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 B컷 문학동네 청소년 64
이금이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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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중2병, 사춘기의 시기를 겪고 있는 조카가
어느날, 친구들은 모두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다며
자신도 SNS를 깔게 해달라고 푸념을 했다는
언니의 이야기를 들었다.

만 14세 이상부터 이용가능 하기에
조카가 가입하려면 부모님이 계정을 만들어 주거나
임의의 생년월일을 넣어 가입하는
불법적인 방법을 활용해야 하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가입해가며
학교와 학원만을 오가는 아이가 인스타그램에
뭘 올리려는 걸까 싶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국 언니부부의 허락아래 가입한 조카는
한동안 스토리와 게시물을 올리는 재미에 빠졌는데
우리가 보기엔 별 대수롭지 않은 내용이나
'앞머리가 눈썹까지 자랐다는 둥'의
허세스런 모습을 올리곤 해서 피식했다.

우리 때야 다모임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인기였고
막 도입된 이메일을 친구들과 주고받는게 전부였지만,
다양한 SNS 채널이 등장한 요즘은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페이스북을 넘어
유튜브라는 영상을 매개로 한 채널까지 나왔으니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는가'에 대한 부분이
아이들에게 참 중요한 포인트가 된 것 같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라는 소설을 비롯해
다양한 청소년문학 작품을 집필해
나에게 인상적으로 기억된 이금이 작가가
요즘 아이들의 SNS, 편집과 자기표현을 소재로 한
신작소설을 출시하였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대감과 궁금한 마음,
한창 사춘기라 도무지 속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조카의 마음을 이해해보고 싶어 펼쳐보게 되었다.

보통의 평범한 중학생인 선우가
학교에서 일명 '인싸'이자 아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서빈이로부터 유튜브채널 영상편집을
의뢰받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얘가 나에게 영상편집을 부탁한다고?' 하는
생각에서 오는 놀라움과 동시에
그들이 있는 카톡창에 초대받는 것 만으로도
무리에 포함된 듯한 기분,
영상 한 건당 2만원을 지급한다는 금전적인 보상으로
선우는 망설임 없이 제의에 응하게 된다.

멀리서만 바라보던 '인싸'들을 직접 옆에서 바라보며,
현실에서는 그들 중 누구조차 알은체를 하지 않고
그들이 올린 사진에서 조차 등장하지 않아
마치 자신이 그들 사이에서 편집된 B컷 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런 그들도 영상에서 만큼은
자신이 편집한 방향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우월감 이랄까 일종의 만족감을 느끼며
바로 지급되지 않고 점점 밀려가는 편집비와
본인만 모르는 조금 미심쩍은 그들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공부에 집중하기 보다
시간을 쏟아가며 그 찜찜한 것들을 외면하고만 만다.

오히려 영상편집을 하며 알게 된
서빈이의 숨겨진 이면과 본인의 편집을 믿고
욕설을 내뱉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감추어주면서 말이다.

무난하게 흘러가는 듯한 선우와 서빈이의
영상편집 거래는 그들 무리 중 한 명인
정후의 문제로 인해 흔들리게 된다.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의아함에 빠졌던 선우는
본인이 편집했던 영상 원본을 다시 열어보며
그제야 비로소 본인도 모르는 새
외면하고 스스로 편집해버렸던
A컷 뒤에 숨겨진 B컷의 진실을 깨닫게 된다.

SNS 세상 속에서는 불행한 사람은 없다.
늘 즐겁고 행복한 사람들로만 가득찼고
풍요롭고 넉넉하기만 하다.
그렇게 보여지는 모습으로 우리는 타인을 쉽게
고정관념화 하고 내가 보는 모습으로
상대방을 단정하게 되는 것이다.

서빈이가 촬영한 원본 영상을 보면서
자신이 알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가진
그에게 연민을 갖고 기존과는 다른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었던 것,

편집을 통해 서빈이와 아이들을 멋지게 포장해주었던
선우가 진실을 마주한 이후 용기를 내어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SNS가 가진 명암을
아이들의 사건을 통해 예리하고 선명하게 표현함은 물론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편집된 진실을 마주했을 때의 용기와 같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교훈을 안겨주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인스타그램을 설치하고 싶다던 조카가
그 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제대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 마음의 본질에는 '남들 다 하는' 이 SNS를 통해
자신 역시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은
'똑같은 아이'임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
또한 SNS를 하지않아 소외되는 것 같은
외로운 느낌이 싫어 '소속감'을 느끼고
더 많은 친구를 사귀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유행은 다 따라 하고 싶지'라고만 생각했던
마음이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내 마음대로 단정한 조카의 A컷만을 보고
그 아이가 쑥스럽게 삼킨 B컷을
나 역시 편집해버린게 아니었을까 하고.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느정도 '편집'은 필요하지만
진실이나 본질을 왜곡하지 않는게 중요하는 깨달음,
그 편집을 통해 본연의 자신을 가리고
타인의 시선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내면의 이야기와 본질에 귀기울여야겠다는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기도 했다.

SNS가 보편화 되며 쉽게 맺고 끊어지고
타인에 대해 속단하기 쉬운 요즘의 관계에서
상처입더라도 타인에 대한 이해를 멈추지 말아야 겠다는
관계의 본질까지 엿볼 수 있던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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