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안 아픈 데 없지만 죽는 건 아냐 - 31년생 현역 작가의 느긋한 건강법
소노 아야코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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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수명이 길어져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건강하고 아프지 않은

삶의 후반을 보내기보다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10년은 앓다가 가는'

경우가 참 많다.


그래서일까 점점 노년의 건강이나 질병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요즘이다.


얼마 전 인터넷 서핑 중 한 영상을 보았다.

100세를 훌쩍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치아로 식사를 하고

하루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며

나만의 삶을 살아가는 어르신의 모습으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꼭 먹어야 할 음식,

꼭 지키는 생활습관을 보여주며

'장수'와 '건강'에 대한 노하우와

본인만의 주관, 루틴을 소개하는 영상이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100세에 임박하는 평균수명으로,

'누구나 오래 사는 것이 당연한 사실'인 양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지곤 했다.


하지만 35년생인 외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조금씩 체력적인 한계로 노화가 나타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노년의 건강이

절대 만만치 않은 과제임을 깨닫고는

'이제는 제대로 신경 써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작품으로 인정받은 유명한 작가이자,

우리 할머니보다도 더 많은 연세인

31년생의 90대 할머니임에도

여전히 현역 작가로 활동 중인

소노 아야코가 써 내려간 이 책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내 몸을 받아들이는 자세,

여기저기 안 아픈 데 없지만 죽는 건 아니라며

자신만의 느긋한 건강관리법을 담은

그녀만의 生의 기록이라 할 수 있겠다.


가끔 외할머니의 생전 모습을 떠올려보면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쑤시고' 하면서도

병원에 다녀오자던가

이렇게 주물러 드리면 어떨까요 하고 물으면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그냥 둬라.' 해서

갸우뚱할 때가 있었는데,


몸과 변화, 식욕과 인간 본연의 의지 등

다양한 주제를 펼쳐가며

본인만의 건강법을 단단한 신념으로 풀어간

소노 아야코의 글은


아프다 하면서도 천하장사 같은 힘으로

가사와 본인의 일을 척척해내고,

그러면서도 심지 있게 나름의 주관으로

본인을 지켜왔던 할머니의 모습이 겹쳐져

추억 어린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그 나이 때 어르신이라면 다 그런가 싶을 만큼,

나만의 건강 지키는 법이라는 게

정말 존재하고, 또 효과적인 걸까 하는

호기심도 발동하면서 말이다.


나이가 들게 되면 체력적인 한계는 물론이거니와

각종 호르몬의 영향, 혹은 노환이라는 이름으로

따라오는 질환이나 질병을 앓게 된다.


그렇게 아픈 몸을 가지고 살다 보면

어떤 날에는 '이렇게는 못 살겠네' 싶어

울적한 마음에 휩싸이다가도

어떤 날에는 '조금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

하는 마음으로 내 몸과 타협을 하며

어르고 달래며 여생을 보내게 된다고 했다.


어떤 면에 있어서는 애잔한 마음으로,

어떤 면에 있어서는 젊은이들보다

단단한 주관으로 본인을 지키고 보살필 줄 아는

소노 아야코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며


강단 있게 나의 몸을 경영하고,

또 그것이 우선 자신의 '책임'이라며

타고난 건강의 한계나 노화로 변해가는 신체에

유동적으로 대응하고

스스로를 이끌어가는 그녀의 담대함에

존경 어린 마음이 들기도 했다.


젊은 나이임에도 조금이라도

몸에 불편하거나 아픈 구석이 생기면

온통 신경이 거기에 쓰이기 마련이고,

갑자기 떠난 가족의 결원에

와르르 마음이 무너지거나

돈을 혹은 재능을 얻기 위해 무리하곤 했다.


조금씩 고장 나는 몸을 자연스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나다운 하루를 보내고,

식욕, 돈, 재능, 컨디션 등 모든 것에

적당히 '지킬 수 있는 나만의 최선'으로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내는

그녀의 자세는 그 어떤 젊은이보다

절로 건강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깨끗하고 위생적인 것,

건강한 식재료,

아픈 것을 낫게 하는 약,

넉넉하고 풍족한 환경이 전제되어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건강하다는 것의 본질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또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건강관에 변화를 가져온 독서가 아니었다 싶다.


예상대로 인생이 살아지는 것은 아니니

때로는 내 몸 보호를 위해 잔꾀도 필요하며,

자신의 몸과 마음은 스스로 지켜가며

몸을 경영하는 중심을 내가 쥐고 있어야 한다는

그녀의 메시지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래, 여기저기 안 아픈 데 없지만

그렇다고 바로 쓰러져 죽는 것은 아니다.

아프다고 몸 사리고,

젊다고 무리하다가는 지킬 수 있는 건강이 아니다.


31년생이지만 여전히 현역으로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걷는

노년의 작가의 느긋한 건강법을 통해

건강관리와 마인드 컨트롤,

인생을 경영해나가는 자세를 다시 배운다.


할머니의 따끔하지만 인자한 잔소리처럼

두고두고 한 번씩 펴보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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