 한다.

말하는 태도나 언어는 그 관계의 지속이나

상대방과의 소통에 영향을 미치니,

어쩌면 말하기는 관계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가끔 인터넷에 올라오는 사연들 중,

음식점이나 상점 등에서 종업원에게

말하는 태도로 인해 상대방에게 실망하게 되어

그 관계를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조금 지나친 걸까 고민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단순히 상대를 얕잡아보았다는 사실을 떠나

듣는 사람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은 소통 방식이,

앞으로의 관계에 있어

나에게 단절과 외로움을 느끼게 하고

불통으로 이어지게 될까 걱정되는 마음일 것이다.


'우리 사이가 편하니까'라는 말로

상처될 만한 표현을 서슴지 않거나,

이따금 성별, 나이, 사회적 지위의 차이에서

'우위'를 느끼며 불편한 말 한마디를

듣는 경우는 생각보다 심심치 않게 겪을 수 있다.


나 역시 때로는 그런 불편한 말들을

뭐라 지적하지는 못한 채 마음속으로 삼키며

그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런 말을 건넨

상대방과의 거리를 멀리하게 된 경험이 있기에

말의 중요성을 실감하면서도,

정작 나의 말하기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들릴지는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떻게 말해야 나도 상대방도 즐겁고,

또 모두가 불편함 없이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던 찰나,

〈언어 감수성〉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전파하기 시작한

신지영 교수님의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이 책은 관계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말하기의 중요성, 힘에 대해서 많이 강조하였다.


누구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말 한마디 한마디에 공을 들이기 마련이고,

그렇기에 취업 면접이나 인터뷰 등에서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그런 말하기 노력은 일시적일 뿐,

일상에서 맺어진 수많은 관계에서의 대화가

진짜 관계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워낙 개인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인 만큼

단절과 불통을 넘어 진실한 관계를 꿈꾼다면

가장 먼저 나의 언어생활을 성찰하고,

타인의 닫힌 마음을 열 수 있는

언어감수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일상에서의 대화법은 물론

세대 간의 소통 방법,

그리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위해 호칭을 파괴한

직장 내에서 부딪칠 수 있는 언어 문제나

불통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극복하는지 등

실생활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좋은 관계,

행복에 이를 수 있는 다양한 사례의

말하기 방법을 제시하였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옛말이 있듯

한마디 말이 상대의 마음을 녹이기도 하지만,

되려 한마디 말의 실수로 인해 오해를 받거나

그 말로 인해 단절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말하는 사람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듣는 사람은 불편한, 그래서 소통은커녕

관계마저 악화되는 표현들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무척이나 많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말을 하는 이유는

상대에게 들리기 위해서다.

즉, 말이란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라는 책 속의 표현처럼

듣는 사람을 생각한 말하기는 당연한 듯싶지만

가장 간과하고 있던 부분이라는 생각에

그동안의 나의 말 습관을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된 독서이기도 했다.


공적이고, 사적인 관계 속에서

서로를 어떻게 부르고

또 존댓말은 누구를 상대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일방적인 독백이 아니라 대화를 하려면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하는지,

논쟁을 피하면서도 나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훈련을 해야 할지 하나하나 짚어주는

온기 어린 작가의 조언을 통해

나고 자라면서 '당연한 듯' 내뱉었던

말하기 방법을 다시 배우는 기분을 느꼈다.


일부러 꼬아서 말하는 것도 아닌데

'꼬아서 듣는 사람이 문제' 라거나

'별것도 아닌데 예민하게 군다'라는 식의 태도는

불편한 대화와 말 앞에서 우리를 작게 만든 것 같다.


혹은 그런 대화 앞에서도

'그냥 말을 말자'라며 외면하는 것도

되려 상대방을 외롭게 만들고 고립되게 만들어

점점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사회로 만들도록

방치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리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혹은 사회적 지위가 높다 하더라도,

올바르지 않은 언어습관을 가지거나

사라져야 마땅한 말을 쓰는 사람들에게

이를 지적하고 고쳐나갈 수 있도록


스스로의 언어습관을 되돌아보는 것은 물론

상대방의 그릇된 습관을 지적해 주고

새롭게 익혀야 할 말로 이끌어주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남아있는 과제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부터라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말,

너무 당연해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 안에

어떤 생각과 인식이 담겨 있는지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생각해 보고,


또 혹여나 말에 담긴 생각이

과거의 낡은 생각이나 편견에 머물러 있고

권위의식이나 차별을 담은 표현이라면

과감히 새로고침하듯 변화로 나아갈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이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내가 하는 말을 듣는 것은 상대방임을

항상 마음속에 염두에 두고 존중의 마음을 더한다면

그런 존중의 언어가 존중의 문화로 이어져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말처럼

서로에게 따스하고 행복한 사회로

변화할 것이라는 단단한 믿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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