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가정의 존재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된 것은 중학교 때의 일이다.어느 날 한 친구가 '우리 집에 새로 온 아기가 있는데 이름을 뭘로 할까?'하는 말을 듣고는 무슨 얘긴가 싶어 이런저런 물음을 주고받다가입양이나 법적 가족이 되지 않고도 일정 기간 동안 아이를 맡아 키우고보살피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이 책은 약 35년여의 시간 동안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아이는 물론8년은 가정위탁 부모로, 14년간 그룹홈 운영으로 20명의 아이를 키워낸'엄마'를 직업으로 가진 조경희 님의 이야기를 담았다.아이를 한 명 키우는데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육아는 참 힘든 일인데 내 자식뿐 아니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을가족으로 받아들여 20여 년을 함께 살아가고 키워낸다는 게어떤 마음이어야 가능한 걸까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내가 생각해왔던 '위탁가정'은 입양을 가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어린 아기를 돌보는 것만 생각했는데 실제 위탁가정은 아기부터청소년은 물론 각종 문제로 인해 누구도 맡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와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은 아이까지 있어다양한 연령층의 아이들을 이해하고 품어낸 '직업 엄마'의 어깨에 얹어진책임감이 얼마나 무거울까 싶었다.단순히 아이들을 사랑이나 사명감만으로는 지키기 어려웠을 텐데긴 시간 '엄마'로 아이들 곁에 존재해 온 그녀의 사랑이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 만으로도 내 마음 깊숙이 와닿는 느낌이었다.책에는 위탁가정 속 매일이 각 아이들의 이야기로 꾸려져 있었다.평범한 가정과는 달리 각자의 사연과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지만그녀가 한 명 한 명 아이를 설명하는 문장만으로도얼마나 그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헤아리고자 노력하는지사랑이 담뿍 담겨 있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돌보는 기간 동안 별문제 없이 보내기 위해 하고픈 대로 하게 하거나혹은 양육자가 돌보기 쉬운 방향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그룹홈에서 꼭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들어 각자 다른 환경에 살던 아이들이규칙을 지키고 서로 배려하고 챙기며 형제와 가족으로 거듭나고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도록 애쓰는 날들로 채워져 있었다.엄마의 사랑이 고픈 아이에게는 엄마의 손맛을 기억하도록사랑의 손길을 담아 세상에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요리를 하고,그렇게 받은 사랑의 힘으로 사회에 나가 당당하게 설 수 있게 베푼그녀만의 철학과 소신을 담은 육아로 20여 년의 시간이 쌓인 것이다.그녀가 보여준 이러한 사랑의 손길은 꼭 위탁가정의 직업 엄마나한 사람만의 일이 아닌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함께해야 하는 일이라는,책을 읽는 각자에게 보내는 강한 외침으로 다가오기도 했다.그녀는 돌봄이 부족한 아이들의 상황에 마음 아파하고 눈물짓는 것역시 사랑이지만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기에현재 상황을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잘게 쪼개어 하나하나 풀어나갈방법을 찾는 차가운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아이와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가며 각기 다른 문제와 환경 속에 있는아이들 안에 있는 가능성을 어떻게 발견하여 밖으로 끌어내느냐 하는 것이'차가운 사랑'을 하는 자신의 몫이라며아이를 진짜 위하는 마음을 담백하게 차가운 사랑이라고 말이다.잠시 거쳐가는 가정이지만 아이를 위한 길을 먼저 생각하고 고민하고,성장할 수 있는 환경으로 아이를 끌어당기는 그녀의 사랑이어찌 차갑다고 할 수 있을까 싶다.내 일이 아니라고, 내 아이가 아니니까 하고 무심하게 살아가던 나에게'직업 엄마'의 메시지는 많은 울림을 주었다.덕분에 아이들이 사랑을 배우고 아픔을 극복하고 타인을 배려하며결국에는 결핍을 극복해나가 우뚝 설 수 있었구나 하는 걸 알게 되면서꼭 위탁가정이 아니더라도 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이 바뀌고우리 사회의 모든 아이가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성장할 때,언젠가의 내 아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제대로 깨우칠 수 있었다.따스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도편견이나 고정관념 없이 따뜻한 사랑의 눈빛을 건넬 수 있는사람이 되도록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다.먼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아이들을 보살피는 직업 엄마의 노력으로이 모든 것들을 이제라도 깨달을 수 있었기에참 다행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드는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