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알아야 할 사회교리 Q&A - 여러분의 이웃은 하느님이십니다
미헬 레메리 지음, 최정훈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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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가톨릭출판사 서평단, ‘캐스리더스 9기’로서의 첫 발을 떼게 되었습니다. 한 해 동안 신앙 서적을 읽고 그 향기를 나눌 수 있음에 깊이 감사하며, 활자가 아닌 삶으로 복음을 살아내는 예수님의 동행자가 되겠노라 다짐해 봅니다.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곧 사랑하는 대상을 더 깊이 알고 싶어 하는 마음과 같기에, 그분을 닮아가게 이끌어주는 책들을 자연스레 곁에 두게 됩니다.

이번에 만난 책은 《청년이 알아야 할 사회교리 Q&A: 여러분의 이웃은 하느님이십니다》입니다.

 

사실 ‘사회교리’라는 단어는 늘 마음 한구석에 부채감으로 남겨두거나, ‘나중에’라는 핑계로 외면해온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애써 모른 척 덮어두었던 그 무거운 주제들을 다시금 꺼내어 성찰하게 만듭니다.

미엘 레메리 신부님은 우리에게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현상과 상황을 다각도로 조명하며 방향을 제시하지만, 결코 ‘이것이 정답이니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 스스로가 갇혀 있던 생각의 우물을 벗어나 시야를 확장하도록 돕습니다. 실천의 몫은 온전히 독자의 자유의지에 맡겨둔 채 말입니다.

저는 책장을 넘기기에 앞서, 제 안의 상식과 편견이 어디로 기울어져 있는지, 혹은 얼마나 고착되어 있는지 예민하게 살피겠노라 메모를 남겼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어야 할까요? 모든 사람을 도울 수는 없는데, 어디까지 도와야 하나요?"

첫 장 ‘가난과 연대’에서 마주한 이 질문 앞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엉키기 시작했습니다. ‘내 작은 도움이 과연 그들의 삶을 변화시킬까?’, ‘나는 쉼 없이 일해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데, 누군가는 받기만 하는 것은 아닐까?’, ‘나의 기부가 투명하게 전달되기는 하는 걸까?’ 내 코가 석 자인데, 부모님 봉양도 벅찬데, 여행 한 번 마음 편히 못 가는 내 처지에 누굴 돕는단 말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현실적인 의구심들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의심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니, 그곳에는 제가 누리는 모든 것에 대한 ‘감사’가 희석되어 있었습니다. 타인의 삶과 나를 비교하며 "저 사람은 안 하는데 왜 나만?"이라는 논리로 합리화하고 있었고, 마치 내가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양 착각하는 오만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기준은 오직 하느님이어야 함에도, 저는 자꾸만 세상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눔은 결과의 효율성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받은 사랑에 대한 마땅한 응답임을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문득 예전 제 화실 회원님이 던졌던 질문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선생님은 부자도 아니고 가장이면서 왜 자꾸 주변에 퍼주세요? 노후 준비는 안 하세요? 저는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그때 왕창 기부할 거예요."

그때 저는 이렇게 답했었지요. "그 '나중에'가 오기 전에 죽을 수도 있고, 돈을 쌓다 보면 욕심엔 한계가 없더라. 나는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이라 큰돈을 벌 자신도 욕심도 없어. 그냥 지금 벌고, 지금 나누고, 내 노후는 내 삶의 주관자이신 하느님께 맡길 뿐이야."

그 대답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내려갈수록 마음속 파도는 쉽게 잠재워지지 않습니다.

커피 한 잔의 소소한 행복조차 줄여야 하는가에 대한 인간적인 아쉬움부터, 때로는 변질되어 버린 듯한 노동 운동의 역사적 현실과 책 속의 이상적인 연대 사이에서 느껴지는 괴리감까지.

원수를 사랑하라 하시지만, 흉악범죄의 피해자 앞에서도 과연 그 말을 차마 꺼낼 수 있을까? 생계를 위해 부조리한 현실과 타협해야만 하는 순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속에서는 수만 가지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습니다.

어쩌면 이 책이 주는 진짜 메시지는 명쾌한 해답이 아니라, 이토록 치열하게 '고뇌하는 과정' 그 자체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세상, 불합리해 보이는 현실 속에서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하느님의 뜻을 구하는 것. 비록 내 마음이 요동치고 생각이 오락가락할지라도, 그 갈등 속에서 하느님의 시선을 찾으려 애쓰는 이 시간들이야말로 '깨어있는 신앙'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은 제게 정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그리고 이웃을 바라보려는 '거룩한 불편함'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생각을 정리하며 보내주신 노트에 메모를 남겨 봅니다.

세상에 관심을 갖자. 그것은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도 같지 않을까. 세상에 관심을 가지되 내가 세상을 좌지우지 하려 하지 말자. 온전히 하느님께 맡기며 내 양심에 따라 하느님 앞에 부끄럼 없는 신앙인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실천하는 삶을 살자.

이렇게 적으며 이 책 안에 <실천하기> 부분이 각 챕터 마다 있는데 그 실천 사항들 중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다이어리에 적어 놓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이 거룩한 불편함을 저 혼자만의 숙제로 남겨두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세상에 대한 관심은, 곧 하느님을 향한 사랑의 다른 이름입니다."

이 문장이 저의 가슴을 두드렸듯, 세상의 무게 앞에 주저하고 있는 여러분의 마음에도 닿기를 바랍니다. 사회교리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한 두려움이나 부담감은 잠시 내려놓으셔도 좋습니다. 이 책은 우리를 정죄하는 법전이 아니라, 복잡한 현대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는 법을 안내하는 친절하고도 명쾌한 나침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단순히 성당 문턱 안에만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살아 숨 쉬기를 바라는 모든 분께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우리의 변화가 모여 메마른 세상에 하느님의 온기를 전하는 선한 파동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혼자 걷는 길은 외롭지만, 하느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이 함께 걷는다면 그 길은 곧 순례가 되고 축제가 될 것입니다. 2026년 새해,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 내려오지 않았던 사랑, 이제 책을 펼쳐 함께 실천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 결국 여러분이 무엇을 결정할지는 온전히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사랑이 여러분을 인도하는 원리가 되게 하고 양심과 성령의 도우심에 의지한다면, 여러분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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