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것이 오지 않기를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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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자들의 관계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숨겨져 있다.

아직 어린 나이라 하더라도 여자아이들은

친해지면 자기들만의 공감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가장 원초적이고 개인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는

화장실 마저 함께 가기도 하고,

특히 '베스트 프렌드'라고 부르는 단짝 사이에서는

그 어떤 비밀도 존재하지 않을만큼

많은 감정과 이야기들을 터놓기도 한다.

마치 내가 너 인듯, 네가 나인듯.


그 끈끈하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관계는

학창시절을 거쳐 성인이 되고 나이가 들기까지

결혼의 유무나 자식의 유무에 관계없이

대상이 바뀌어 갈 때도 있지만

항상 여자의 곁에 존재한다.


아마 그렇기에 이 소설이 일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이름만 바꾸면 마치 '내 주변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들어 더 몰입하게 되었다.


세상 누구보다 어쩌면 남편보다도 서로를 더 가깝게

여기는 것 같은 특별한 관계의 나쓰코와 사에.


이들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면,

나쓰코는 결혼을 해서 아이가 있는 대신

혼전임신을 한 지라 한 번도 제대로된 사회생활을 해 본적이 없고

사에는 결혼은 했지만 간절히 바라는 아이는 없고,

여전히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현역이다.


얼마나 둘 사이가 견고한지 사에의 남편이

실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사에는 나쓰코에게 털어놓을 수 있으며


집 열쇠를 잃어버릴 때를 대비해 나쓰코가

사에의 집 열쇠를 맡아준다거나

자신과 똑같은 이불을 선물하고,

같은 이불이 깔린 나쓰코의 집에서도

내집인양 편하게 잠들수 있는 사에이기도 하다.


어느 날 사에의 남편 다이시가 불륜을 고백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종되고,

그가 결국엔 시체로 발견되면서 이 둘의 관계와

이야기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사에 남편인 다이시의 죽음

자체에 숨겨져 있는 비밀이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여기에 집중하게 되었다.


각 장에서 '주변인물'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주인공들에 대한 소스를 제공하는데

마치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누구일까'를

찾는 것이 이 소설의 결말이 아닐까

하는 게 당연한 흐름이랄까.


그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파헤쳐지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둘의 관계를 깨닫는 순간,

내가 자연스레 믿고 있고 알고 있던

이들의 관계가 틀렸던 것인가 하고

머리를 한 대 맞은듯한 반전에 다시 책장을

앞으로 넘겨 읽어보기도 했으니

이것이야말로 '속아 넘어가는 쾌감'이라는

책의 소개글이 제격인 것 같다.


비뚤어진 어머니 아래서 자라난 나쓰코,

그런 낫 짱을 전적으로 믿는 사에.

각기 서로를 부러워하면서도 질투하고

그러면서도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그들의 복잡한 관계가 다 읽어내고 나서야

비로소 퍼즐이 맞춰지는 듯 이해가 갔다.


이들의 관계까 진실한 우정일까,

혹은 비뚤리게 어긋한 사랑의 파국일까

사실 조금 의문스러운 부분이 많았었는데

그 관계의 진실을 깨달아가며 몰입하고

반전에 깜짝 놀랬던 추리소설 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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