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작은 별 하나까지 널 도와줄 거야
씨씨코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창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 MBTI에서

계획형을 의미하는 J를 가진 나는

일상에서든 여행에나 휴식에서든

많은 것을 '계획'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이 있는 편이다.


친구와의 만남도 즉흥적이기보다는

일주일에서 2주 전에는 약속을 잡고,

어디에서 만나 어디를 갈지 등등을

미리 찾아보고 그 계획대로 실행해야

'비로소 완벽한' 하루를 보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 파워 J의 성격이기에 여행을 준비할 때도

꽤나 피곤한 부분이 많다.

여행지 역시 가야 하는 이유나 명분 등이 있어야 하고

장소를 정하고 나면 뒤따라오는 과제처럼

숙소나 맛집, 가볼 만한 관광지 등을 추려서

가장 마음에 드는 1안은 물론,

혹시나를 대비해 2안과 3안까지 정해놓곤 한다.


그렇기에 한번 외출을 다녀오거나

누군가와의 만남, 여행을 마치고 나면

에너지가 충전되고 즐겁다는 기분도 있지만

되려 피곤한 마음에 얼른 집에서 조용히

평온한 일상 속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나에게 무계획 여행은 꿈에서도 불가능한

아니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감히 상상해 볼 수 없는 일이기에,

출발하는 편도 비행기 티켓만 발권하고

한 달이 넘게 훌쩍 일상을 떠나는 작가의

무계획 유럽여행을 담은 이 에세이는

미지의 세계를 만난 듯 흥미롭기도 했고


그 여행지에서 깨달은 즐거움과 위로,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책 이란 소개에

그동안 살아오며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을 알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150만 명이 넘는 구독자 수와

누적 조회수 5억 뷰를 달성한 크리에이터이자

96주 연속 베스트셀러 작가인 씨씨코가 전하는

무계획 여행의 기록을 담은 이 책은

디테일한 여행 코스나 관광정보,

혹은 여행 팁을 담은 게 아니라

지인의 SNS에 올라오는 여행의 발자취를 보듯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는데,

그렇기에 더 가까이 그녀의 여행을 함께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어 참 즐거운 독서였다.


빼곡하게 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일기를 쓰듯 짤막하게 써 내려간

그녀의 생각과 함께

그녀의 시선으로 담아낸 유럽의 이국적인 풍경 사진들은

유명한 관광지나 특별한 장소를 담아내지는 않았지만,

한 장 한 장 여행 속에서 그녀가 느꼈을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설렘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물론 그녀의 여행에는 마냥 장밋빛 즐거움만

가득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여행의 시작부터 약속했던 지인과의 만남이

갑자기 뒤로 미뤄지고,

졸지에 혼자 시골의 한 마을 호스텔에

머무르게 되며 좌충우돌의 사건이 발생한다.


보통의 누구나 그렇듯 그녀 역시 처음엔

'괜히 마음 내키는 대로 하자고

여행을 저질렀다가 이런 결과가 생긴 걸까'

후회하던 것도 잠시

친절했던 버스기사와 동네의 예쁜 풍경,

낯선 그녀를 위해 친절을 베풀었던

사람들의 마음에 자신감을 얻고 뚜벅뚜벅 용기 있게

여행의 발걸음을 이어나간다.


나였더라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 '그냥 돌아갈까'

후회의 감정만 남겼을 것 같은데

'내 여행이 어떤 여행이 될지는 내가 결정할 거야'

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기분 좋은 시작과 끝을 다짐하는

씨씨코 특유의 명랑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는

'그래 나에게도 이런 마음이 필요한 거였어.'

하며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 유럽 이곳저곳을 많이 누볐다.

일 년여만에 만나는 친구의 집에서

한 침대에 잠들기도 하고,

때로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웃음 짓거나

맑은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오리를 구경하고,

처음 보는 친구의 지인에게 옷을 빌려 입고

훌쩍 파티에 참석하기도 하며

웃기도 하고 코 끝 찡한 감정도,

알 수 없게 해방감과 자유로움 마저 느낄 수 있었다.


유명한 관광지도, 별이 몇 개인 레스토랑도 없이

때로는 5유로짜리 저렴한 길거리 음식을 먹고,

그저 동네를 거닐으며 마음이 내키는 대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내 마음에 최선을 다한'

이 여행이 얼마나 멋지게 보였는지 모른다.


과연 나라면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은 여전했지만,

여행을 통해 마음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한 걸음 성장한 모습으로 발전한 씨씨코를 통해

그녀의 여행처럼 인생을 바라보고 살아간다면


타인의 기준이나 내가 만들어낸

엄격한 잣대에 부응하지 못해

실망하고 힘들어하는 삶이 아니라


매일매일이 새롭고 즐거우며,

때로 넘어지고 실패해도 '괜찮아' 하고

툭 털고 일어나 다시 나아갈 수 있는

더 단단하고 용기 있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다.


너무 큰 기대치를 가지고 있으면

어떤 것이든 당연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일상의 작은 즐거움과 소중함을 놓치지 않고

또 두려워도 한 걸음 더 내디디면,

용기 있는 발걸음에 부응하듯 행운이 찾아오고

따스함을 베풀어주는 사람들의 친절 등

우주의 작은 별 하나까지 나를 도와줄 거라는

잔잔한 그녀의 응원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책장을 다 넘기고 나니 마지막 장에,

장난스레 그려 친구의 편지에 끼워둘법한

그녀의 글씨와 그림이 담긴 '귀여워지는 부적'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피식하는 웃음과 함께 가벼운 위로인듯싶지만

'마음대로 걸어가 봐도 괜찮아,

돌아보면 결국 멋진 길이 되어 있을 거니까!' 하고

단단한 믿음으로 나를 응원해 주는

그녀의 목소리와 눈 질끈 감고 웃는 얼굴이

보이는 것만 같다.


그녀의 여행기를 읽고 나니,

조금은 긴장의 끈을 풀고 계획을 세우기 전에

먼저 내 마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때로는 망설여지더라도 행운과 자신감이라는

선물이 따라올 것이라는 기대로

일단 도전해 봐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덕분에 오랜만에 여행이 고파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