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냥 - 죽여야 사는 집
해리슨 쿼리.매트 쿼리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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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산자락에 있는 땅을 좀 갖고 싶어.
현관에 앉아서 바깥을 바라보면,
온통 자연뿐인 곳으로.
인간이 손댄 흔적은 내 집이랑 헛간이랑
작업장밖에 없는 곳이었으면 좋겠어."

딱 꿈에 그리던 그런 집을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입한 해리와 사샤.

내다보이는 모든 곳에,
어느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든 간에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게 펼쳐진 풍경에
곧바로 이 집과 사랑에 빠진다.

이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유일한 이웃인
노부부가 찾아와 수상한 인사를 건넸다.
"이사 온 걸 환영해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곳에는 오래된 규칙이 있어요."

그들이 말한 세 가지 규칙은 기묘하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는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사람을 절대 믿지 말 것.
당신이 죽인 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 것.
규칙을 벗어나려 하면,
집이 그 의도를 알아챈다는 것.

미친 소리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그들의
이야기에 불쾌해지던 찰나
봄과 여름, 가을에 걸쳐 이웃인 노부부가 말한
악령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떠날 수도 없는 이 집에 갇혀버린 신혼부부는
살아남기 위해, 이 악령을 물리치기 위해
사냥을 하기 시작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포병으로 근무하며
사람을 여럿 죽인 경험이 있는 해리가
의사와의 면담을 통해 '살인'에 대한 고백을
하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마치 누군가를 죽이는 것에 대해 큰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것 같은 이 남자도 수상했지만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한
그들의 새로운 집에 찾아온 노부부의 친절도
어쩐지 신뢰하기 어려운 느낌이다.

《이웃 사냥》이라는 책 제목 때문인지
이들의 집을 둘러싸고 매 계절마다 찾아오는
악령의 존재와 그 악령을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웃지븨 댄과 루시가 어쩐지 그 악령과
연관되어 있는게 아닐까 싶은 부분도 있었는데,
그래서 그들이 하는 악령을 쫓는 방법 조차도
사실은 되려 악령이 이 둘 부부에게 다가오게끔
하는 장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이야기는
처음 책을 펼칠 때만 해도
'다 읽으려면 꽤 시간이 걸리겠는데' 싶었으나
흡입력있게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하는 문체는
순식간에 책의 마지막 장까지 달리게 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 있어서도
각각 해리와 사샤의 시점이 번갈아 나오는데,
각 인물의 상황과 성격 등이 어우러져
같은 상황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다르게 표현되어 있어
그 시점을 따라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니
어느덧 책을 읽는 나 역시 이들이 접한
악령의 본질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 듯한
알면 안되는 진실에 접근하게 된 듯한
두근거림을 느끼게 되었다.

계절을 거듭할 수록 그 강도가 강해지는 악령의 모습,
집과 서로를 지키고자 하는 해리와 사샤의 선택과 행동,
그 이면에 오랫동안 쌓여있던 죄책감과 상처 등이
눈에 보여지는 무언가의 형태로 나타나며
이들의 문제는 절정에 이르게 되는데

그 와중에도 가장 사랑하는 상대방을 지키기 위한
둘의 진심과 용기있는 행동,
자신이 가진 문제를 직면하고 제대로 바라보며
두려움 속에서도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는
해리와 사샤를 통해
공포를 넘어선 어떤 인생관이랄까
한 사람의 성장을 살펴보게 되어
완전히 닫힌 결말이 아님에도
안심하게 되는 마음이었다.

되려 이웃 사냥이라는 말이 그 '이웃'을 의심하게 하고
악령의 진실이 무엇일까
일부러 헷갈리게 한 듯한 느낌이다.
현현하는 각 계절별 악령의 모습과
그 사이에서 인간적으로 고뇌하면서도 용기를 낸
해리와 사샤의 모습이 넷플릭스와 만나
어떤 영상으로 펼쳐지게 될 지
기대하고 궁금하게 하는 책이었다.

덥고 습한 여름날의 날씨,
오싹한 공포는 물론 몇 번이나 책 속의 이야기가 떠올라
보이지 않는 어떤 두려움을 끄집어내 준
그런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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