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밤 - 최민순 신부 시집
최민순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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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을 받은 신자로서, 신앙인으로서 사는 삶을 돌아 본다. 같은 사람이라고 다 같은 인생을 살 수 없고 그 살아지는 무게감과 깊이를 느끼는 것이 다르듯

신앙인이라고 해도 우리는 다 다른 체험과 신앙의 깊이를 갖고 살 수 밖에 없다.

무엇이 더 좋고 나쁘고 그런 것을 논할 수 없다. 다 다른 삶이기에.

그러나 이런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볼 수 없는 무형의 신앙 이라는 것의 형체를 느껴 볼 수 있고 그 깊이를 더해가고 믿음은 무엇이고 어디까지 어떻게 믿음을 키워 나갈 수 있는지 그 길라잡이가 되어 주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우리가 느끼는 하느님, 내가 믿고 있는 내가 사랑하는 나의 하느님,,,어디까지 당신을 느끼고 사랑할 수 있을까... 더 ,,더욱더. 끝없이 말이다. 신부님의 글을 읽고 있자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시 한 소절에.. 단어와 표현에 내가 믿는 분이 ,아 이런 분이지..우리는 이 분을 이렇게 사랑하는 거지..

아 삶이란, 생이란...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느님 나의 주님... 이 안의 신부님의 생의 역사를 담은 상황과 그 안에 모시는 하느님과의 관계.

주옥같은 표현들이 아름답다. 또한 사실 신부님 이라는 직분과 상관없이 이 시는 그저 한 신앙인의 사랑 고백 , 삶의 시 로 와닿는다.

옛 단어들이 종종 흐름을 막아 읽기 어려웠지만 읽다 보면 점점 그런 것이 익숙해 지고 나아진다.

그리고 감사하게 된다.

마음이 어두워진 어느 날 아무 곳을 펴 읽으면 정화가 될 듯하고

마음이 기쁜 어느 날 표시한 어느 곳을 읽으면 차분해 질 듯하다.

하느님이 누구인지 헤매 일 때 책을 펴면 그 안에서 하느님과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책은 염수정 추기경님과 정순택 대 주교님 추천사와 함께 시작되고 마지막에는 이해인 수녀님 편지와 예전 김수환 추기경님 말씀으로 마무리 되어 있다.

마지막 부분의 최민순 신부님 연보 를 읽고 시를 보는 것을 추천해 본다. 살았던 시대와 사람의 생의 과정을 조금이나마 알고 시를 따라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목차 는 '님 과 밤' 으로 나눠 있으며

님 안에 밤, 제물, 참회로 나눠 있고 밤 안에는 창작시편, 번역시편, 십자가의 성요한, 아시시의 성프란치스코 로 나눠져 있다.

개인적으로 밤 부분이 더 잘 읽히고 와닿고 좋았다.

젯세마니의 밤

한겹을 닫습니다. 또 한겹을 닫습니다. 다 열고 기두려야 오시지 않는님, 세겹 네 겹 다섭겹 마저 문을 닫아 버립니다.

돌아 앉아서 혼자 돌아앉아서 묵묵히 있노라면 겨울처럼 벗은 영혼이 어두움 속에 흐느껴집니다.

속으로 속으로 그윽한 속으로 밤이 이슥 깊어갈수록 가난한 나의 하늘에 별하나 없고

죽도록 보고싶은 님이 그리워 외로운 한 덩어리 미치듯 몸부림칩니다.

님은 오시지 않습니다. 오실리 없습니다. 태양이 숨질 때라야 오신다던 님

한오시는 님이 보이실 수 있으리까 안오시는 님을 만져 볼 수 있으리까

옷자락만 살짝 스쳐 주셔도 그 향내에 까무러칠 목숨이건만 님의 얼굴 한번 뵈옵는 그 순산 당장 눈이 멀으리람을 모르지 않건만

아으 진정 못 살겠사옵니다. 허구한날 지루한밤 카맘한 어둠 속에 진정 안달이 나서 못 살겠사옵니다.

그러나 어찌 하오리까 님은 말씀하시었습니다 . "보지 않고 믿는 자 복된자 " 라고

"하늘과땅은 변할지라도 내 말은 변치 않으리라"고 님의 말씀이러하시니 내 어찌하리오

보지 않고 믿음이 복됨이라면 허전한 가슴 안고 이냥 살으려노니 그리움도 내일을 몸가지는 한낱 기쁨

고독이 쥐어짜는 방울방울 핏방울에 어두움이 물들고 까마득히 새벽은 멀리 있어도 나는 밤을 새우렵니다.

님하나 믿으며 믿으며 제세마니의 밤을 새우렵니다.

사노라 라는 p293 의 시가 개인적으로 가장 여운이 남는다.

한해가 지나가는 시간 님, 밤 책과 함께 대림시기 보내며 성탄을 준비하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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