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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로봇 닥터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18
윤여경.정지훈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1월
평점 :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심심치 않게
일상에서 속속 등장하게 된 '로봇'
익숙하게는 로봇청소기나 질문을 던지면 답을 찾아
목소리로 대답해 주는 AI 스피커 등도 있고
최근에는 로봇수술이라는 이름으로
좀 더 정교한 손길이 필요한 수술에서도
로봇의 역할이 꽤 커지고 있다.
'인간보다 똑똑하다'라는 사실 때문인지
친숙하고 신기하면서도
입력된 명령어나 프로그램대로 움직여야만 하는
로봇이 '혹시나' 자아를 가지게 되어
인간을 공격하거나 우리의 우위에 서게 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와 두려움의 마음도 공존하곤 한다.
나 역시 언론이나 미디어를 통해서 접한
로봇의 인간 공격이나 영화 등을 통해 가진 이미지인지
특히나 사람 형체를 가진 로봇이라 하면
그 쓰임새나 필요성을 떠나
약간의 거부감이 있는 편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 소설은 만약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 의사가 존재하며,
그 로봇에게는 명령대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작업 방식을 결정할 수 있게 하는
최소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 얼핏 우리가 볼 때
'자아'가 있는 것으로 생각이 들 수 있다는
전제하에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인간보다 빠른 두뇌회전과 빠른 데이터 분석,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기에 분명 이론상으로는
어떤 면에서는 인간의사보다 뛰어날 수 있지만
소설 속의 사람들 역시 현실의 우리들처럼
로봇 의사의 판단에 인간의 생명을 맡긴다는
사실 자체에 반발심을 가지며 날 선 반응을 보인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가지는 '감정'이 로봇의사
로사에게는 없기에 그 감정에 동요 없이
의사로서 '생명'을 구하는 것에 매진할 뿐이다.
본인을 반대하는 시위대 중 한 사람의 쇼크를 목격한
로사(로봇 의사)는 당사자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두면 생명이 위독해질 것을 우려해
명령대로 움직이지 않고 본인의 최소 결정권에 따라
그를 치료해 생명을 구해내지만,
'억지로 진료했다'라는 언론의 보도와 사람들의 거부로
아무도 찾지 않는 응급실에 좌천되고 만다.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돼버린'
로봇 의사와 그와 유일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인간의사 수호는 사람들의 편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사명감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게 된다.
그래봤자 감정이 없고 '정해진 우선순위'에 따라
행동하는 로봇이기 때문에
과연 인간의 삶 속에 녹아내릴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로 가득했던 질문이었는데
로사와 수호의 협업,
기계와 생산자로서가 아니라 동료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발전해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아직 현실화된 것은 아니지만
로봇기술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없애는
것뿐만 아니라 언젠가 현실의 상황이 될
로봇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삶을 조금이나마
미리 생각해 보고 예측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내가 부족한 부분, 한 번에 찾아내기 어려운 데이터를
찾아 분석하고 결과를 예상하므로 인해
시급을 요하는 골든타임이 중요한 의학 분야에서
특히나 로봇의 역할이 필요하겠다는 것 역시
이 책을 통해 새로이 가지게 된 생각이다.
만약 내 가족의, 혹은 나의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인간 의사가 아닌 로봇의사라고 한다면
무조건 '안 될 일이야'라고 생각해왔는데
이렇게 따스한 소통과 환자를 위한 후속 조치,
그리고 자신에게 거부감을 가진 환자와
그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할 수 있는
로사라면 믿고 맡길 수도 있겠다 싶다.
로봇이라고 하면 단순한 기계라고만 생각했는데
"로사가 의료 로봇이라고 해서
단순한 기계일 거라고 생각하지 마.
로사도 자네에게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고,
자네도 로사로부터 배울 것들이 많을 거야.
찾아봐. 서로가 서로를 불필요하다고 느끼면
가까워질 일은 영원히 없겠지."라는
본문 속 인간 의사에게 건네는 말을 통해
다시금 생각을 되짚어볼 수 있었다.
인공지능은 그 편리함과 빠르고 정확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종속되거나 굴복하게 될지 몰라
인간에게는 공포가 되기도 하는데,
그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더 큰 가치를 위해
용기 있게 한 걸음 내딛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인공지능이 삶에 스며든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호기심 어리고 유쾌한 상상을 통해
미래의 모습을 미리 읽어보고 다가올 변화를
예측해 보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SF 소설이라고 하면 지나치게 과학적인 전제가 많아
어렵다고 느끼기 마련이었는데
로봇과 인간의 소통과 협업이라는 소재로
쉽게 접근하고 읽을 수 있어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 준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